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래로몬 0

1.요즘따라 갑자기 겨울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겨울이 좋아하는 계절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겨울 하늘의 어느 세상 떠나갈 것처럼 어두워진 거리를 버스를 타고 저 멀리로(목적지는 아무래도 좋은 것 같고 굳이 그곳이어야 할 어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버리는 상상 말이죠

이 상상을 하면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엔딩 신(scene)으로 다시 또 제 머릿속은 떠납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이니 구체적인 묘사는 못 하지만 엔딩 신의 분위기는 분명 끝인데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을 항상 들게 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저 멀리 떠나는 풍경화는 흰색이고 마더의 엔딩 신은 빨간색인데 마더가 100% 제 요즘의 망상의 원인은 아닌 모양입니다

2.나름대로 고생하는 것이긴 한 모양새입니다. 최근에 잠에서 깨보니 자는 중에 코피가 났더군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코피가 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땐 피곤한 것도 아니었고 달리 부딪힌 것도 아니었으며 겁 많은 초등학생인 만큼 당황스러움이 많았던 기억은 확실합니다.

3.<문학사상>2019년 3월호를 3월에 사두고 한동안 내팽개쳐뒀다가 어제 좀 들여다봤습니다. 요즘 시국을 감안하면 올해 3월이 또 3.1운동 100주년인만큼 그 특집이었는데 우연이 좀 큰 것 같습니다

최근에 그림들에 놀라는 일이 많은데-커미션을 받은 이후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필 사진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여기서 1925년 11월 5일자의 안석영씨의 만문만화(일반적인 만화처럼 인물들의 말풍선에 대화가 담기지 않고 텍스트로 각 컷을 설명하는 느낌의 1930년대 장르입니다.) <만화로 본 경성(2)>의 그림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악마와 여성에 대한 묘사가 그림체 이상으로 그로테스크해보였습니다. 그 옆의 텍스트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1925년의 작품인 것으로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외에도 문제작으로 소개된 "시조" - 그것은 정말 시조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깔끔했습니다. - 나 장강명씨의 인터뷰- 일부 요약하면 "작가 생활은 교도소와 같은 것이 최고다" - 등등을 봤습니다. "8월 공모전 작품을 마감하면 그런 생활양식을 해보는 날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참 바람직한 결말이 될 정도로 저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니지만 인터뷰 자체는 흥미로웠습니다. 

4.문학평론 쪽으로 읽는 게 조금은 빨라졌습니다. 여전히 대충 훑어서 지나가는 수준이지만 적어도 한 글자 한 글자가 머리 지끈거리는 수준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책에서 주제로 삼는 <위대한 개츠비>는 원체 진도가 안 나갑니다. 유독 그 책을 읽으면 독서가 길어지질 못 합니다.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와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는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위대한 개츠비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귀찮습니다. 

5.지금 쓰는 키보드 앱은 정말 짜증납니다. 종종 제 타자 속도를 못 따라오는 데다가 자동추천 기능을 끌 수도 없어서 강제로 이상한 단어를 박아버립니다. (타자앱을 깔아서 해보니 딱히 제가 빠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모 키보드 앱이 편했는데 올해 3월에 별로 수정도 안 한 패치를 마지막으로 패치가 중단되서 쓸 수가 없습니다. 한자 변환과 일본어가 안 되니 외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제 입장에선 쓸모가 없어진 셈이죠.. 다른 몇몇 앱들 써봤지만 그 앱만큼 감각적으로 편리한 앱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6.기타 오늘은 광복절이라 학교 식당이 쉬는 관계로 빵을 사온 이야기 정도? 이상으로 특별한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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