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20살 됐을 쯤에 동네 친구들 셋 정도랑 새벽 까지 놀다가 저희 집 근처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다 갈아엎고 최근 공사가 끝난 곳인데 거기엔 작은 교회와 절,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어있던 폐가가 있었습니다.
군데 군데 녹슬어 구멍이 뚫린 파란 철문 앞에는 언제 버려졌는지도 모를 큰 쓰레기 봉지들이 문지기처럼 서있었고 호기심 많은 한 친구는 제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뻑뻑한 철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결국 저와 다른 친구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안은 의외로 크고 넓었습니다. 바닥은 뭔가 푹신푹신 발이 꺼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깜깜해서 도저히 뭘 볼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각자 휴대폰 플래시로 방을 밝히려 했고 그렇게 한 순간 우리는 얼어붙었습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문도 없이 텅 비어있는 많은 방들과 온 집안 바닥을 가득 채운 길고 잘게 잘린 종이 조각들, 그리고 미색 빛이 감도는 작고 길쭉한 물건들이 가득 차있는 광경이었습니다.
두려움과 호기심에 우리는 이끌리듯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했습니다. 이게 대체 뭐지 하며 가까이 들이댄 순간 저는 이것이 사람의 발과 같은 형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마네킹 발과는 달랐고 발가락과 발목이 없는 사람의 발 같은 물건들이 사방팔방 흩뿌려져있을 뿐이었습니다. 이것들이 그저 어떤 물건일 뿐이고 실제 인간의 신체와 전혀 관련이 없을거라며 생각을 밀어내도 묘한 두려움과 오싹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나가기를 재촉했고 저는 사진을 몇장 찍어서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친구 얼굴과 방 기둥정도만 선명하게 찍히고 나머지는 새까만 배경처럼 나와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 얘기를 듣고 가내 수공업으로 신발을 만들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온 집안을 채울 정도로 본이 많이 필요했을까 생각하면 꼭 그런 사연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지금은 재개발이 들어가서 다시 확인하러 가볼 길은 없지만 아직도 그때의 광경과 온몸을 감싸는 이유 모를 두려움과 불안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두워서 화질구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식으로 잘게 찢은 종이랑 발모형들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