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필연코 저 까치떼들은 행복해질거외다.
으레 그렇듯 시골에 계신 나의 조부모님 댁에는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감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나의 유년시절을 함뿍 적셔냈던 그 감나무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아래에서 푸른 미래를 향해 쏘아올린 나의 꿈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에
나에게 그 감나무는 크기가 어떻든 항상 가슴이 벅찰 정도로 거대한 존재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과실로 키워낸 그 자식들이 커가면 커갈수록
점점 당신의 몸을 삭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이제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대의 몸에 발을 대기가 두렵습니다.
한껏 그대의 목에 무동을 타고 그대와 함께 내뿜었던 그 싱그러운 향을
이제는... 이제는 더 이상 느끼지 못 할까 봐.
나의 몸짓 하나에 그대의 가지가 내 고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로 무너져 버릴 까봐
나는 그대를 보며 괜스레 괜찮은 척 해보는 것입니다.
그대의 감정을 올곧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조부모님들마저
마치 그대처럼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으시기에
당신에게 다가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대여,
올해는 유난히 그대의 가지에 까치밥이 많은 한 해입니다.
이제는 그대가 가졌던 꿈을 오래 전 그대였던 씨앗에 품고
새해를 향해 날아가는 까치에게 그대를 실어 보내주세요.
분명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필연코 저 까치떼들은 행복해질거외다.
혹여 그대가 쓰러진대도
그대의 꿈을 담은 한 씨앗이 어느 한 곳에는
적어도 나의 가슴속에는 피어있을 것을 알기에.
까치는 다시 태어날 그대를 위해
그리고 그대에게 보답 받은 까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까치의 울음소리에서 그대를 찾는 나를 위해
오늘도 새해를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