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에는 그늘이 필요해서 그 안에서 쉬어야 한다.
하지만 막상 진짜 그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그늘은 단순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나무그늘이 아니라 감정의 그늘을 말한다.
수 없이 쌓이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으로 변한 사람들과
그러한 시대에 더욱 만연해져 버린 혐오범죄. 서로의 혐오가 이어져
그 혐오가 범죄가 되었고 그 범죄가 이어지며 지금의 흐린 날이 이젠
저 외국뉴스에서 나오는 폭력시위같이 연막탄과 화염병이 나돌까봐
점차 무서워진다. 말 없는 비난과 무시가 밖으로 역병처럼 퍼져서
서로를 죽여야만 누구 하나를 매장시켜야만 끝나는 이 의미는 없고
죽어가고 병들어가는 싸움 속 어디에서 우린 그늘을 찾아야 할까.
아니 그늘이 있을 땅 조차 이제는 서로의 화산재와 용암 때문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누군가의 위에 서 있고 싶다고 생각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오늘도 얼굴 없는 그물에서 서로를 살해하려 하는
육신 없는 투기장이다. 하지만 패하면 육신이 죽는 절망의 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