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월 27일
『
음, 좋은 아침.
- ……
안 자고 있는 거 다 안다.
- …… 아, 또 뭐. 왜 귀찮게 하는데.
그럼 딱히 할 일이 있나?
-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지금이 아침인 건 어떻게 아냐?
밖에 돌아다니는 저 야나리라는 일본인의 생활패턴을 통해서지. 마음만 먹으면 초를 세서 항상 정확한 시간을 알 수도 있지만, 딱히 귀찮아서 할 생각은 없어서 말이다.
- 야나리? 이름 한 번 이상하네. 어차피 나는 눈을 뜰 수도 없어서 저 남자를 볼 수 없어.
……눈?
- 왜? 그럼 여기서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건 눈뜨고 보는 거지.
음, 그런가. 눈이 있는 건가. 아무튼 너는 어떻게 하다 이곳에 왔지?
- 자연스럽게 대화주제를 바꾸네. 그것도 자신이 궁금한 쪽으로 말이야.
역시 답해줄 생각은 없겠지?
- 엿이나 먹어라.
조금 작작 까부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나?
- 아이고, 날 잡아먹기라도 하시게요? 무서워라.
내가, 널 먹는다고?
- 뭐, 뭐야? 왜 흔들리는 것 같지? 그것도, 실험관 하나가 아니라……
아, 별 것 아니다. 내가 좀 격하게 웃었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에 때도 안 낄 만큼의 호두같은 걸 먹겠나?
- ……호두?
내 발로 무심코 쳐도 네 목숨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나름 신경써서 널 배려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두거라.
』
자유 일지
오늘 대규모 지진과 정전이 났었다. 무슨 일인가 연락해보려고 해도 아무런 말도 없고, 뭐야? 이런 일이 평소에도 자주 일어나는 일인가? 아니면 좀 비상사태라는 것이라도 있던가. 혹시 몰라서 요괴들이 있는 쪽으로 들어가봤는데 딱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확실히 이 몸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몸이 갈려나간단 말이다.
거의 방치 수준으로 이 몸을 내버려두고, 뭘 하라고도 딱히 언급되지 않는다. 이건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아니면 위화감을 느껴야 할 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 몸은 시키지 않는 한 열심히 할 생각이 없다! 역시나 내가 죽을 뻔한 위기로 몰아넣은 잘못도 있으니까 이건 다 니들 잘못이라고. 지진이 나든 어디가 폭파되든 습격을 당하든 내 알 바야?
자, 아무튼 이번부터 좀 제대로 된 요괴 탐구 시작이다. 저 이상한, 늑대같은 안개인지 안개같은 늑대인지 저건 내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까 대충 무시하고 신경쓰지나 말자고.
대조군:F341
대조군 등급:Salus
실험군:F414->F341
실험군 등급:Instabilitas
-다른 요괴들은 제대로 된 형체가 있다지만, 이건 진짜 '뇌'밖에 없다.
-뇌에 어떤 이상한 무언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진짜 만화에서나 보던 통속의 뇌처럼 뭔가 뇌 주위에 선이 연결되어 있다.
-뇌 아랫부분, 척수로 이어져 있어야 할 부분이 특히 다른 주변 부분보다 더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게 마치 뱀의 몸처럼 길게 쭉 뻗어가는 형태 같다.
-전선과 관 같은 걸로 꼬여져 있는 것이 뱀의 몸 형태라고 한다면, 뱀의 머리가 뇌인 것이고 부가적인 것들이 뱀의 몸을 담당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의 뇌는 이런 구조구나…… 원래 이런 반원형이라고? 그런데 이걸 살아있다고 해야 할 지 죽어있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몸에 있는 기억 속에서 뇌는 연분홍색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약간 하얀 부분과 회색 부분으로 되어있다. 왜 색깔이 이렇지?
-몇 번 더 관찰한 결과 이 뇌는 요괴의 것이라거나 요괴 그 자체인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적출된 뇌' 그 자체인 것 같다.
-이 전선들과 관들은 이 뇌에서 시작되어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나…? 아니면 이 뇌가 전선의 종착역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요괴들에 대해서 자세히 내막을 알 수는 없다. 이건 '관찰'이라는 것까지만이라고 다시 암시하고 있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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