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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년동안 전해주지 못했던 이야기

토비맥과이어
2020-01-07 19:36:37 3533 45 4

안녕하세요. 저는 성태님의 방송을 4년 동안 봐온 평범한 트수입니다.

4년 동안 보면서 수도 없이 재미있는 방송을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처음에 침착맨님 방송 볼 겸 하스스톤 배우러 트위치로 넘어왔을때, 쫑알쫑알 대면서 투기장을 돌리는 사람이 있길래 그냥 배우러 들어갔다가, 입덕당했습니다. 17년에 트레벨로 이사 간 뒤, 매일매일 레전드 방송을 보면서 공부도 마다하고 즐겁게 방송을 봤습니다. 저는 늘 성태님이 공방에 나간다면 선물이라도 챙겨드리고 싶었습니다.

2017년 12월 16일에 성태님이 배틀런 이라는 공개방송에 나가신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저 또한 엄청 기대했습니다. 장소도 학교에서 가까운 연남동이라기에, 저는 공부고 뭐고 팽개치고 방송을 보러 갔습니다.

18시쯤 되어서 성태님이 동숙님이랑 같이 들어오시더라구요. 긴장을 하신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안 긴장한 모습 보여주려고 많이 웃으시더라구요.

방송은 시작되었고, 게임은 성태님 뜻대로 잘 안되더라구요. 잘 안되니까 자신감도 많이 잃으시고,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잘 안되시니까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계속 성태님께서 죽으니까 방청석에서 어떤 트수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얍얍님은 왜 이렇게 못하세요?"

사실 완전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못하냐 였는지 재미없냐 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 죽고 말이 없으니 답답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겠죠. 다른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도 키킼 대며 웃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뒤에 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무척 상했을 것 같았습니다. 성태님께서 아마 님께서 와서 해보라고 받아쳤던것 같지만, 기분이 꽤 상했던 것 같습니다.

여튼 보다가 8시쯤에 일이 생겨서 잠깐 나갔다가 9시 10분쯤에 왔는데 그 때는 동숙님께서 방송을 준비하시면서 성태님께서는 의자에 앉아서 쉬고 계시더라구요.

성태님께서는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 불타던 얍게더를 보고 있었겠죠. 표정이 매우 어두웠는데, 분노보다는 오히려 아쉬움,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좀 더 잘했으면이라는 그런 마음을 얼굴에서 느꼈습니다.

저는 그런 성태님의 표정을 보면서, 사진을 도저히 찍어달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더라도, 그러질 못했을 것입니다. 아쉬워하면서 자신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글을 보고 있는 사람한테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그렇게 글을 보다가, 그냥 고개를 푹 숙이시다가, 성태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집으로 가더라구요. 그 때까지 저는 뭐라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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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위로의 한마디라도 할 걸 그랬습니다. 미안했다고, 성태님이 치킨은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얼굴만 봐도 즐거웠다고, 웃음 짓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이죠.

그 이후에 저는 늘 채팅창이 불날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과몰입일 수도 있지만, 그걸 부정하진 못하겠네요.

늘 이 이야기를 마음에 두고 말하지 못했던 까닭은,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늘 방관하는 것을 넘어서면 과몰입이다, 찐이다, 그런 말들이 붙었고, 저는 그런 말들을 듣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방관자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는게 너무 미안하면서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아니까 좌절감도 들더라구요.

그래도 성태님은 정말 많이 노력하셨어요. 1개월 팔로우 제한을 걸더라도, 일름보 시스템으로 이상한 말을 쓰는 사람들을 밴해도 그런 사람들은 다시 되돌아왔지만, 참으면서, 우리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했죠.

특히 깨는 게 불가능한 점프킹 같은 게임을 못 깨더라도, 나중에 궁시렁대면서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그치만 방송을 끄고 혼자서 얼마나 외롭게 속을 썩이셨을까요.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나 좌절했을까요. 매일 의자에 걸려있는 옷들이 그 마음을 풀어줬을 증거라도 되어서 다행입니다.

아무튼, 저는 성태님이 과연 스트리머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태님은 우리들을 존중해주면서 떠났습니다.

마지막에도 시청자들한테 욕을 박고 가버릴까 라는 말을 했던 것처럼 쌓인 게 정말 많았을텐데, 오히려, 즐거웠으면 됐다며 원망을 풀지 않았습니까. 존중하는 건 정말 쉽지 않지만, 그래도 부탁한 것이잖아요? 단 1초만, 참는게 어렵진 않잖아요.

아무튼, 성태님과 함께 했을 때 늘 즐거웠습니다. 같이 펜도르를 여행하고, 마리오가 되어 세계를 탐험하며, 미국을 횡단하며 배달하였고, 수많은 어두운 영혼들과 싸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방송하며 즐거운 시간을 우리에게 주었고, 혼자 밥을 먹으며, 고양이들과 놀며, 여러 추억거리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20대에 좋은 기억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어려웠던 순간들마다 늘 웃음을 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삶이 힘들 때, 포기하고 싶었을 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사진은 못 찍었지만, 행복한 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하얀 패딩을 입고 멍하니 있던 당신에게 위로의 한 마디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용감하게 얘기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꼭이에요.


늘 성태님을 좋아했던 트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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