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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소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레에농
2019-08-31 21:43:26 131 1 1


일단 짧은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제게 감정을 심어주고, 꿈이란 단어의 의미를 찾게 도와준 첫사랑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민하와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친구의 뮤지컬 공연을 보러갔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였어요. 알고 보니 같은 친구 공연을 보러왔기에 말을 트게 되었었죠. 그리고 그 후 별다른 연락같은건 주고받지 않았었습니다.




친해진건 본격적인 영화 활동을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겠네요.




물론 당시 제가 해봐야 진짜 영화판에 뛰어드는건 할수없는짓이고, 제가 할수있는거라곤 공모전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내고, 최대한 많이 수상해서 스펙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편영화를 제작하는게 우선이였는데, 제 친구가 운영하는 팀에 들 것을 권유받았죠.




(팀은 저희 지역과 주변에서 모인 청소년으로 구성되었고, 실제 감독과 배우들에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40명이 조금 안되는 팀 내에서 저희는 4개의 그룹을 짜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민하가 경력이 많기도 했고, 친화력도 좋고, 성과도 좋았기 때문에 하나의 그룹을 맡았고, 저는 팀장의 말대로 민하의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짧은 촬영시간을 두고 먼저 시나리오 작성을 위해 그룹원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자 생각하는 로맨스적인 요소, 정 할거없으면 페티쉬(?)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얘가 페티쉬가 뭔진 알았나 싶습니다.) 




저도 미쳤는지 성실하게 다리라고 대답했죠. 




그리고 저희는 8일간의 촬영을 마치고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고, 아예 뒹굴거나 심심하면 전화하면서 밤을 새우곤했습니다.




그리고 슬슬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장은 방학때 시 지원금으로 5박 6일로 캠프를가서 거기서 촬영하는건 어떻냐는 말을 꺼냈고, 저희는 모두 찬성했습니다.




저희는 또한 기존의 그룹을 없애고, 2개 그룹으로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팀장과 저는 같은 학교였기에,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팀장의 계획은 지금 실적으로 비추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확실히 나눠버리자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반대 했습니다. 그런팀으로 나눠지면 어린 친구나 경력없는 친구들이 배울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그 친구도 생각을 좀 하더니 일단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7월 16일, 저희는 캠프 내에서 촬영할 영화의 그룹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캠프내에서 각 그룹의 연출이자 그룹장을 담당하기로 했던 팀장과 민하의 친구가 가져온 시나리오를 보고, 그 친구들이 팀원들을 스카웃해가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팀 선별이 끝나고 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나눠진 그룹이 학교에서 팀장이 말했던대로 되어있었으니까요.




저는 이후 민하의 친구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머뭇거리면서 이번 팀선별은 조작된게 맞고, 자신도 통보를 받았음을 알게됬습니다.




이후 모든 팀원들이 흩어지고 저는 민하와 민하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각자의 정보를 조합한 결과 저희 팀 내에 팀장의 비리와, 조작, 성과 몰아주기, 차별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추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그룹장들을 모으고 민하의 집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한창 이야기를 진행하던 도중,




제게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 레농아 오늘 팀 짠건 봤냐? 내가 학교에서 말했던거 기억하지? 원래 그대로 하려다가 민하 친구 얘기 듣고 좀 바꾼거야~ 민하 친구가 애들 이끄는데 힘들수 있으니까 니가 좀 도와주라~'




좀 어이가 없더군요. 조작도 통보내리고 혼자 결정해놓고 뒤에선 같이한척, 마지못해 결정한척 하다니요.




그리고 모두에게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마치 서로를 이간질 하는듯한 발언을 하더군요. 누구에겐 누구보단 너가 잘한다~ 힘내라~ 하고, 다른 친구에겐 반대로 말하면서 남들 까내리기 바빴습니다.




저희가 한자리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 자리에서 그 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저희가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전화가 오기전까지 열심히 변호하고 아니라고 믿고 있었으니 배신감이 컸던거겠죠.




민하 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에 알고보니 팀장의 13년지기 소꿉친구고 1년간 연애도 했다더군요.




민하도 역시 화난듯했지만 그래도 눈물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글썽이던 저를 위로를 해주더군요.




그리고 약 30분쯤 지나고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찌 알았는지 저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달려오고 있다더군요. 저희는 단호히 오지말라고 했지만 결국 문 앞까지 와서 문을 두드리더군요. 결국 처음 눈물을 흘렸던 친구가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높아지고 갈라진 목소리와 우는 소리등이 들리더니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침묵이 길어지자, 저희도 상황이 궁금해서 내려가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옆에 있던 아저씨가 구급차를 타고 학생 둘이 실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밤 11시 30분, 병원에 도착한 저희는 쓰러진 팀장을 기다리면서 나오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각자 팀장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인지 한대 때리고 혼내준다음 새 팀을 짜자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 또한 웃으며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그녀석 얼굴을 보자 머리가 하얘지고 표정이 굳더군요. 저는 그 상태로 나와 먼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잔뜩 화가 나고 가슴이 먹먹했지만 잊고 자려고 할쯤, 민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괜찮으면 내일 나와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절 보더니 무언가를 들고 달려오더라구요.


절대 보여주지 않던 자기 일기장을 꺼내 제 품에 안겨주며 지금 같이 읽자고 하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일기장엔 제 이야기가 많이 써있었습니다. 재밌는 친구라 느낀 첫 인상부터, 설레었던 순간, 자신의 이상형 이야기, 눈치를 줘도 못 알아 먹는다며 답답하다는 이야기, 해태같이 귀엽다며 이불 찼던 이야기까지 적혀있었습니다.


‘너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나 집 안에서 기다릴테니까, 싫으면 일기장 가져가고 아니면 올라와’




전 전혀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 또한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문 닫기전에 손 끌어 당기고 그대로 제 앞에 세우고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서로가 연애란걸 해본적이 없었기에 그냥 하고싶은거 하면서 제 모든걸 헌신했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 듯 민하도 제 마음을 다 받아주었습니다.


저희는 워낙 썸도 길었고, 어찌해야할지 몰라 과속방지턱 없는 고속도로마냥 진도도 쭉 빠졌습니다.



남자 아이돌에 미쳐있었지만 그 모습도 예쁘게만 보였고, 절 걱정하는 그 모습도 예뻤습니다.


내 손이 잘생겼다며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민하의 얼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유난히 쌀쌀했던 10월의 가을 민하와 싸우고 처음 민하의 눈물을 보게되었습니다.


눈물 때문에 퉁퉁 부어버린 민하의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저도 그만 울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며 연락이 끊기면 서로를 걱정했고, 누가 작은 병이라도 걸리면 서로 집에 찾아가곤 했고, 각자 집에 아무도 없으면 서로의 침대에 누워 마주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2일 민하와 만나는날 그녀의 낯빛이 어두웠습니다.


무슨일인지 걱정은 되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하는 민하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서 무슨일인지 직감은 되었지만 아니길 바라며 평소대로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하던중 굳은채로 말을 건내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와(아버지의 반대) 너도 소중하지만 꿈이 더 중요하다며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전 이별할 때 쿨하게 놓아줄줄 아는 사람일줄 알았습니다만, 막상 이별이란 단어가 입에 붙는순간 저도 모르게 매달리고 말더군요.




그리고 정말 교과서에 나올듯한 찌질한 남자의 표본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그녀에게 상처만 주고 말았습니다. 제 맘은 그게 아니였지만, 정상적인 사고판단을 할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도 이미 정리해버린 민하의 마음을 되돌릴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입맞춤을 끝으로 먼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울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나도 모르게 뿌옇게 변하는 시야속 전봇대에 부딫히기도 했지만 주저앉을것같아 걷는걸 멈출수는 없었습니다.


걸으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부족했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가 싶기도하고 세상이 싫었지만

결코 민하를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이별 이후 전 정말 썩어갔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친구한테 투정부리고 새벽감성으로 친구한테 전화하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정도였습니다.

 길거리에서 민하와 같은 스크랩을 한 여학생이 지나갈때 뒤에서 소리지를뻔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하루종일 컴퓨터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면 혼자 노래방에서 3시간 이상 나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제 친구와의 사이, 민하의 친구와의 사이도 나빠졌습니다. 새벽에 카톡으로 찡찡대면 세상 누가 정이 안떨어질까요. 그날 이후 혼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하는 꿈 생각을 할때 나만 놀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나의 꿈이 맞는지, 내 꿈이 영화계가 맞는지, 민하를 따라하는게 아닌지 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언가 뜨이더군요. 내가 부족했던것, 내가 남들에게 했던 행동들, 내가 너무 딱딱하게 살아온것은 아닌지, 제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것 까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싸웠던 친구들도 돌아오고나니 고마움밖에 남지 않더군요. 아직까지도 민하를 만나게 되면 어떤 반응이 될지 무섭습니다.


그 이후로 만난 사람들도 결국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민하 생각도 많이 나고 계속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이 이상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다른 인연을 만들지 못하게 됬습니다.


첫사랑과 만난지 2년이 지난 뒤도 아직까지 같이 걷던 데이트 코스와 같이 갔던 식당거리를 걸을때마다 저도 모르게 민하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무 이유없이 보고싶어질때도 있습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새 사람만나길 어려워 하는 저 어쩌면 잊을수 있을까요?

잊어야만 하는걸까요? 어떡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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