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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29 아재의 혼돈속 군복무 일대기

바사칸치느
2018-09-26 23:32:11 33 0 0

공부하며 틈틈히 사연을 써봅니다. 

안 읽힐지도 모르지만서도

그냥 공시생 아재의 푸념이라 생각하시고 읽어나 주세요.


때는 21살이 되어 저는 누구나처럼 입대를 하게 됬습니다.

그때 난생 처음 어머니가 저때문에 우시는 걸 보고 

내가 잘 산건가 아닌건가 복잡했던 기분으로 펑펑 울며 들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그때만해도 몰랐죠.

내 군생활이 그런 혼돈 속에 이루어질 줄은.....


보충대에서 훈련소로 들어가 한참 적응중이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빡센 훈련에 지쳐 간신히 누워 오늘이 지나가는 구나 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교들이 들어와 저희들을 깨우기 시작하더군요.

원래 식사와 수면은 기본권보장이라 해서 조교들도 함부로 건드리는 일이 없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시간이 되면 원하든 아니든 먹어야하고 자야만하니까요.

그런데 언제나 험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던 

조교들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혼내러 온 것도 아니더군요.


저희들에게 어떤 사람들 사진이 프린트된 종이를 돌리더니 

아는 사람이 있는가를 물어봤습니다.

빨간 수면등에 비춰 본 그 사람들은 군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은 없었기에

저는 지친 맘에 그냥 잠들었었습니다.


다음날 죠교들이 이야기 하는걸 엿듣자니 어디서 전함 하나가 가라 앉았다고 하더군요.


천안함이 가라앉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훈련소에 tv도 없어서 저는 당시 밖에서 어떠한 혼란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안에서는 조교에서 간부들까지 전쟁이 나면 어떻게해야 할까라는

공포와 혼란에 물든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저의 군생활은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로 시작됬습니다.


그뒤에 이등병이 되어 자대배치를 받고 

주특기로 81미리 박격포를 받거나 

20kg 무전기를 지고 가다 넘어져 발목이 부러지거나

국에 밥말아 먹는다고 뒤통수를 처맞는

그런 평범한(?) 군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버티던 어느날

일병이 된 저는 주특기 훈련을 마치고 

박격포를 정리한 후 

지친 몸으로 생활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tv소리가 들리더군요.

본래 일과 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tv를 틀면 안되고 

제가 있던 생활관이 중대본부실 앞이라

간부들에게 걸리면 혼날텐데 

또 선임님놈들이 생각없이 뇌흐름대로 켰구나하고 

한숨을 쉬며 생활관에 들어 갔습니다. 


근데 왠걸

중대 모든 간부들이 저희 생활관에 모여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했죠.


저녁때가 되어 해질녘 붉은 빛이 창문으로 흐르는 가운데

화면속 어떤 섬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고

긴박한 기자의 목소리만 생활관에 울려 퍼지는데

선임들도 간부들도 단 한마디도 못한체 그저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저도 멍하니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죠.


연평도에 포격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최고 경계태세가 떨어지고 

저희는 두어달을

전투복을 갈아 입지도 못하고

총을 안고 잠자리에 들며

아침마다 위장크림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일주일 매끼니마다 군장을 싸는 전투준비태세를 일과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 경계태세가 풀릴때까지 짜증난 선임의 스트레스를 감당하는건 덤이었구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고

 저는 일병 1차 휴가를 나왔고

순식간에 부대 복귀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1차휴가 특유의 휴가복귀날에 죽고싶어니즘을 견디고 있는데  

부대 들어가는길에 이 오더군요.

 

강원도고 군부대니까 눈은 당연한거라 생각하시겠죠.

저도 그날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강원도에서도 100년만에 오는 폭설이라는걸 알기 전까지는요.


두어달간 총은 들어보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삽만들고 눈만 치워야 했습니다.

도내의 마을,도로,시설에 쌓여있는 

제 키만한 눈과 전쟁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일만하다 죽는 일병이라고 온갖 제설장비 사용법을 

다 마스터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설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사는곳이 부산이라는게 함정이지만요.)


그래도 그뒤는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발목수술때 박은 나사열몇개와 철판을 다시 수술로 제거 하거나

다른 중대에 간 훈련소 동기가 총으로 자살하려다 턱과 코만 날아가거나

옆중대 손목 그은 아저씨를 업고 의무실로 뛰어간다거나 하는

평범한(?) 군생활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저도 전역을 2주 앞두고 

드디어 말년휴가를 나오게되었습니다.

시내에서 놀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연락을 하시더군요.


"니 괜찮나↗ ?"

"음? 뭐가↗?"

"부대에서 연락은 없드나..?"

"아니 없던데? 와? "

"사람이 죽었댄다."

"죽어? 누가? "

" 김정일 "

" .......?! "


군생활 마지막까지도 스펙타클한 일이 터지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억지로 휴가자를 복귀 시키는 일은 없었고 

전역 하루남은 병장을 건드리는 일도 없이 

저는 무사히 전역을 했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추신. 

그뒤로 강원도는 발도 안붙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제가 발들이면 뭔일 터질까봐서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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