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소설처럼 쓴 글

2사리
2019-02-19 20:44:09 166 0 0

담력체험 준비를 하던 중에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로 오프닝을 하자는 제안에 게스트 하우스에 모인 우리들은 쓸 만한 괴담을 아는 사람 없냐는 질문에 내가 손을 들며 말했다.


 “이건 내가 실제로 격은 일인데...”


 전형적인 멘트로 운을 띄운다. 허구에 불구한 이야기도 실제라는 것이 타이틀이 달리면 긴장하게 되는 법이다. 특히 장르가 괴담이라면.


 “산속에 비가 내리던 때였어. 선생님들과 함께 이런저런 체험을 목적으로 왔던 계획이 저녁까지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지만 자기 내들끼리 가져온 게임기나 만화책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 솔직히 나를 포함한 몇몇 애들은 당초 계획이었던 등산하기가 무산되어서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였었지...”


 약간 코믹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지만 그 짧은 숨소리에 모두가 진지하게 침을 꼴깍이며 집중한다. 나는 소재를 찾기 위해 힐끔 약간 열려 미지근한 바람이 새어오는 창문을 보다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처음에 내리는 빗줄기는 단비와 같았고, 실망하는 애들이 있었는가 하면, 즐거워하는 애들도 있었다. 교사들도 다른 애들과 비슷했는데, 고생하여 짠 플랜이 망가졌다라거나 합법적으로 휴식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거나 같은 이유로 애들처럼 좋아했다. 대충 순찰만 도는 것으로 교사들의 일정은 끝! 이라고 되었으니까.


 하지만 설마 그 비가 저녁 늦게까지 내릴 줄은 몰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멈출 줄을 모르고 우르릉, 구름에서 범이 우는 소리가 울리더니 나중엔 번뜩이는 번개가 저 멀리서 내리치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보는 세상은 그야 말로 칙칙한 미래였다.


 설마 다음날까지 비가 오진 않겠지? 라고 만연히 생각되게 된 우리들은 방에서 뒹구는 것이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까놓고 말해서 처음엔 비가와도 놀고 싶었지만 지금은 번개도 치고 하니 점점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에 오는 비는 방안을 습기가 가득하게 차오르게 만들면서도 서늘하게 만들었다. 교사들은 그런 우리들은 달래기 위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고나 같이 게임을 즐겼지만 한계라는 것이 있었고, 밥을 먹어도 코로 들어가는 듯한 갑갑함만 느낄 뿐이었다.


 결국 모두가 한계에 달해 차라리 빨리 자서 시간을 워프시키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빠르게 이부자리를 펴고 불을 끄게 되었다. 문제는 막상 자려고하니 이야기의 꽃이 치기 시작하며 모두의 눈이 말똥말똥 떠지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러다가 누군가가 창문 쪽을 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본 순간 방안에 있던 모두는 일제히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희뿌연 그림자의 형체가 창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 숨을 쉬듯 창문이 흔들거렸다.


 밖은 비바람이 치는데...그때 번쩍! 눈부신 번개가 창문 근처를 밝게 비추었다. 우리들은 갑작스러운 눈갱에 눈을 질끈 감다가 뜨자 사람의 형체로 추적되는 것이 사라진 후였다. 우리들은 그냥 착각한 건가? 라고 정신승리를 하며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다행이 비는 그치고 거짓말처럼 따가운 햇볕이 인간계를 침공하였다. 그런데...그날 저녁에 보았던 형체가 다른 방에서도 목격했다는 말이 돌면서, 우리들은 그 창문 앞을 찾아가보았다...그곳엔 깊게 파인 신발자국이 있었다.


 빗물에 쓸려 정확한 특징은 잡을 수 없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같은 신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며 이게 누구의 것인지 불안에 떨게 되었고 교사들은 우리들은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아무런 탈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며칠 후, 텔레비전에 방송되는 뉴스를 보고 말았다...뉴스에선 거구의 한 남성이 가정집의 여성을 겁탈한 후 죽여서 어느 산속에 묻었다는 보도가 나타났다...


 “문제는 그 시체를 묻은 산이 이곳이라는 점이고. 그 시간대가 그날 창문에서 보았던 때와 비슷했다는 거랄까?”


 이야기를 마친 난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정적이 흐르는 방안에서 초에서 나오는 연기를 손으로 휘저어 날린다.


후원댓글 0
댓글 0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현관불이 켜진다 2사리
▼아랫글 팬아트입니다 2사리
»
02-19
1
02-19
1
01-29
1
01-29
3
01-25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