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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놀게더 활성화 기원 하루 한 줄 좋은 글귀 프로젝트 (32.5일차)

핑크ㆍ블라썸
2021-10-02 01:08:37 14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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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있습니다. >

시도 강[Tido Kang] - 필연 (必然)

우리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 모른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노을님의 간절한(?) 부탁에 저도 추석에 대한 추억 한 폭을 한 번 그려 내보려 합니다. 


5년 전 그날.

그날은 마치 추석임을 알리려는 듯 새하얀 달이 가득 차 있던 날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을 향기를 가득 머금은 귀뚜라미는 칠흑 같은 밤하늘에 그들의 파장을 그려내고 있고, 그런 밤하늘은 그들의 파장에 공명이라도 하려는지 자신의 품에서 별들을 그들의 주파수에 맞춰 깜빡여 보고 있습니다. 


추석을 맞아 내려오게 된 증조할머니 댁 골목 어귀에는 저의 유년시절이 가득 묻어있는 평상이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네고 있었고 저도 평상을 보며 그에게 대답이라도 하듯 웃어보였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나 넓어 보이던 평상이 이제는 왜 이렇게 자그마해 보이는지... 


그 평상에 앉으며 머리를 조이고 있던 모자를 조금 풀어내고는 그 때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곱씹어보려 자리에 누워봅니다.


간만에 느끼는 포근함에 몸에 있던 긴장이 풀리고 눈꺼풀마저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듯 사르르 눈이 감기려는 찰나,


"참 곱다... 참 고와... 누구 닮아 이리 고울꼬."


무언가 낯익은 목소리가 저의 귓가에서 맴도는게 느껴집니다.


"몸도 아프시면서 왜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날도 추워지는데 얼른 들어가요."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당신의 목소리.


조금이라도 당신께서 춥지 않길 바래서 였을까요.


아니면 당신의 목소리에 섞여있는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서 였을까요.


저는 두 손으로 당신의 손을 마주 잡아봅니다.


당신의 손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상처가 투성이이기에.


이제는 저보다 작아져버린 당신의 손이 저에겐 아직도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직도 어리고 어린 나이인 저는 이렇게 당신의 손을 잡아야만 이해할 수 있나 봅니다.


더 이상 그대의 손을 내가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잠에서 깼을 때는 조금은 별이 많아져 보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눈망울을 가득 채운 눈물이 별들을 번지게 만들어버려서였을까요.


저렇게나 세차게 울어대는 귀뚜라미처럼 저도 세차게 울어버리고 싶다마는...


이제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별들의 수가 많아진 것이 단지 나의 울음이 만들어낸 허상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항상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태어난다고 말하던 당신이기에,


저는 저 별에서 그깟 원소 따위가 아닌 그대의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저 모든 별들이 원소들로 이루어졌다고 증명이 됐다 하더라도,


언제든 그대와의 추억을 품은 나의 울음으로 칠흑같은 하늘에 그대라는 별을 그려낼 수 있기에...


그렇기에 이제는,

눈에서 흐르는 별빛을 닦아내 버리고 그대와의 추억이 가득 묻어있는 그 집으로 찾아가려 합니다.


당신이 그리고 나와 그대의 과거가 묻어있던 그 집으로.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나의 조부모님의 현재가 묻어있는 그 집으로.


당신의 손주 내외가 그리고 나의 부모님의 미래가 묻어있을 그 집으로.


그리고...

당신을 닮아 이리 고운 나와 그대가 그리 예뻐했던 봄이의 꿈이 묻을 예정인 그 집으로.


그렇게나 넓던 평상에 그대가 없는데도 이제 나에게 그 평상은 너무 작기만 합니다.


그 삐걱대던 평상의 빈자리마저 제가 가슴에 품어 버렸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 평상에 앉아,

새하얀 별빛에 비춰져서인지 오늘따라 더 빨간 우리 집 대문을 보며 그저 바래보는 것입니다.


아니.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렇게 많은 별빛 중 하나는 그대겠지...' 라고 되뇌이며...


그대가 저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은 아마도 별을 바라보는 법 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 덕분에 저는 작디 작은 저의 가슴에 당신이라는 큰 별을 품을 수 있었나 봅니다.


그런 그대가 조금이라도 내 얼굴을 잘 볼 수 있게 나의 모자를 벗어버리고는

그것을 그대의 말친구가 되어줬던 하얀 강아지에게 씌워보는 것입니다.


그러자 

귀뚜라미 소리만이 울려대던 이 적막한 시골 속에서 

이제는 성견이 된 백구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별과 공명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제 우리의 집은 더 이상 빨간 대문 백씨 할머니 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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