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나비님 
일어나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왜 저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는가 생각해보니, 예전에 펀즈님이 아이스버킷챌린지할때 모두를 지목해서 했던 기부를 할때 제가 국경없는의사회로 기부를 했었는데 그때 남긴 정보로 저에게 이런 메일을 보낸게 분명합니다. 치사하게 생일이라 들뜬 마음을 이용해 기부버튼을 누르길 바라는 간악한 술수가 분명합니다.
저는 그런 술수에 매우 잘 넘어가는 사람이죠.
저는 다행히도 근현대사에서 원조와 경제개발, 정치적 안정 모두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신흥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그럭저럭 잘사는 가정에서 태어나 저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지구적 사건에 휘말림없이 이렇게 20대를 넘어 30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축복을 타고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원조가 절실한 나라, 낙후된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나라, 불안정한 정치로 인한 분쟁에 휘말려 매일매일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나라가 많습니다. 제가 "오늘 펀즈 방송 하냐?" 같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동안 어느 나라에선 태어나고, 살아남는것을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비단 외국의 일이기만 할까요. 대한민국에도 가난과 고통을 겨우 버티며 힘들게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마천루에서 사는 우리들은 그런 이웃들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어느날 뉴스에서 세 모녀 자살사건 같은 이야기가 나와야만 그런 이웃들이 마천루의 사이사이 틈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합니다.
이것이 저의 잘못일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단지 힘들고 못사는 나라 대신 잘사는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실패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원죄를 가져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제가 조금 더 잘살고 행복한 가정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원죄를 가질 이유가 없는 것처럼요. 물론 분쟁국가를 외면하게 만드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정치적 연결고리라던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경제적 착취와 종속관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의 재분배 실패, 양극화와 복지의 사각지대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국제정세, 경제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선진국의 시민', '중산층 이상의 시민'으로써의 의무를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런 논리는 연좌제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는 논리는 아닙니다. 이런 논리는 만약 제가 선진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중산층 이상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남을 돕지 않고 수혜만 받고 살아도 된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특정한 관계로, 특정한 이유로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보다 더 큰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사람이 왜 사회를 이루고 살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돕고 살아야 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덜 힘든 사람이 조금 더 힘든 사람을 돕는 이타성이야말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선한 심성이 아닐까요. 뭔가 거창한 국제관계, 냉혹한 자본주의 세상속에서의 시민의 의무라는 이유는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데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지 맙시다. 사랑하니까 사랑하고, 사람이니까 사람을 돕는 겁니다.
30대의 저는 조금 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