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그녀는 지금 자신이 걷는 길이 너무 힘들다며, 너무 무섭다며 나를 찾았다.
그녀가 나를 처음으로 먼저 찾은 연락이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는게 낫지 않을까 하며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 나는 작은 방 안에서 그리는 이상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는 길은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고, 그가 막연하게 바라는 새로운 길은
그저 지금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었다. 좋아했으니까,,
어린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의 어려움에 그 동안 바라왔던 길을 포기하는 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 아닐까요?,,"
"제가 옆에서 당신을 응원할게요. 부디 지금까지 당신이 바라왔던 꿈을 지금의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랄게요. 당신이 이 고난을 이겨냈을 때 더 나아진 내일이 있기를, 꿈에 더 가까워진 당신이 되기를."
좋아했던 만큼 떨렸고, 좋아했던 만큼 냉정해졌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연락이었다.
지금와서 돌아보니 그때 그녀가 바랐던 건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응원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응원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항상 그녀가 건내는 미소에 가슴이 떨렸다.
내가 보내는 편지에 웃음지어 주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 따뜻한 분위기에 빠져 살았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를 존경했다.
그녀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가 남지만,
오랜시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시간만큼 멀어졌지만,
나는 기억 속의 그녀를 여전히 놓지 못한다.
아름다웠던 그 사람의 모습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성은 그녀를 놓았지만, 가슴에 남은 기억은 그녀를 놓지 못하나 보다.
좋아했지만,
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온전한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 작은 사람의 후회가 그녀를 잡는다.
-사랑의 처음이 남기는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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