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아이 0

우선 앞서서 말하자면 전 중고딩때 은따를 당했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사람 자체를 무서워했고 고딩 동창들이랑 마주치기 싫어서

애들이 많이 안 가는 지역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게 되서 만난 같은 학번에 한 여자애가 제 첫사랑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감정이 없었습니다 

애초에 사람을 무서워하다보니 그런 감정이 있었어도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그 아이를 눈으로 쫓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애가 왜 좋냐고 많은 형들이 물었는데 저도 정확히 어디가 좋다고 이래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그 애라서 좋았던거 같아요

그 애 취향을 건너 건너 듣고 옷이나 머리도 신경쓰고 운동도 조금이지만 해보고

수업 자료도 정리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주기도 하고 성격도 밝게 바꿔갔습니다

그러다가 여름 방학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안가고 길기만 한 대학교의 여름 방학이 원망스러워갈 때쯤

제 생일날에 그 애한테서 생일축하 연락이 왔습니다

순간 정신을 놓았다가 다시 정신을 붙잡아보니 다음날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더라구요

이왕 이렇게 된거 고백하자! 라고 마음을 먹고 만났습니다

만나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오락실도 가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분위기도 나름 괜찮았고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하려는 순간! 겁이 났습니다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만나지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너무 겁이 났습니다

그렇게 고백도 못하고 해어졌고 대학교 4년을 거의 통째로 그애를 짝사랑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동안에 고백도 3번인가 4번인가 했었지만 한번 놓친 기회는 두번 잡을 순 없더군요

그렇게 첫사랑은 씁쓸하게 가슴 한 쪽에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연애도 한 두번 했지만 솔직히 그때처럼 누군가를 좋아한 적은 없었던 거 같네요

뒷 이야기를 덫붙이자면

나중에 그 애의 친구랑 이야기 하면서 들었던 건데

제가 만나자고 했던 날에 여자애들끼리 단톡방에서 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애가 내일 보기로 했다고 하니까 이미 제 짝사랑을 알고 있던 여자애들은

고백하는거 아니냐고 고백하면 어쩔꺼냐고 했고 그 애도 만약에 제가 고백하면 받아줄거 같다고 했다네요

그 친구 한테 겁나서 고백 못 했었다니까 뒤지게 혼났습니다

뭐 이정도입니다 딱히 재미는 없었던 썰이지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이때다 싶으면 한번쯤 질러보세요 생각보다 잘 풀릴지 몰라요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