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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컨텐츠 - 맥거핀

케이아
2022-11-20 23:42:37 56 1 0

아침에 일어나 따스한 햇살을 맞는다.

살구내음 비누를 얼굴에 문대고 차가운 물로 씻어 내리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은 간단한 프렌치 토스트.

그마저도 과정을 간략화해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계란을 까고 식빵을 얹는다.

약불로 적당히 뒤집어가며 타지 않게 구워내고는 케첩을 뿌리면 마침내 아침이 완성되는 것이다.

집을 나서며 한입, 삼분지 일의 분량이 사라졌다.


차들이 붐비는 도시를 거닐며 버릇처럼 항상의 낡은 서점에 잠시 들른다.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엄지공주.

보았던 이야기들 뿐이지만 그 속에서도 늘 새로움은 느껴진다.

책을 펼치면 마치 처음이라는 듯이 새롭게 느껴지는 문장들의 나열.

토스트를 다시 한입, 조금은 작게 베어물어 원래의 반절이 남았다.


서점의 뒷문으로 나와 골목길을 돌아가다 보면 낡은 구멍가게가 있다.

들어오는 물품은 없지만 새로 나온 물건을 찾는 듯이 한 바퀴를 크게 돌고는 연필 한 자루를 챙겨 이윽고 나온다.

노트를 열고 작문을 한다.

'코를 찌르는 쇳내, 뒤집혀 걸려 어지러워지는 머리, 다시 눈을 감으며 한 걸음'

토스트를 크게 베어물고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대여섯 문장을 적으며 동내를 한 바퀴 다시 집에 돌아오면 책상에 앉아 글을 이어나간다.

'웅덩이에서 악마가 나와 제안을 했다. 살려주겠노라고, 꿈을 꾸게 해주겠노라고. 멈춰있을 수 없는 나는 눈을 감으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윽고 다시 책상앞.

눈을 감고 길을 걸어본다.

바닥은 너무나 깊기에, 저 앞은 너무나 어둡기에, 하늘은 눈이 아플정도로 붉었기에.

걷기위해 눈을 감는다.

이윽고 다시 한 걸음.'


눈을 뜨면 또다시 해가 떠있다.

눈이 아파올 정도의 따스한 햇살.

아침은 오늘도 프렌치 토스트.

케첩은 뿌리지 않는다.

집을 나서며 눈을 감고 한 걸음, 그리고 한 입.

껍질이 씹혀도 마다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작게 베어물어 삼분지 일이 사라졌다.


미처 글을 완성하기 전에 제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연필이 부러졌다.

심호흡을 하며 미완성의 글을 읽어본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 난해한 단어의 나열, 맥거핀 뿐인 스토리와 결말조차 없는 글의 마무리.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이내 길을 나섰다.

토스트는 크게 한 입 베어물어, 원래의 반절만이 남아있다.

더 먹을까 하다, 이내 바닥에 내던지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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