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공모전을 준비 중입니다.
제 첫 작품인지라 제가 맞게 쓰고 있는 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이든 자유롭게 피드백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리고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었다. 내 밑에 실력있는 직원들이 가득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내가 일하지 않고도 잘 돌아갔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
“지루하다…”
하지만 지루했다. 초창기에 회사가 휘청거릴 땐 재밌었다. 쉴새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하는 재미. 이제 그럴 필요가 없으니 회사에 대한 흥미가 팍 식었다.
“차라리 우리 임원들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좋겠다. 가서 조져버리게…”
진심이다. 그 만큼 심심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내가 직접보고 뽑은 놈들이니까. 믿을만한 놈들이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김 비서였다.
“어 무슨 일이야.”
“저 회장님… 그게….”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최근 회계장부와 재무재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부 고발이 발생했고 사건 확인을 위해 급히 회사로 와달라는 것.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알았어. 차 대기시켜.”
“예 회장님 이미 출발했습니다. 10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통화를 마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 앞으로 나갔다. 잠시 후 김비서가 벤츠를 끌고 왔다. 난 평소처럼 차에 올라탓다.
뒷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앞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이 느낌이다.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자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김 비서는 원래 과묵하지만 오늘 따라 더 조용했다.
‘뭔가 이상한데?’
창밖을 보았다. 여긴 회사로 향하는 길이 아니다.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룸미러로 김 비서와 눈이 마주쳤다. 불안한 눈빛. 차가 갓길에 멈췄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너 이새…”
김비서가 무언가를 뿌렸다.
‘씨발…이런 건 영화에서나 있는 거잖아…’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땐 팔다리가 묶인 채 공사장 한 가운데서 눈을 떳다. 난 이곳을 알고 있다. 회사 소유의 건설사가 개발 중인 아파트다. 김비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영화에 흔히 보이는 조폭들이 보였다. 그 중에 양복을 입은 놈이 말했다.
“일어났구먼. 그대로 자고 있으면 고통 없이 갈 텐데 아쉽게 됐어.”
비릿한 미소. 대충 상황이 보였다. 덩어리들이 분주하게 시멘트에 물을 섞었다. 위치는 지하에서 상층으로 이어지는 건물의 중심 기둥. 뻔하다. 난 이제 아파트 건물의 일부가 되어 죽는다.
“누가 시켰지?”
“곧 죽을 놈이니께 말해줘도 될랑가? 최사장이 당신 제끼라고 뽀찌를 쥐어주드라고 꽤 크게 말이여.”
피가 거꾸로 솟는게 느껴졌다. 최우식은 나와 창립부터 함께 했다. 탐욕스러운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죽음의 공포보다 배신의 쓰라림이 더 컷다.
“이 씨발 최우식 개새끼가!”
땅에 머리를 박았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뭘 어떻게 생각해봐도 내가 죽으면 가장 이득 볼 놈은 최우식 그 개새끼다.
“안타깝게 됐소. 이 것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께. 너무 원망하지 마쇼.”
그렇게 말하자. 덩어리들이 다가 왔다. 몸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했다.
“자…잠깐만! 돈은 내가 많이 줄 수 있어. 말해 얼마를 원하지? 깨끗하게 세탁된 돈으로 마련해줄 수 있어! 제발 부탁이야…살려줘! 살려달라고 이 개새끼야!”
처절하게 빌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야들아 안 튀어 나오게 깊이 묻어야한다잉.”
그렇게 잿빛 어둠에 뭍혔다. 숨이 막힌다.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더 깊게 잠긴다. 점차 의식이 흐려진다. 더 이상 발버둥 칠 힘조차 남지 않았다.
‘아아…허무하다…똑바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은 개인의 탐욕을 위해 산다. 나도 그렇고 남들도 그렇다.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탐욕은 봤어도 악의는 보지 못했다. 후회가 몰려왔다. 능력은 봤어도 인간은 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무의미한 잡념만이 올라왔다. 주마등처럼 인생이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건…
[당신은 마신에게 선택받았습니다]
메시지 창이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땐 완벽한 어둠 속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땅에 발을 디딘 감각은 느껴졌다.
‘저승인가?’
지금도 시멘트 속으로 빨려들어가던 공포감과 배신의 쓰라림이 생생하다. 그런데 차가운 공기가 폐에 들어오는 느낌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잠시 어둠 속을 걸었다.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이미 한 번 죽기도 했고 여기가 정말 저승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다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다.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지금 상황에서 핸드폰을 찾는 자신에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빛이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갑자기 밝아졌다.
주변히 환해지니 이 곳이 돔 형태의 커다란 광장임을 깨달았다. 천장은 막혀있었고 알 수 없는 발광체가 빛을 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여러 통로와 거대한 문이 있었다. 하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죽기 전에 봤던 기이한 메시지 창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신은 던전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다음에 규칙에 따라 세력을 확장하고 생존하세요.
1. 보유한 마나가 0이되면 던전과 주인 모두 소멸합니다.
2. 마족은 저 마다의 방식으로 마나를 생산하고 일부는 던전에 바쳐집니다.
3. 상태창을 열어 던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일순간 당황했지만 금방 냉점함을 되찾았다. 이상한 일이 계속되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죽기전에도 비슷한게 보였지.”
마신에게 선택받았다.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메시지엿다. 그 땐 헛 것을 보는 줄로만 알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잘 못 본 게 아니다.
그렇게 한 동안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주의 깊게 읽었다.
“마신에게 선택받고…던전의 주인이 되었다. …세력을 확장하고 생존하라?”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합리적인 경우의 수를 찾지 못했다. 마신이라는 작자가 날 이 곳으로 소환했다. 그리고 내가 던전의 주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중2병 판타지 소설 같은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어이가 없네. 기업의 회장이었던 내가 배신당해 죽고 이상한 곳으로 왔다 싶더니 갑자기 던전 운영을 하라고?”
마신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도, 그 존재가 나를 이세계에 떨어트려 놓고 일을 시키려고 한다는 것도 모든 게 비상식적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최우식의 배신도 그 마신이라는 작자의 수작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네.”
한동안 지루해 미칠 것 같았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이 비현실적일 지언정 아주 흥미로웠다. 이제 여기가 어디든, 현실이든 꿈이든 상관없어 졌다.
‘좋아. 던전운영? 해주지. 회사나 던전이나 그게 그거지!’
목표가 정해지자 머리가 맑아졌다. 나는 바로 다음 단계로 생각을 옮겼다.
‘마신이 원하는 건 던전을 키우는 것. 구태여 날 골랐다면 분명 회사경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회사경영이란 결국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 단계는 게임의 규칙을 잘 파악하는 것. 난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이미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주고 있다. 다시 한 번 메시지창의 3가지 규칙을 살펴봤다.
1. 보유한 마나가 0이되면 던전과 주인 모두 소멸합니다.
마나는 아마 회사로 따지면 돈 일 것이다. 회사 또한 돈이 없으면 죽는다.
‘어라? 나도 같이 죽는거야?’
이건 좀 무섭다. 마나가 바닥나면 던전과 함께 소멸한다니 내가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2. 마족은 저 마다의 방식으로 마나를 생산하고 일부는 던전에 바쳐집니다.
마나의 생산 주체는 마족인 듯 하다. 그런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산한 다는 건 이해가 어려웠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보인다.
‘던전에 바쳐진다라…자동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늬앙스네.’
이 역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생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3. 상태창을 열어 던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은 어떻게 열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상태창이 보였다. 아마 내 의지에 따라 조작할 수 있나 보다.
[던전 관리 시스템]
던전 lv 1
보유마나 2600 일일 마나소비량 800
다음 레벨업까지 필요한 마나 10000
소환가능한 악마 66666/4
보유가능 악마 5/4
소환된 악마 [슬라임][해골병사][하급음마][거미여왕]
권능목록 [던전의 주인][천지개벽][마의 절대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로지 보유마나와 일일 마나소비량이라는 항목만 보였다.
“…씨발.”
지금 자산이 2600인데 일일지급액이 800이면 앞으로 4일 후면 파산한다. 다시 말해 4일 동안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난 또 죽는다.
‘조졌다. 아직 알아야 할게 산더미인데 시간이 없어. 애초에 지금 마나가 생산되고 있는 지조차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과거 마나생산량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상태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재무재표 같은 친절함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러면 앞으로의 경영방침을 정하기 어렵다.
‘일단 마족을 만나봐야 겠어.’
소환가능 악마라던지 권능이라던지 신경쓰이는 건 많았지만 마나생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직접 직원들을 만나보지 않고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 관리자가 새로 부임했으면 직원들과 안면부터 터야하지 않겠는가?
“….”
그런데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광장에 갈래길은 저 거대한 문을 빼놓고도 6개다.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만나서 대화가 통할 상대인지부터 확실하지 않았다. 상태창에서 본 소환된 악마가 마족이라면 최소 슬라임, 해골병사, 거미여왕은 발성기관이 달려있지도 않을거다.
‘일단 이동하자…움직이면서 어떻게든 정보를 모아보자.’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다섯 걸음 정도 이동했을 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발소리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리….제가 늘 불은 끄고 다니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마나 아깝다구요…“
그러나 발소리의 주인은 한 명이었다. 8개의 발을 가진 거대한 거미 위로, 백발의 머리와 여성의 상반신을 가진 거미여자가 나를 발견했다.
”어라…인간이 들어왔다고는 못 들었는데요…“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점차 빠르게 다가왔다.
”뭐…상관 없나요…잘 먹겠습니다…“
위아래로 군침을 흘리는 거미여자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찾았다! 생산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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