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자꾸만 내 마음을 꺼내 만지려고 했지.
사랑은 피곤하고, 나는 아팠어.
어린 시절, 거실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애완동물을 간절히 원했던 나와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의 합의점 같은 것이어서, 우리 집에는 꽤 오랫동안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았습니다. 처음으로 키웠던 것은 색색의 열대어였습니다. 앙증맞은 크기와 화려한 지느러미가 어찌나 예뻤는지, 물고기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 단숨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비슷하게 생긴 열대어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고, 매일 먹이를 챙겨 주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어항 구석에 파란 이끼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어항을 청소할 때가 되었던 것이죠. 열대어를 전부 꺼내 작은 대야에 넣어 놓고 아빠는 커다란 유리 어항을 닦았습니다. 사랑하는 열대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신이 났습니다.
먹이를 조금씩 뿌려 주며 손끝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열대어를 구경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손을 넣었습니다. 부드럽게 헤엄치는 지느러미와 조그만 꼬리를 만져 보고 싶었습니다. 손에 닿는 열대어의 감촉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머칠 뒤 배가 뒤집힌 채 물 위로 떠오른 죽은 열대어의 모습이었습니다. 온도에 민감하고 피부가 연약한 열대어를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후에야 알았습니다.
때로 사랑은 그 대상을 해치기도 합니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에 바짝 다가가 좁혀진 거리가 숨을 턱 막히게 하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전한 뜨거운 관심은 연약한 마음에 화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상대가 감당할 수 있는 온도의 애정을 주어야 한다고, 어린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열대어는 말했습니다.
☽ 달의 조각, 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