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혈기넘치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기상, 수업, 야자가 이어졌고 몸에 힘이 넘치던 저희들은 점심시간에 한시간정도 했던 축구만으로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친구들은 서로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며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되고 흰눈이 운동장에 소복히 쌓여 축구마져 하지 못하게 되자 아이들의 장난은 도를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아버지의 라이터와 담배를 학교로 가져와 친구의 페딩에 구멍을 뚫거나, 소지품 검사를 하는날 친구의 가방에 담배를 넣는다던가 소소한 장난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 냈습니다. 사물함 옆에 놓여있던 소화기. 그 소화기를 볼때마다 저는 어쩐지 가슴이 불타오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소화기를 들고 안전핀을 뽑아 친구의 사물함에 그 소화기를 넣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친구는 당연히 교과서를 가지러 사물함으로 갔죠. 친구는 소화기가 사물함에 있자 어이없어 하며 그 소화기를 들었고! 교실 뒤편에는 흰 가루의 폭풍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의 비명, 선생님의 불호령. 친구는 당황해 울며 나 아니야! 내가 안했어! 라고 소리지르며 소화기를 휘둘렀습니다. 친구는 정학 처분을 받았고, 저는 속으로 깊게 후회했습니다. 저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친구에게 사과하지 못했고 친구는 정학사유로 대학까지 떨어지고 지금은 전문대에 들어갔습니다. 일주일 뒤 동창회가 열립니다. 친구의 앞에 무릎꿇고 사죄할 생각입니다.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