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지금 문득
방장님이 생각나 근황이 궁금해 트게더에 들어와봤습니다.
21년을 마지막으로 올라오지 않은 공지와
2023년 10월 저와 같은 사람이 방장님을 찾고 있는 글을 보니
쓸쓸하면서 반갑기도 한 느낌입니다.
제가 처음 인터넷 방송을 보게 된 2019년은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해 였습니다.
막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아무 기반 없이 3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몸을 뉘이며
그 날의 고단함을 방장님의 방송으로 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업계에 맞지 않는 듯한 목소리를 가졌던 방장님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던 기억도 납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이미 알고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이 점점 잘되기 시작하고 얼굴이 공개되면서 대외적인 활동을 하며 방장님의 커리어가 쌓이기 시작하면서도 '아 뭔가 이 사람은 이 일을 오래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느꼈던 동질감은 아마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퇴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전했을 때 아쉬움보다 어떤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 이사람 드디어 재능을 펼치러 떠나는구나! 영화 굿윌헌팅의 마지막에서 윌이 떠난 집 문을 노크하며 오랜 친구의 부재에 오히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는 처키 얼이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나도 어쩌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참 묘한 기분입니다.
일면식도 없이 모니터 너머로 알게된 사람에게 오랜 친구와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굿윌헌팅 이야기를 했으니 방장님이 맷 데이먼이 되고 제가 밴 에플렉이 되는걸까요? 누군가 보면 불쾌할 수도 있을 상상이겠으나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이 드는 방송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그냥 그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시 한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해서 살고있으나 아직 삶은 불안하고 내일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재능을 펼치러 떠난 세호님은 잘 살고 계신가요?
영화에서는 윌이 떠난 후의 이야기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윌의 재능은 사실은 보잘 것 없어서 어딘가에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또는 진작에 떠났어야할 인재라서 큰 성공을 이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펼쳐지는 변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것이겠지요. 이 방송의 주된 컨텐츠였던 게임과도 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딘가에서 어떠한 모습으로든 잘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 글도 언젠가 전해질 날이 오겠지요. 저 개인에게 참 힘이 되는 방송이었다는 말씀을 늘 드리고 싶었습니다.
부디 잘 지내시길 바라며 언젠가 다시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정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