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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2019년 대학가서 사람 못 믿게 된 이야기(a.k.a 호구썰)

_피핀_
2020-06-15 00:44:49 166 1 1

정보: 글쓴이는 167cm / 57~60kg의 19학번 남성


작년 4월 즈음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학 중간고사 시행 기간이 1달 가량 남은 시점이라 기숙사에서 시험공부 중이었습니다.

밤 10시, 근처(?) 대학에 다니는 고교 동창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죠

.

동창 : 야 나 니네 대학 근처인데 나 국밥 한 그릇만 사주라~


제 대학로 근처에서 소개팅을 하고 술을 마신 것까진 좋았는데, 술자리에서 남은 술이 아깝다고 다 마신겁니다.(소주 3병 이상)

원래대로라면 '시험기간이라 못나간다'라고 핑계를 대며 안 나갔겠지만, 문제는 이 자식이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는 것.

만취한 사람은 어차피 기억 못할테니 내버려둬도 문제 없었겠지만, 고교 3년의 옛 정이 있으니 국밥도 사주고 지하철 역까지 그 친구를 바래다 줬습니다.

다 끝나고 나니 대략 밤 11시 10분 즈음 이었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한 쌍의 '인상 좋은' 남녀가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안녕하세요, 저희 심리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있는데, 한 번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 늦게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길래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줬습니다.

집, 나무와 사람을 그려달라길래 부탁을 들어주었죠. (집-나무-사람 검사)

그러더니 시간이 남는다면, 제 그림을 보고 분석을 해주겠다는 겁니다.(부정적, 내성적, 소극적 기타 등등 성격들을 분석)

들어보니, 그런대로 맞는 말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거주하던 기숙사의 통금시간을 넘겨 버렸습니다.(00:00 ~ 05:00)

당시 공부하고 '들어오는 기숙사생들'에 한해서 통금을 해제했는데, 제가 그 날짜를 착각한거죠.

즉 저는 새벽 5시까지 밖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겁니다.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그 설문조사 남녀, "기왕 이렇게 된거 저 카페에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시겠어요?"라고 제안을 하더군요.

저도 새벽 5시까지 PC방에만 있기는 싫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간 두 사람이, "심리 분석, 기타 등등 비용 치룬다고 생각하고 저희 음료 사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씁 뭐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달라는거 사주고 넘겼습니다.

그들에게 성격때문에 생긴 일, 가족, 학창시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살짝 눈물을 보일 정도의 평소에는 잘 꺼내지도 않던 이야기까지도요.

제 앞에서 이야기를 듣던 여성이, 계속 꾸벅꾸벅 조는 시늉을 하길래 '본인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느끼면 이렇게 된다'라고 설명하더라구요. 그냥 그런갑다 하고 대충 받아줬죠.

제가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새벽 2시 즈음이 되었습니다.


여성 : 피핀 님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알고 싶으신가요?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대답했죠. 그 이후로 오간 대화.


여성 : 혹시 예절의 禮의 왼쪽(示)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본인 : 아뇨?

여성 : 이게 제사를 의미하거든요.~~


그 뒤로 저게 뭔가를 말하긴 했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 들면서 온갖 욕설이 머릿속을 떠돌았거든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화장실로 튀었습니다. 새벽 2시라 주변에 연락할 곳도 없었기에 구글을 켜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죠.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 : 2시간 이상 제 이야기를 들으며 음료수를 쳐먹던 저 두 금수자식들은 사이비일 가능성이 99%이다.

당장 나가서 마시던 머그컵으로 대가리를 후려갈겨버리고 싶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가서 물어봤습니다.


본인 : 그럼.. 제게 그 방법을 알려주시면 집에 가서 해보겠습니다.

사람 아닌 둘: 그게.. 그 제사를 하려면 옆에서 도와주는 집사가 필요하고 혼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니 (심한 욕) 난 이런 자식들한테 난 눈물까지 보여가며 내 속 깊은 이야기를 했던거네? 세상 천하에 이딴 것들도 숨을 쉬고 다니는구나. 옘병 진짜 쌍것들 손에 손잡고 죽었으면."하는 생각도 들고, 그나마 관리하던 표정도 썩었습니다.


말하는 짐승들 : 아니, 저희는 좋은 마음에서 피핀님 잘되라고 알려드리는 건데, 갑자기 그런 표정 지으시면 저희가 좀 그렇죠.

본인 : (3분간 침묵) (분노, 빠르지만 정중하게) 이쯤에서 저는 가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예의상 한 말)


그리고 혹시나 이것들이 추격해올까 무서워서 근처 PC방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새벽시간에 사람이 꽤 모여있어 안전한 곳이 거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고는 새벽 5시가 지나서 겨우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진짜 이 경험하기 전까지 사이비 자식들은 그냥 '도를 아십니까', '기운이 좋은데~', '혹시 조상님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술먹고 꼬장부렸던 동창에게 썰을 풀었더니 돌아온 대답 : "너 병신이야?"

호구는 맞는데 술먹고 꼬장부리는 자식 받아준 은인에게 할 소린가 싶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할머니댁에 방문하러 가는데 남녀 한쌍이 이어폰 끼고 가는 저를 붙잡더니 길을 물어보더니, 구글맵까지 켜서 가르쳐준 카페는 안가고 갑자기 인상좋아보인다며 대화를 시도하길래 (쌍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정중하게 넘기고

시험기간 끝나고 종강 파티하러 가는 길, 다른 동기생들이랑 같이 술집으로 가는 길에 또 남녀 한쌍이 저만 콕 찝어서 길을 묻길래 그때는 제가 진짜 열받아서 "아니 길 물어보려면 관광안내소에 가지 왜 나한테 지랄이야?"하고 쫓아냈습니다,



그러다가 또 한번 당했는데요.


할머니댁 가는 길에 갑자기 어떤 여자가 불러세워서 '불우아동? 돕는 캠페인을 한다, 도와달라'길래 뭔가 들어봤더니 갑자기 손에 핸드폰고리를 쥐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가려는데 갑자기 '기부금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2천원을 주고 길을가다보니 느낌이 쎄 해서 제 대학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니. 올라오는 댓글들 : '야 이 병신아' 

'구걸하는 짐승 사료값 챙겨줬다', '액땜 싸게 했다'라고 정신승리 하면서 치웠습니다.


결론.

그 뒤로는 사람 잘 못 믿게 되었습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슨 서명 받는 것, 길 물어보는 것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아니면 일단 씹고요. (그래도 한 두 번씩 진짜 도움 필요하신 분 도와드린 적이 있긴 했음)

가끔 정말로 큰 고민/상처가 있으셔서 저런 것들한테 현혹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가끔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옴) 제발 두번 세번 생각해주세요... 심리 설문조사, 일단 무시합시다. 상담이 필요하다면 믿을 수 있는 기관에 방문하세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것들 만나는 건 길거리 떨어진 음식 주워먹는 거하고 같습니다.

길을 잃어버리신 분들, 부디 경찰에 도움요청/PC방에 부탁/부동산에 부탁/관광안내소에 물어보기/내비게이션 앱 이용 먼저 해주십시오. 정말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봐야겠다면, 붙잡고 다급하게 목적지만 빠르게 물어보세요. 그래야 가르쳐줍니다. 안그럼 사람취급 못받아요. (대부분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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