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상한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갑니다.
저는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 된 것 같아 뭔가 이상합니다.
오늘이 되서야 조금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네요.
올해는 시작부터 나의 무능함을 시험받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저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응원의 말로 늘 '덤벼라 세상아'라고 생각하라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세상이 덤벼버렸고
저는 이렇게 무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기력한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은 회상이었습니다.
기획자로서의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고,
어찌보면 지금의 저 자신은 그러한 노력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나름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12월 31일이 되어 또 다시 내년의 목표를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년이라고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지난 무기력감이 다시금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새해가 와도 설레이지 않는 이런 기분을 처음 느껴보는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난 무기력했던 시간들의 회상이 떠올랐습니다.
한 해에도 수 많은 목표를 수립했고 결과물을 만들어왔던 저는
기획은 아직도 재미있지만 하고 싶었던 걸 하던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구간의 연속적인 피니쉬 라인이 있었고
눈 앞에 보이는 허들을 넘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이지
그 안에 하고 싶었지만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나열하는 한 해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또한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정말 저에겐 너무 지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던 것은 10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더라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 둘 해보려 합니다.
올해를 정리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두서 없이 써보았습니다.
내년을 맞이하는 여러분들은 올해가 어떻게 느껴지셨을지 궁금합니다.
목소리 밖에 없는 방송이지만
방송으로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하는데
왜 때문인지 오늘은 방송보단 글로 남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정신없고 억울했으며 무기력했지만
나름 그 안에서 즐거움도 있었고 헛웃음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핸드폰을 켜고
갤러리에서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꺼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이 사진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밤을 지새우며 만들었던 공연.
무기력했던 나날의 연속을 끊어줬던 날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많은 고생이 예정되어 있겠지만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더 성장한 사람이 되셨길 바랍니다.
방송은 1월중에 켜도록 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