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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의 첫사랑 썰

걀신도
2021-09-01 02:26:00 113 2 0

제 첫사랑의 기준은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연애가

진짜 첫사랑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이번에 얘기해드릴 첫사랑은

정말 처음 하게 된 연애입니다.


때는 고등학교 3학년 초

풋풋한 1학년들이 입학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죠.


제 친한 친구가

항공 쪽 직업을 목표로 둔 동아리를 만들었었는데,

거기에 스튜어디스를 희망하던 제 첫 사랑이

가입을 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학교의 두발규정에 맞지 않게

긴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 무용도 하고 있어 학교 측에서 한 동안 긴머리를 하도록

배려를 해주었다죠.


그래서, 그 긴머리로 인해 전교생에게

좀 유명해졌고

스튜어디스를 준비하는 만큼

이쁘다는 소문도 퍼졌었죠.


저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 당시 배드민턴에 한창 빠져있던 저는

여자고 뭐고 관심도 없었던 탓에

공부도 제쳐두고 매일 배드민턴을 쳐댔었죠.



그 해 여름.

저는 그 동아리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동아리 회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동아리 친목회에 끌려가게 됩니다.


고3의 여름이라고

칙칙하게 공부만 해댈 수 없다는 동아리 회장 친구에게 붙잡혀

정말 별 생각없이..

왕창 놀 생각으로 동아리 친목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해엔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인

'경전철'이라는 지상철이 있는데

저는 늘 그렇듯 부산을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타게 되었죠.


그때, 새하얗고 긴 머리를 가진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죠.


같이 경전철을 탄 배드민턴 친구에게

'저 여자 예쁘다' 라고 말하며

둘이 조용히 설레여했더랬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집합 장소에서 동아리 회장 친구가

그 여자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 여자애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겁니다.


알고봤더니 그 화제의 1학년이었던 것이죠.


배드민턴 친구와 저는 깜짝 놀랐지만,


트수 특징 아시죠?

그 여자애에게 눈길 한 번 못주고 친구랑 인사하며

코로나도 아닌데, 그 여자애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여자애는 우리를 선배로 알고

반갑고 크게 인사를 했지만

저희는 정말 멋 없게


"어.. 안녕!"


하고는 시선을 피했더랬죠.


아무튼, 어찌저찌 광안리에 가서 신나게 놀게 되었습니다.

근데, 학교에서 저와 배드민턴을 같이 치던

다른 남자애들 무리도 광안리에 왔고

그걸 알게 된 저는

어색한 여자애들을 피해

남자애들에게 가서 같이 놀았습니다.


미친 듯이 놀다보니까

어느새 동아리 아이들도 다가왔고,

저희를 보며 여자애들이 재밌다고 웃었습니다.


친화력 좋은 배드민턴 친구들덕에

어쩌다 여자아이들과 같이 놀게되었는데..


여자애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저는 맘편히 놀지 못했죠.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여자아인

"진짜 재밌게 노셔서 엄청 웃었어요!"

라고 말하며 저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데

저는 아마 얼굴이 발그레 해져선 멍청하게 웃어댔을 겁니다.


그 날 이후로 그 아이의 웃음이 계속 생각났고

저는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 짝사랑도 얼마가지 않아 부셔졌습니다.


용기를 내서 고백했건만..


그때 같이 놀던 남자들 중 한 명과 사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정말 슬펐지만

'맘 정리하고 그냥 좋은 동생 하나 만들자' 라는 생각으로

종종 카톡을 하며 관계를 유지해나아갔죠.


그리고 한 달 쯤 뒤..


그 아이와 남자친구가 같이 등교를 하지 않고,

따로 등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여자아이는 힘이 없어보였죠.


직감적으로 헤어졌음을 알아차리고

위로를 해주려 했습니다.


이미 제 마음은 정리가 되어 좋은 오빠동생으로 잘 지내고 있었기에

힘들어하는 그 아이를 위로해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웃기죠.

위로를 해주며 연락도 자주 하고

등굣길도 같이 걸어가다보니

또 마음이 생기더랩니다.


용기가 생기자마자 고백을 했죠.

하지만, 또 거절당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전 남자친구가 사귀는 중에

그 아이에게 강제로 스킨쉽을 시도하였고

헤어진 뒤에는

온갖 이상한 소문을 남자애들에게 퍼뜨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직 섣부르게

연애를 못하겠다며 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죠.

그치만 이런 자신을 좋아해줘서 고맙다며

저를 꼬옥 안아줬습니다.


그땐 그 포옹의 의미를 몰랐지만

나중에 물어봤을 땐

'오빠가 좋은 사람 같아서 놓치긴 싫었어. 그래서 안아줬던거야.'

라고 답해줬죠.


아무튼 그 뒤로 그 아이의 아픔을 알게된 저는

위로와 동시에

저의 마음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밤 자기 전

노란색의 메모장 같은 노트에

편지를 쓰고 예쁘게 접어두고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 편지를 챙겨

그 아이의 버스가 도착하는 정류장에

미리 도착해 그 아이를 기다렸죠.


그리고, 그 아이가 내리면


"안녕? 오늘도 편지를 썼어. 반에 가서 읽어"


하며 어젯밤 쓴 작은 편지를 건넸죠.


그렇게 쭉 시간이 지나..


수능 전 날.


평소처럼

그 아이와 같이 하교를 하는데

그 아이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오빠 수능 끝나고 나한테 다시 고백해줄 수 있어요?"


마음 속으론 방방 뛰며 온갖 난리를 부렸지만,

겉으론 침착하게


"응. 꼭 그럴게. 조금만 기다려 줘."


라고 말하곤

버스를  태워준 뒤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저는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에 고백을 했습니다.

그 해 빼빼로 데이에 처음으로

코코넛 빼빼로와 다양한 종류의 빼빼로가 나왔었는데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었죠.


저는 그때 

온 동네를 다 뒤져서 그 모으기 힘들다던

빼빼로를 종류별로 다 모아

그 아이에게 주며 고백했고


제 첫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건 나중의 일인데

저는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을 좋아해

데이트를 할 때 마다

편지를 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제가 준 편지를

쭉 침대에 펼쳐 놓고 사진을 찍어

저에게 보내 준 적이 있는데

침대의 반이 꽉 찼었습니다.

허허..


그 후 제 연애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군대에서 일말상초로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편지를 몇 달간 쓰면서

매일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등교하고

수업시간에 졸던 제 모습을 생각해보니

참 풋풋하게 사랑했구나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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