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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일찍 일어나는 새 (1)

Moderator 김_석구
2019-06-28 09:08:11 135 0 0

 아직 수줍은 해가 수평선 뒤로 숨어있는 새벽. 작은 항구의 창고에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것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실은 편지, 애타게 기다리는 수하물, 혹은 좀 위험한 물건들까지… 개중에는 살아있는 것들도 가끔 있어서, 음습한 창고에는 구슬픈 울음소리들이 몇 년쨰 끊이지 않았다. 천으로 덮인 케이지 안에 갇힌 원숭이, 여우, 도마뱀, 새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호사가들이 높은 값을 치를 만한 희귀한 동물들이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숫황새는 불안한 눈으로 창고를 지키는 밀렵꾼 집단의 하수인이 컴컴한 구석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창고에 울려퍼졌다. 하수인은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소리에 맞추어 동물들이 소리를 높여 울어댔다.

“하여간 짐승 녀석들, 좀 조용히 하면 덧나나… 이런 데는 귓병이 나도 산재처리도 안 되는데 말이야.”

 한 손으로 귀찮은 듯 귓구멍을 후비며 하수인은 느릿느릿 잠금을 해제했다. 그 다음의 절차는 간단했다. 철문을 밖으로 밀어 양쪽으로 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하수인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힘없는 두 손을 양 철문에 갖다 댔다. 하지만 철문은 어째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또 이 망할 놈의 문이 녹이 슬었네! 사장놈, 돈이 있으면 문짝이나 좀 바꿔 달아주지, 사람 귀찮게! 으그그극…”

 하수인이 문을 밀던 손에 힘을 더 넣는 순간, 문이 열리긴 했다. 안쪽으로.

 하수인은 굉음을 내며 박살난 문과 함께 창고 벽까지 날아가 처박혀버렸다. 떨어진 문짝이 큰 소리를 내며 케이지들에 부딪치자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다.

 머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일으킨 하수인은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열린 문으로 들어와야 할 새벽녘의 달빛은 온데간데없고 어둠만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곧 그 어둠의 주인이 커다란 동체를 숙여 창고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것을 그는 똑똑히 목격했다.

 높이가 10미터는 되는 큰 창고에 꽉 찬 듯한 거구. 달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노란 깃털. 뭉툭하고 큰 부리엔 부리부리한 눈빛이 반사되어 비쳤다. 그 눈빛은 창고 안을 향해 서서히 서서히 걸어오고 있었다.

“히…히익! 뭐야!”

 평생 볼 일 없는 괴물을 본 듯한 눈으로 하수인은 소리쳤다. 그러자 괴물의 부리가 천천히 열렸다.  

“저요? 저는 일새,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는 새에요.”

 하수인은 겁에 잔뜩 질려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그림자는 점점 더 다가와 그의 온 몸을 가리고 있었다.

“아저씨, 제 친구만 돌려주시면 그냥 갈게요.”

 나긋나긋한 서울 말투로 8미터의 뱁새는 하수인을 협박했다. 계속 뒤로 물러나던 하수인은 몸이 창고 벽에 닿자 결심한 듯 긴 한숨을 쉬더니, 안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일새의 가슴살에 쑤셔 넣었다. 거대한 새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수인은 넘어지는 거구를 옆으로 비껴 피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별것 아니구만, 미안하지만 나도 돈 받는 입장인데 그럴 수야 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살기가 등 뒤를 덮쳐왔다. 뒤를 돌아봤을 때, 거대한 뱁새는 깃털 사이에 박힌 주머니칼을 뽑으며 읊조렸다.

“아저씨 위험한 장난감 가지고 다니시네. 벌을 받아야겠네요?”

 주머니칼을 커다란 날개로 능숙하게 돌리며 뒤를 돌아보는 일새를 보자 공포가 하수인의 뇌하수체를 지배했다. 그대로 뇌의 기능이 정지해버린 채 하수인은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따뜻한 액체가 그의 고간에서 스며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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