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창고 문으로부터 거대한 깃털 덩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둠에 흩어지던 달빛이 하얀 배에 반사되어 문이 있던 자리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몸을 숙여 밖으로 나가려 하는 일새는 손에 천으로 덮인 케이지 하나를 쥐고 있었다. 입구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빠져가려 했지만, 일새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좁은 입구에 걸리는 것이었다.
“호에? 왜 끼지? 들어올 땐 안 그랬는데?”
“바보야, 이런 걸 통째로 안고 기어서 나가려면 당연히 걸리지! 케이지를 먼저 밖으로 빼면 되잖아!”
케이지 속에서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일새는 그제서야 깨달은 듯 케이지를 먼저 밖으로 꺼낸 다음 기어서 입구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운 좋게 들어올 때와는 달리 이번엔 그의 통통한 뱃살이 좁은 입구에 딱 걸려버리는 바람에, 일새는 오도가도 못하고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으악! 살려줘! 일새 살려!”
그때 마침 기절해 있던 하수인이 깨어났다.
“내가… 잠깐 꿈을 꾼 건가? 히익! 자다가 지리기까지 했잖아! 얼른 갈아입어야…”
그렇게 말하며 하수인은 창고 밖을 나서려 문이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곳에 기다리고 있던 건 철문이 아닌 힘차게 파닥거리는 거대 뱁새의 다리였다. 일새의 필사적인 발버둥에 치인 하수인은 창고 끝까지 날려가 벽을 박고 또 다시 기절해버렸다. 동시에 하수인을 걷어차며 추진력을 얻은 일새는 좁은 입구로부터 갑자기 빠져나오며 창고 앞의 케이지를 밀어내고서도 한바퀴 더 굴렀다.
굴러서 앞으로 엎어진 일새 앞에 대단히 긴 화물칸을 매단 대형 트레일러 하나가 멈춰섰다. 게슴츠레 눈을 뜬 일새 앞에서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지느러미를 내딛었다.
“와, 일새님! 정말로 그를 데려오셨군요? 대단해요!”
붉은 상어가 박수를 치며 일새의 앞으로 내려왔다. 일새는 몸을 추스리며 대답했다.
“아, 레드샼님. 바로 오셨네요?”
거대 뱁새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붉은 상어에게 답했다. 이러한 기이한 항구의 풍경을 뒤로 한 채 수평선 너머가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