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양 0

나는 오늘 햇빛을 보려고 외출을 했다.

목적지는 아직 없다.

일단은 배고프고 하니까 밥을 먹으러 가는게 좋겠다.

밖에 비가 조금은 내린다길래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이미 비가 그쳤다.

우산을 괜히 들고 나왔다. 귀찮다.

햇빛을 보려고 했는데 구름이 많아서 낭패다.

아 오늘 목요일이구나 장이 들어섰다.

과일 야채 해산물 분식이 오는데 그래서 종종 예전엔 여기에서 닭강정이랑 어묵을 먹곤 했다.

현금만 가능한데 마침 만이천원이 있으니까 돌아갈때 닭강정이나 좀 사가야겠다.

구름이 엄청 끼어서 빛은 구경도 못하는구나

비타민D 회복을 위한 산책은 이렇게 실패다.

집 주변에 새로 생긴 식당이 있는데 삼거리라서 여길 가려면 횡단보도를 2번 건너야한다. 번거롭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있어서 새로운걸 보면 체험해보는걸 좋아한다.

집 주변엔 큰 병원이 3개나 있어서 약국이 참 많다.

약국 문에 동의보감 최고 명약이라고 황제가 먹던 70년 전통의 경옥고를 판다고 광고하는데 어디에 좋은 물건인고

식당에 도착했다.

창가가 보이는 곳에 혼자 앉았다.

왠지 내가 고독한 미식가가 된 기분이다.

여긴 국밥 전문인데 정말 다양한 국밥을 팔고 있다.

순대국밥, 수육국밥, 콩나물국밥, 순두부국밥, 따로국밥, 육개장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김치를 정량 덜어서 주시는데 가위랑 집개를 주는 곳은 또 처음 보는 것 같다. 보통 항아리에 김치 자기가 덜어먹는 곳에서만 자기가 잘라서 먹던데.

김치 2개랑 깍두기 3조각, 양파를 주셨다.

부대튀김 세트란걸 시켰는데 부대국밥에 떡튀김만두를 줬다.

이렇게까지 다 얘기하면 위치를 다 알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도 검색을 해보니 체인점이라 여기저기 많이 있다. 다행이다.

특이하다. 부대찌개에 물만두가 들어있도 떡만두 튀김에 만두도 물만두를 튀겼다.

매장에 혼자 있었는데 새로운 모녀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나저나 부대찌개 국물을 마셨는데 음? 전혀 부대찌개 맛이 안난다.

약간 육개장 맛이다. 햄은 종류별로 있는데. 콩을 안넣어서 그런가?

팽이 버섯등이 있어서 정말 육개장 맛이다.

데리야끼랑 마요네즈 소스랑 튀긴 떡만두가 생각보다 괜찮다.

타코야끼 느낌이구나

옆을 봤더니 햄, 치즈, 만두, 떡 어린이 입맛에 딱 맞는 세트라고 써 있다.

아니 이렇게 큰 고추가루랑 고추기름 둥둥 떠 있는 찌개를 어린애가 어케 먹어.

떡만두튀김은 배불러서 못먹겠어서 포장을 했다.

1인세트였는데 역시 무리였다.

다 먹어면서 느낀건데 국물이 뭔가 육수였던것 같다. 돼지뼈 같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걸 쓰고 있는데 어떤 이모님이 “아니 내가 투썸플레이스까지 오라니까 왜 거기까지 가” 라고 얘기하자 한 이모가 “아니 그렇게 유식하게 얘기하면 내가 아냐?” 라고 투덜대신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투썸플레이스는 영어로 적혀 있고 그래서 이모님들에게 좀 무리일수도

식사도 했으니 이제 겟썸쥬스를 해야겠다.

커피는 써서 별로 안좋아한다.

근처 커피숍들은 커피 전문이라 조금 더 걸어서 쥬스도 같이 파는 커피숍으로 갔다.

이제 닭강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 역시 사람은 화장실 들어가기 전 과 나갈때의 마음이 다르구나. 배부르니까 먹을 욕구가 없어졌다.

이른 저녁식사라서 사가서 밤에 배고프면 먹을까 했는데

그 일은 배고프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커피숍이 200-300미터라서 꽤 멀다. 귀찮다.

거의 도착해서 계획이 변경되었다.

샌달이 거의 8년정도 신은건데 끈이 뜯어져서 한쪽발 다친 사람처럼 질질 끌고 30m 거리의 슈퍼에 들려서 삼선슬리퍼를 샀다.

그리고 겟썸쥬스는 그냥 슈퍼에 파는 오렌지쥬스로 대체되었다.

이제 시간이 6시가 되어가니까 더 어두워져간다.

슬리퍼 앞쪽이 원래 이렇게 아픈가? 발가락이 조금씩 쓸린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방송 켜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