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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없는 저에 대한 일기

찌박이__
2020-10-10 22:19:53 414 20 10

비밀글로 하려다가, 굳이 태은님만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이라도 아픈 분들이라면 읽어도 좋을 거 같아서 공개글로 쓰려고 해요.

태은님 방송을 본 지는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물론 비로그인으로 더 많이 봐서 누군지는 모르실 거예요.

처음 방송을 보게 된 건, 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핫클립에 뜬 걸 보고나서 였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와 되게 이쁘시다, 방송 한 번 봐봐야지." 이러고 들어갔던 방송이었는데,

앉아서 막 혼자 즐겁게 춤추시고, 웃을 때는 엄청 호탕하게 웃으시고, 배그 치킨 먹어서 좋다고 막 방방 뛰어다니시고,

우리랑 정말 다를게 없으시네, 그냥 보고 있으면 같이 웃게 되는 기분 좋은 방송이어서 챙겨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는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었어요. 집에 엄청나게 돈이 많다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전적으로 부족함은 느끼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됐고, 생각보다 공부가 잘 돼서 최상위 대학교를 들어가게 되었고, 졸업하고는 바로 높은 연봉을 주는 직장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수면제와 우울증약을 달고 살았어요. 그리고 너무 무거워지기는 싫어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울증 약을 끊은 지금은 그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있어요.


저는 태은님처럼 평소에 웃음이 정말정말 많았어요. 그 웃는 습관 때문에 팔자주름이 심하게 생겨서 아직까지도 잘보이고,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이나 "너는 항상 웃고다녀서 보면 기분이 좋아." 라는 말을 매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올해 갑자기 심해진 우울증에 대처를 하지 못했어요. 우울증의 계기는 가정의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해서 그냥 모든 일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우울한 나는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닥치는대로 병원을 가고, 상담센터를 가고, 관련된 유튜브영상을 마구 찾아보고, 괜히 노래만 계속 듣고 있고, 이렇게 3개월 정도를 정말 사람같지 않게 살았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태은님이 가슴을 중간중간 계속 부여잡고, 숨을 한번 깊게 마셨다가 후 내쉬고 하는 모습을 여러번 봐서인데요,

가장 심한 증상이 저도 가슴이 꽉 메어서 숨도 쉬기 힘든 경우가 생기는 거였어요. 좋아하던 음식이었는데도 반그릇정도 먹다보면 숨이막혀서 더 못먹는 일도 다반사였구요. 혼자 우는 일이 거의 없었던 저였는데, 이 때는 한 2개월은 정말 매일매일 밤마다 혼자 30분정도는 집 옥상에서 울고 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집에 들어오면 저는 밝은 아들이었어야 했어요, 제가 우울증약을 먹고 있고 매일 울고있다는 사실은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때는 정말 좋아하던 트위치 방송도 보지 않았어요. 저는 원래 얍얍님 방송, 동수칸님 방송, 태은님 방송 이렇게 3개를 노트북, 태블릿, 핸드폰에 각각 켜두고 볼륨 조절하면서 봤을만큼 저녁시간의 일상으로 여기던게 트위치 방송이었는데, 방송을 들어가면 모두가 웃고 있으니까.

나도 분명 저렇게, 저렇게보다 훨씬 더 잘 웃고 살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대비되어서 방송을 보지 못했어요.


그렇게 몇개월을 보내고, 정말 이런생각 저런생각 나쁜생각도 많이 했었는데요, 어쩌다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걸으러 밖으로 나가는 거였어요.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절대로 이어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평소에 우리는 운동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걷거나 뛰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그냥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걷다가, 전력질주하다가를 반복하면서, 지나가는 차소리를 듣고, 지나가는 사람소리를 듣고,

전력질주 이후에 빠르게 뛰는 내 심장소리를 듣고, 뛸수록 조금씩 무거워지는 내 몸 자체를 느끼면서 정말 그냥 느끼는 그대로 걷고 뛰기만 했어요.

그때는 잡생각이 들지가 않더라구요.


노래는 운동할 때 듣는 게 아니라, 그냥 따로 듣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으로 많이 들었던 게 오늘 방송에서 제가 영도로 틀었던 윤종신님의 노래였는데요,

지친 하루, 오르막길, 세로 이런 노래도 많이 들었고, 최근 보면 유튜브 월간 윤종신에 "뜬금 라이브"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영상들 있거든요, 그 노래들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윤종신님 말고는 이적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가사 자체로 진심인 위안이 되는 노래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생각을 바꿔서 "내일이면 다 나을거야.", "얼른 나아야지" 가 아니라,

일상에 있는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 오늘 카페 레몬에이드 되게 맛있다, 나중에 나이먹어서 은퇴하면 시골에 카페하면 재미있으려나."

"지나가는 강아지 되게 귀엽다, 나도 꼭 강아지랑 같이 살아야지"

"편의점에서 엄마 바나나우유나 하나 사다 드릴까?"

와 같이, 정말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다시, 제가 원래는 정말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생활해왔던 것들에서 소중함을 느껴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3개월은 지낸 후에는요, 먹고 있던 우울증 약을 끊었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걱정됐는데요, 조금씩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지금도 100퍼센트 완치라고는 말하지는 못해요, 구십 몇퍼센트...?인 것 같은데, 정말 아주 가끔씩 한번 확 밀려올 때가 있기는 한데

몇개월 전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 수준이라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태은님이 자기자신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원래 되게 밝고 유쾌한 사람인데, 내가 왜이러지...? 얼른 나아야겠다." 이게 아니라, 지금처럼 마음이 아픈 나도 내 모습이니까, 너무 하루아침에 나으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즐거운 것들을 작게나마 찾아가셨으면 해요.

저같은 경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상황이 나아진 지금까지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건 사람 차이인 것 같아요.

태은님 곁에는 진진님이나 혜서니님같은 좋은 친구들도 있고, 본인을 사랑해주는 시청자 분들도 많으니까,

이 사람들에게 의존하는게 아니라 의지하면서, 괜히 억지로 웃을 필요 없으니까 슬플땐 슬프다고 말하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0.01만큼만 더 행복한 걸 찾아볼까 라는 생각으로.


저는 신은 믿지 않는데요, 그래도 항상 믿는 말 중 하나가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꼭 행복해질 거야'라는 말이에요.

지금 태은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는, 그들이 태은님으로 인해 행복을 느껴서 좋아하는 거니까,

자기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태은님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도 훨씬 많으니까,

본가로 돌아가신다고도 너무 걱정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는 거 나쁘지 않아요, 지금이야 저도 우는걸 그쳤지만 그때는 우는게 제일 나았어서,

그렇다고 너무 많이 울지는 마시구, 기분풀릴 정도로만,

몇개월이고 지나고나면 "아유 그때는 왜 혼자 울고 그랬냐..." 생각이 들 수 있게

주변 사람들과 지내면서 조금씩 다시 행복하기만 했던 자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은 더 기분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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