도네한 적이 있던 노래에요. 그래서 안 틀어도 상관없는데
가사가 워낙 시적이라 기분이 가라앉을 때 자주 생각나요.
작업하는 지금도 엄청 생각나네요.
그래서 밑에 노래 영상하고 가사를 동시에 적어볼게요. (볼드체는 킬링포인트.)
시라고 생각하면서 찬찬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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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 있는 영상 개요글- '내 젊은 날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verse 1]
늘 뿌옇게 아득해지는 새벽의 끝
거룩하기 까지 한 일광이 나의 창틀에 머리를 들이 밀쯤
나는 뒤척이듯 돌아누운 채로 눈을 감아
겨우 잠드네 해안도로에 파도가 굽이치면
왜 쉽게 돌아 못 가냐는 말이 모기처럼 내 두 귀에 앵앵거려 툭, 하고 털지
금고 대신 지키는 내 두꺼운 철칙 하늘보다 땅을 보는 게
익숙해질 즈음에 내 꿈의 무게를 재보니 정확히 21그램
여전히 뛰는 맥박 거울에 입김을 부려 얼굴 위로 그려넣지
검은 액자 그래 매일 그렇게 내 영정사진을 찍고
방에 불을 끈 채로 담뱃불을 지펴
내일 죽고 오늘 밤 내 전부를 걸어
잿빛 하늘 아래 잠든 나의 꿈은 테크니컬러
[hook]
다리 안 빌려줘도 돼 나 내 다리로 걸어
할 말이 없음 안 해도 돼 훈계나 위론 넣어둬
"테크니컬러" 눈 뒤로 그리는 것들 전부를 일컬어
"테크니컬러" 흰 벽 위로 그리는 것들 전부를 일컬어
[verse 2]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란 말
주로 여린 사람들이 쉽게 내뱉더라고
"사람과 사람 사이 어쩜 그리 잔인할까" 혀를 내두르다
결국 독해진게 뻔하고 그렇게 맘을 닫고들 살아,
난 그걸 느껴 날이 갈수록 인정보다 중시되는
공통분모 이해관계 손해 안 보는 삶
과정의 낭만보다는 목적 하나 보는 날들
입을 닫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
생각을 품을 땐 머리보단 가슴에 안을 것
낭만이 조롱받는 시대에 낭만을 외치되,
나를 이용하려는 손을 무 베듯 자를 것
아침에 눈을 감고 밤에 눈을 뜨는 건 억지 같은 삶의 그늘안에 숨는 것
꿈에서 못 깰까 봐 오늘 밤 내 전부를 걸어
잿빛 Bar들 뒤로 감춰진 내 꿈은 테크니컬러
[hook]
[마무리 내레이션]
옛날 옛적에 어느 괴물에 살았고 괴물은 외롭지만,
행복할 방법을 알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농기구와 그물, 총, 칼 들고 찾아가 앗았지
그의 숨을 괴물을 벤 그들은 잔치를 벌였고
박수갈채 속에 괴물의 금고를 열었어 거긴 텅 비어있었지
침 뱉고서 걸어 잿빛 하늘 아래 잠든 그의 꿈은 테크니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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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듣자마자 가사를 보면서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던 노래에요.
그리고 전 그런 충격을 화지 곡 중에서 이거 포함해서 3번이나 겪었습니다.
(제가 화지 정도의 경험을 한 건 힙합 장르 중에서는 넉살 밖에 없네요...)
코드쿤스트의 주소, 이 노래,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소중해서 밝힐 수 없는 노래 하나.
비정한 분위기로 가득찬 잿빛 세상에서
내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밤 자기 두 눈 뒷속 상상의 세계에 모든걸 걸어서
총천연색 세상을 보겠다는 다짐이 너무 선명하더라고요.
단 2줄의 문장으로 머릿속에 명화를 그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구절이었어요.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어서
화지는 현재 힙합팬들에게 리릭시스트 하면 반드시 거론되는 랩퍼입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괴물 이야기는, 화지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아요.
화지는 가사를 탁월하게 써내지만, 그만큼 자기의 뒤틀린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거든요(그런데 그걸 말하는 어조는 정말 덤덤합니다). 그런 자신을 괴물같은 존재라고 비유한거겠죠.
ps) 언젠가 화지와 그의 앨범을 소개하는 글을 몇 편으로 나눠서 라멜님 트게더에 적고 싶네요. 비단 화지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도 그러고 싶은 경우가 몇 있고요.
작성해도 괜찮을까요 멜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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