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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때 일어난 일...
우리 학교는 산을 깎아 만들어서 등교하려면 산을 올라야 하고 운동장 옆에는 무덤들이 있다.
그리고 매 년 6학년 여름에 '달빛 마음 건내기' 라고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학교에서 반별 무대, 요리해먹기, 여장남장대회 등 여러 활동들을 하고 일정이 다 끝나면 반에 돋자리를 펴고 모여서 자는 행사다.
나는 이벤트를 계획하는 입장이었고 선생님들과 몇명의 친구들과 함께 행사 하나를 준비했다.
바로 담력체험...
불이 꺼진 학교 안에 쪽지들을 숨겨놓고 분장을 한 후 애들을 놀래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우리는 창 틀 사이, 소화기 밑, 소화전 안, 화분 위 처럼 찾기 힘든 곳에 쪽지들을 숨겼다.
그러다가 무서워서 찾기 힘든 곳에도 숨기기 시작했다.
과학실 책상 위, 음악실 피아노 건반 위, 신발장 안...
그러다가 그 일이 터진 것이다.
나랑 친구들 두명이 숨어서 애들을 기다리는데 과학실쪽에 누군가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당연히 과학실 문 앞에서 들어간 친구를 놀래키려고 숨었다.
분명 의자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아이의 모습은 들리지 않고 3분쯤 기다렸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몇 발자국 과학실에 들어갔을때...
우리가 본 것은
하얀 두 다리...
그것뿐이었다
하얀 다리가, 다리만 서있던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들어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분명 뒤돌아 있던 발이
우리가 그것을 보고 헉 하고 놀란 소리를 내자
우리를 보고 뒤돌아섰다...
발가락이 우리를 향했고 갑자기 다리가 걸어오려는 듯 움직였다.
우리는 진짜 혼비백산이 돼서 소리를 지르며 과학실을 뛰쳐나갔고 복도에서 겁에 질려 뛰어다녔다.
혹시 그 다리가 우리를 따라올까봐 계속 뒤를 확인하며 뛰었다.
그러다 선생님을 만났고 우린 과학실에서 본 것을 설명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둠에서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등을 토닥이고 우리를 체육관으로 모았다.
우리의 비명소리가 워낙에 컸는지 학교 안 모든 학생들이 비명을 들었고 이에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모두 체육관으로 모았고 나랑 같이 다리를 본 아이중 한명은 울기 시작했고 달래주려 모인 아이들한테 우리가 본 것을 설명했다.
그렇게 아이들 사이에서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우는 아이들, 장난취급하는 아이들 등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
그래서 선생님이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우리가 잘못본거고 아무것도 없으니 겁먹지 말고 담력체험은 여기서 마치자고....
그렇게 우리의 담력체험은 약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아직도 나는 이 일이 꿈이나 헛것을 본게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 다리를 봤을때의 소름이 온몸에 듣는 느낌과 약간 스산하게 퍼지는 물비린내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리는 학교 옆 무덤에 있던 아이가 같이 놀려고 왔었나보다 라며 우리가 본 것을 잊기로 했다.
하지만 그 창백하고 새 하얀 두 다리는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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