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재미없는 박물관을 돌아보고, 산 중턱에 있는 오래된 단체숙박시설에서 묵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반에는 사고를 쳐서 1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일진들 몇몇과 패거리를 지어 다녔습니다. 그래도 저와 같은 동네에 사는 형이라 저에게는 친절했습니다.
아무튼 첫날 잠을 자고 둘째날 출발하려는 아침에, 형과 패거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버스로 뛰어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전날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로 목적지에 도착하니, 형과 패거리는 버스를 내려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 저는 자초지종을 물었고, 다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형은 첫날 밤 선생님 몰래 방에서 빠져나가 자신의 패거리와 함께 숙박시설의 빈방에 들어가 술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비해 술이 모자라서 그 형이 술을 사러 나갔다 왔습니다만, 막상 방으로 돌아오니 문은 잠겨있고, 아무리 두들겨도 안쪽에서는 답이 없이 뭔가 웅얼거리는 여자애들 목소리만 들렸다고 합니다.
자신을 따돌리고 인근에 묵고 있는 여자애들과 놀고 있는 것이라 짐작한 형은 화가나서 옆방에 들어가 혼자 사온 술을 다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누군가 방문을 부수듯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깨고 보니 패거리가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와? 내 빼고 놀고 나서는 미안하드나?"
"햄, 그게 아이고, 햄 괜찮아요?"
"와? 뭐가 문젠데?"
"밤새 햄 방에서 여자 비명소리랑 벽 긁는 소리 나서 우리 한잠도 못잤으예"
"뭔 헛소리고?"
한동안 옥신각신 하던 형과 패거리는 이야기 끝에 두 방을 가로막고 있는 벽쪽에 놓여있는 이불장을 치워보기로 했고, 그리고 그들은 미친듯이 방에서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이불장 뒤 벽에는 손톱자국과 붉은 핏자국, 벽에 박힌 부서진 손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