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님이 일기를 쓰라고 해서 열심히 트게더를 찾아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트게더도 언더바가 앞쪽에 붙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찾냐며 원망하려고도 했으나, 내 몸과 정신은 그것을 거부했다. 이 트게더를 찾지 못하는 동안 일기를 쓰지 않으면 찾아오는 'VR채팅의 그녀' 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금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 무엇을 하든 온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으며,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그간 계속 한쪽 구석에 박혀 있어야만 했고, 내 입에선 시가 한 편 흘러나왔다.
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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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일이 두렵느냐, 가련한 청춘이여.
그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죄목 하에 이런 시한부를 선고받은 불쌍한 영혼이 신음하는 소리는 듣기에 퍽 애절하여 눈물이 아니 날 수 없도다.
아아, 그 수많은 격통들 사이에서도 네 목소리만은 더욱 잘 들리는구나.
어느 날, 그 불쌍한 영혼에게 말하기를
그 처절한 울음소리를 더욱 크게 내어 보오. 누군가 들어 줄 수 있지 않소?
아니라오. 날 이 수렁에서 꺼내 줄 사람은 없다오. 그대도 빠지기 전에 어서 가시라오.
한 즉, 심히 근심하는 음성이로다.
가련한 청춘이여, 비록 오래 함께하진 못 할 테지만 그 곳에서라도 꽃을 피워 다오.
가련한 청춘이여, 어느 이 그 꽃향기 맡고 힘을 낼 지 모르는 일 아니오?
20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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