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 0

거의 한달동안 글을 못썼는데, 롱게더를 버렸다거나 글쓰는게 귀찮아져서 그런게 아니라 얼마전에 기대하던 게임이 출시되어서 다 제쳐두고 밤낮으로 그거만 하느라 다른 일을 거의 못했습니다. 게임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배우는데 오래 걸린것도 크구요. 그래서 이번에 그 게임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연재가 한참 늦은건 사실이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팀파이트 매니저 완결은 조만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해볼 게임은 빅토리아 3라는 게임입니다.

생소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테니 간략하게 게임을 설명하자면 1836년부터 1936년까지의 100년동안 자신이 선택한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역사 대전략 게임입니다. 이 100년이 어떠한 시기이느냐?

게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 게임은 빅토리아`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벨 에포크'라고 부르는 시기이죠.

벨 에포크라는 말은 불어로 '아름다운 시절'을 뜻합니다. 그야말로 유럽의 전성기이자 황금기, 태평성대였던 시기를 뜻하는 말이죠.

물론 아시아에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이 시기는 황금기는 커녕 그야말로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시기에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제국주의의 희생자가 되어 유럽의 부와 윤택한 삶을 위해 착취당했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이 시기에 일본에 의해 식민지가 되어 수많은 착취와 수탈에 시달려야했죠.

하지만 저는 이런 암울한 역사를 뒤집고 조선을 세계 최고의 산업강국으로 탈바꿈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역사가 역사다보니 조선은 이 게임을 하기에 최악의 조건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요.

의외로 이 게임에서 조선은 비유럽국가들 중에서는 상당히 할만한 국가에 속하는 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보다 괜찮은 조건이기도 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게임 속에서 차차 알아가도록 합시다.

조선으로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청나라의 조공국, 즉 피지배국으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조공국도 속국 취급이기 때문에 일단 기분이 즐겁지는 않은데, 사실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속국과는 다르게 조공국은 조공을 바쳐야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자치권이 보장이 됩니다.

물론 매달 수익의 10%를 상납해야하지만(이익이 아니라 수익의 10%입니다. 순 날강도들입니다) 대신 장점도 많습니다.

우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청나라가 지켜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시기의 청나라는 아편에 중독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같은 유럽 열강들은 못 막아주지만, 이런 유럽 열강들은 조선보단 청나라에 관심이 있으므로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그게 아닌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정도는 청나라가 혼자서 두들겨 패줄수 있기 때문에 서구열강이 본격적으로 청나라를 침탈하고 약해지기 전까지는 안심해도 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두번째 장점은 청나라와 시장을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이것 때문에 조선이 일본보다 사정이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쇄국법을 시행하고 있는 시기여서 외국의 시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죠. 더군다나 이 시기의 중국은 산업화 이전이기 때문에 원자재는 많지만 공산품의 생산량은 적습니다. 청나라 시장에서 저렴한 원자재를 사서 비싼 공산품으로 되팔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거라는 점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겁니다.

에를들어 이 사진에서 보면 고급 의류와 고급 가구가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러니 저 두 산업을 먼저 육성하는 것이 조선 산업화의 첫 걸음이 되겠군요.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정부 구조입니다. 좌측이 집권세력, 즉 여권이고, 우측이 비집권세력, 즉 야권입니다.

여권에 어떤 이해집단이 있느냐에 따라 후술할 법령을 제정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조선이 세도정치기인 것을 반영한 것인지 현재는 정부 구성원에 양반들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빠른 산업화를 원하기 때문에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 계층을 여권으로 포섭할겁니다.

마침 지식인 계층의 대표자가 개혁론자로군요.

그렇다고 제가 진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아 물론 진보라는 말이 아니라고 해서 보수인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음은 법률입니다. 보시다시피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근대화를 하려는 국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득권층의 힘을 줄이는 것입니다. 조선의 경우에는 양반계층이겠죠.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같은 걸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법률 개정은 기득권층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명예혁명처럼 온건하게 차근차근 개혁하는 방법도 있고, 혁명을 일으켜서 과격하게 개혁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전자를 택하겠습니다.

점진적으로 개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양반들을 '조금씩만' 화나게 해서 천천히 개혁을 진행해야합니다.

현재의 정치구조는 전제 정치인데, 이 정치구조에서는 정치력을 귀족 계층에만 제공하지만 지주 선거권으로 개혁하면 귀족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들에게도 정치력이 분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양반들의 권력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아래에 있는 제한선거권 같은것도 제정할 수 있지만 저런걸 고르면 곧바로 양반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빠른 진행을 원한다면 대놓고 저런걸 찍어두고 청나라 형님들한테 막아달라고 하는 방법도 존재하긴 합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산업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공장과 같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설력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조선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의 건설력을 가진 상태로 시작하므로 일단 이것부터 늘려줍니다.

건설도 공짜로 하는게 아니라 건축자재와 노동자 임금 등의 비용이 전부 들어갑니다. 그러니 너무 무리하게 확장하다간 파산할수도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다행히도 건축자재는 청나라 형님이 많이 생산해주시니 우리는 사실상 노동자 임금만 내면 됩니다.

건설력을 어느정도 늘렸으면 본격적으로 공장을 짓습니다.

아까 의류가 비싼걸 확인했으니 방직공장부터 지어보도록 합시다.

첫 방직공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청나라 시장에선 의류의 재료가 되는 직물과 비단은 거의 똥값인 반면에 의류는 금값이다보니 효율이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이제 겨우 하나 지었는데 벌써 세계에서 5번째로 효율이 좋은 방직공장입니다.

참고로 같은 지역에 같은 공장을 계속 지으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효율성이 더욱 올라갑니다. 대신 이러면 지역간 소득 불균형이 생기는 단점도 있습니다.

조선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홋카이도를 빨리 선점하는 것입니다. 식민국가 조선이라고 하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 시작 시점에 홋카이도는 일부만 개척된 상태로, 식민지화가 가능합니다.

홋카이도는 게임 중후반에 중요한 전략자원인 유황이 생산되는 지역이고, 무엇보다 금광이 존재하기 때문에 초반 수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세카이의 조선은 1838년에 입헌군주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홋카이도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식민지 법을 제정해야합니다.

일본은 고립주의이기 때문에 식민지를 펴는데 오래걸리는 편이지만 러시아가 내려오려고 하는 경우가 꽤 많으므로 최대한 빠른게 좋습니다.

홋카이도에 정착하는 조선인들.

이제부터 여긴 홋카이도가 아니라 북해도다

홋카이도에서 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때문에 홋카이도를 먹은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 설정상 전세계가 금본위제를 시행중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금은 조폐수입이라는 항목으로 곧바로 재정으로 충당됩니다.

덕분에 어느정도 재정에 숨통이 트입니다.

뭔가 이상한 동아시아 지도

홋카이도를 넘어 호주에도 정착하는 조선인들

양반들의 정치적 힘은 다양한 봉건 법률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법률들을 하나하나 철폐해나가야 산업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의 조선이었다면 당장 양반들이 역모를 꾀했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이 게임은 유럽산 게임이라 그런지 그정도까진 고증이 안된 모양입니다.

1862년에 자유방임주의를 채택한 조선

이게 말로만 듣던 자본주의 맹아론인가 뭔가하는 그거냐?

GDP가 2천만 파운드를 돌파하면서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왼쪽의 숫자는 위신 순위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쟁상대는 날고기는 서구열강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청나라한테 삥을 뜯기는 금액도 늘었습니다. (스샷의 '외교조약' 지출)

슬슬 손절칠때가 된것같습니다.

독립을 요구하려면 외교관(?)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독립을 협상(?)할 외교관(?)들을 대량으로 양성합시다.

그리고 독립을 중재(협박)해줄 제3국도 준비해줍시다.

새로 근대화한 군대를 시범운용(?)해보기 위해 홋카이도에 군대를 배치해서 일본을 협박(?)해보겠습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역사에선 강화도 조약을 강요당했던 1876년에 무력시위를 시작했습니다.

1년간의 무력시위와 치킨게임 끝에 결국 일본은 우리 군세에 쫄아서 홋카이도를 포기했습니다.

이게.... 제국주의의 맛이라는 건가? 

아무튼 이로써 우리 군대가 상당한 군사력을 자랑한다는 것은 확인되었으니 이제 진짜 목표로 눈을 돌릴 시간입니다.

유럽의 친구들과 함께 독립을 쟁취할 시간입니다.

수적으로는 압도적 열세이지만 산악지형이라는 방어에 유리한 지형과 질적우위로 상당한 교환비를 자랑합니다.

빅토리아 3의 전쟁 시스템은 일반적인 전략게임들처럼 적국을 정복하는 식이 아니라 적국의 전쟁 지지를 깎는것이 중요합니다.

굳이 적의 수도로 진격하지 않아도 전쟁의 장기화와 다수의 사상자가 속출하면 전쟁 지지가 떨어져서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됩니다.

우리의 영국 친구들이 조약항에서 버텨주는덕에 청나라의 병력이 분산되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방어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압록강에서 끈질기게 버텨낸 덕에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이세카이의 광복절(?)은 4월 10일입니다.

독립은 쟁취했지만 오랜 전비 지출로 경제가 그야말로 국가부도 직전으로 개박살이 났습니다.

다음편엔 경제를 복구하고 열강국가로 발돋움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