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시각 3/25일 기준으로 바하님이 올리신 '소년에게' 자작글이 3일까지 나와서 1일~3일 전체를 각색해봤습니다! 글이 좀 많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ㅠㅜ 바하님 글 각색이 생각보다 너무 잘 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길어지게 됬네요... 1주년 축하드립니다!
+저는 상품을 타고싶진 않아요 :3 아마 투표같은걸로 순위를 정하실 것 같은데 저는 그 투표에서 빼주세요! 그리고 밯랑합니다 언제나 사랑해요!
이 정도에서 멈추고 싶었다.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는 말들과 행동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 것이, 그 고요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무관심은 이미 내 목을 쥐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다. 타인에게 얽매이지 않고 잘 했다고, 잘 해왔다고 스스로 칭찬할 수 있을 때. 그 때가 나에게는 포기하기 가장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연기하며, 나는 마지막 7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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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듯, 난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그런 마음을 먹고서 결정까지 내렸다는 것을. 하지만 화면에 띄워져있는 문서를 보고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아, 오늘이 그 시작을 알리는 날이구나. 한없이 허망스러웠다.
나는 왜 초점이 맞춰지지도 않은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누구를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시간이 다가오자 정신을 좀먹어가던 혼란을 정리하고, 어김없이 웃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아무것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화면 너머에서 웃는다.
그들은 내 웃음이 곧 그들의 행복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어김없이 나는 오늘도 웃는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아무 근심조차 보이지 않는 새하얀 가면과 함께 거짓된 미소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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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달빛이 하늘을 가득 채워갈 때 즈음, 답답한 가슴과 옥죄여오는 죄책감에 공원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벤치에 앉아 넋을 놓고서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창백한 낯의 소년 한명이 벤치 옆자리에 앉았다. 짙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향기가 가득 풍겼다.
인사를 하려는지 입이 잠깐 움찔거리던 것이 보였으나,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사람이 무서웠다. 갑자기 저 사람이 욕을 하면 어쩌나, 같은 괜한 걱정이 가득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졸린 느낌은 그다지 없었지만 억지로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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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눈물이 흘렀다.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컴퓨터를 켰다. 오늘도 얼굴을 대신해줄 가면을 쓰려던 찰나, 가면이 망가져 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웃음 짓는 가면의 입가에 검은색 금이 몇 가닥, 자리 잡았다.
가면으로도 이 암울함을 가리는 것이 벅차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핑계나 다름없는 쉰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를 자책했다. 금이 간 가면의 입을 가린 채로 애써 지어낸 눈웃음과 함께 괜찮다고, 그냥 푹 쉬면 다 나을 거라며 둘러대었다.
슬퍼하는 사람들은 뒷전으로 돌리고서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댄 그 순간, 어젯밤에 던져두었던 외투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 전부터 은은하게 나던 그 향이 무언인가 했었기에. 어제 그 벤치 옆에 앉았던 소년의 향인가, 싶었다. 왜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왜 내 곁으로 다가왔을까. 문득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 소년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어제 앉았던 그 벤치 앞에서 숨을 고르던 그 순간, 멀리서 나를 부르며 그 소년이 다가왔다. 어제와 다름 없이 짙은 향과 함께.
그리고 소년은 순수하게,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물건이니 가져가라고.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했다. 내가 어제 벤치에 두고 갔던 물건이 있었나, 생각하던 찰나. 소년은 다급하게 봉투를 건네고서, 도망가듯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받아들었던 봉투와 함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소년과 잠깐 만났었지만 워낙에 짙은 향기였기 때문인지, 은은하게 향이 맴돌았다. 봉투는 책상에 던지듯이 내려두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년의 향이 온 몸을 감싸는 듯 했고, 그 향기와 함께 천천히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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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스러운 알람소리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평소처럼 다시 컴퓨터를 켜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내려놓은 텀블러의 옆에 자리하던 봉투에 시선이 갔다. 소년이 내 물건이라며 급하게 주고 갔었던 이유가 문득 궁금했기에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게 뭐야.”
봉투 속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손거울 하나만이 달랑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손거울을 꺼낸 봉투는 텅텅 비어있었고, 그냥 장난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손거울을 바닥으로 내던지려던 찰나, 거울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앞을 가리는 눈물로 시야가 흐릿했지만 거울 속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간단하게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은 ‘폐인’ 이었다. 덥수룩하게 자라난 머리, 초점 잃은 눈동자, 관리하지 않아 엉망인 모습이 거울 안에 가득 새겨졌다. 순간 가면을 급하게 얼굴 위로 덮었다. 어제보다 더 깨져있는 상태로.
퀭한 눈동자, 내려간 입꼬리. 누가 보아도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이 거울에 비춰졌다. 그 모습에 스스로가 불쌍하다 느껴졌다. 그토록 빛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창백함이 나의 전부가 되었다.
울분과 함께 소리를 토해냈다. 그 누구도 듣지 못하는 곳을 바라보며.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불쌍해야 하고,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어두워야 하냐고. 타인이 만들어낸 나에게 나는 가면을 쓰고 타인이 만들어낸 나에게 나를 맞추었다.
내가 했던 모든 행동들에 경멸감과 멸시를 느끼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곧 행복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몸을 정돈하고 눈에 힘을 주었다. 겉으로는 참 평범한 사람 같아보였기에, 공허하게 비어있는 속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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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에서 산 캔맥주를 마시며 쉬고있을 때, 어김없이 그 짙은 향기가 났다. 그리고 평상시와 달리 부스스한 머리를 후드 모자로 가리고 있는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만난 날처럼, 그리고 어제처럼 소년은 다시금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하염없이 맑은 미소와 함께.
“...당신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장난 하면 재밌습니까?”
“장난은 사람을 바꾸지 못해요. 당신을 좀먹어가는 그 가면 또한 당신을 바꿀 수는 없는 것 처럼요.”
이 말과 함께 소년은 눈앞에서 천천히 사라져갔다. 가면을 어떻게 저 소년이 아는거지?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봉투를 내려두고서 의자에 앉았다. 왜 아는거지? 혹시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나? 그 사람들 중에 만약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아니야.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은 모를거야. 지금까지 잘 버텨왔잖아.”
허공으로 흩어진 말과 함께 착잡하다는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근래에 만난 사람이라곤 그 소년 밖에 없지만.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면 했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년, 내가 웃는 것이 곧 행복이라던 사람들, 그리고 저 지겹고도 중요한 가면까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시야가 암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