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뭐부터 말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준비하였습니다. 듣다 보면 여러분들이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을 테고 꿈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1. 저는 무슨 이유인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겪어왔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지역명도 기억나지 않는 작은 시골마을로 돌아갔습니다. 마을 주변이 전부 빈 집이었고, 목적지에 도착해 녹슨 철문이 삐걱 이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와중에 당연히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큰 덩치의 큰 개가 저를 마치 오랜만에 본 사람인 양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그대로 힘에 못 이겨 뒤로 자빠졌지만,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핥고 반가움을 표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잠이 깨고 나서도 먹먹한 여운이 남아 잠시 텁텁한 가슴을 부여잡고 쓸어내렸던 적이 있었어요.
2. 짝사랑만 했었습니다. 내 생각에 정말 돋보이고 좋은 모습만 보고 있던 저는 항상 제 모습이 정말 초라하고 내세울 게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이틀 동안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내 심장을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었던 그 짝사랑도 잊은 것 같았는데 갑자기 꿈에 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 사귀었던 건지, 아니면 어떠한 관계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사람 앞에서 무릎 꿇고 울면서 빌었습니다. 다 내 잘못이라고, 다 내 탓이라고 반복하며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빌었습니다. 그 사람은 못내 저를 일으키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 입술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꿈이었어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 당시 며칠 동안 중에 그나마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3. 지금은 그 사람 때문에 생긴 상처들 덕분에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잊을 만 하면 갑자기 날치 떼 마냥 튀어오르는 이 기억 때문에 착잡해지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수업 전, 엎드려 자고 있는데 갑자기 볼 쪽에 따뜻한 감각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이제 일어나야죠.”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습니다. 이 사람이 여기에 어떻게 왔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당장 쏟아지는 졸음에 고개를 돌렸지만 다시금 내 양 볼을 잡고 입맞춰주는 그 사람의 모습에 방긋 웃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그런 꿈이었습니다. 그 때에는 꿈 이야기를 하고 큐원 하얀설탕 공장만큼 쏟아져나오는 단맛을 느꼈지만 지금은 모르고 씹은 반찬에서 흙내 가득한 칡맛을 느끼는 기분이 들죠.
4. 겪어봤다면 겪었을 거고, 나는 절대 안 겪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재입대 꿈입니다. 재입대 하는 꿈만 두 가지 경로로 여러 번 꾸었습니다.
첫 번째는 늦잠을 자고 샤시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몸을 일으키니 침대 옆에 복무할 때 입고 사용했던 내의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었습니다. 빨래를 다 갰을 정도로 내가 오래 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를 쳐다보며 너 다시 군대 가야 한다는 말을 하며 그 개어진 내의들을 가방에 직접 챙겨주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깼습니다.
두 번째는 이미 저는 입영장정이 되어 보충대에 있었습니다. 이 황당하고 뭣 같은 상황을 주변 사람들도 아는지 “아저씨는 전역했는데 왜 다시 여기 왔어요?” 라고 했지만 저는 모르겠다고 답하며 그 상황을 체념했다는 듯이 또 한 번의 군 생활을 겪었습니다. 그 춥고 배고픈 겨울의 훈련소에서 5주간 죽어라 버티고, 부대 배치를 받은 곳에서도 “아니 쟤는 왜 다시 입대한 거래?” 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도는 동안 보충대와 같이 다 잃은 표정과 모든 것들을 체념하고 수긍한 태도로 군 생활을 끝까지 마치는 꿈이었습니다. 꿈을 깨고 일어나자마자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억 한 구석에 남아있네요.
5. 이건 꿈은 아니지만 군머 냄새가 좀 나긴 합니다. 때는 제가 일병이었을 때입니다. 야간 근무와 제대로 쉬지 못해 일어나는 스트레스성 기운인지 아직도 알 수 없습니다.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근무 투입을 하기 위해 환복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은편에 있던 분대장은 “석호 너 근무있냐?” 라고 물었지만 저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너 근무도 아닌데 왜 환복을 해?”라고 재차 다시 이야기 했지만 “아닙니다. 저 근무 나가야 합니다. 근무 순번입니다.” 라고 하면서 하이바를 쓰고 단독군장을 채우려고 하자 분대장이 내 옷을 잡고 흔들며 “야 너 진짜 근무 맞아? 너 왜 그래?” 그때 고개를 흔들며 뭔가 깬 것 같은 느낌에 “아, 제가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곤 다시 장구류를 풀고 자려고 누웠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이 저를 보는 모습이 귀신 쓰인 것처럼 “근무 나가야 해.”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환복을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숱한 밤을 지내오면서 꿈을 꾸는 날과 꿈을 꾸지 않은 날들 중에 아직도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꿈도 있고, 이제는 그만 기억나도 될 것 같은 꿈이 가끔 기억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꿈을 많이 기억하고 싶지만 요즘은 그런 꿈이 잘 나타나질 않네요. 여러분도 오늘이나, 빠른 시일 내에 기억에 담아두고 계속 좋은 추억으로 남을 꿈 하나 꾸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