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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리고 이야기 인디밴드의 솔직한 추억, 언니네이발관 -4-(完)

유리는매일내일
2019-06-25 13:39:15 1201 4 5

(3에서 이어)

5집을 발표한 이후 공식 홈페이지의 일대기 항목의 업데이트가 없었기 때문이 여기서부터는 이석원 본인의 일기 등에서 더듬어 가야 합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 발매 이듬해 산문집 <보통의 존재>와 함께 이석원은 작가로 이름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그의 가사만큼이나 담백하면서도 진솔된 이야기들은 많은 관심을 받아 성공적인 데뷔가 되었죠. 이후 2013년에 낸 장편소설 <실내인간>은 호불호가 약간 갈리는 모양 같습니다만 이석원의 작가로서의 입지는 더더욱 굳어집니다. 지난해에는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라는 산문집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수 이석원이라는 문제에 대해선 더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EP <혼자 추는 춤>을 발표한 2015년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괴롭다

라는 글을 쓰기도 했으니 말이죠(6월 25일 일기)

*여담으로 이 글 쓰기 이틀 전으로 돌아가면 돌아볼 수 있는 건이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문학이 무엇이건데
작가라는 사람들은
잘못했다 그 한마디를 하기가
저토록 어려운 것일까.

내가 잘못했다 인정한다. 그러나 문학은 내 목숨과도 같은 것이니 독자들께서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앞으로 절치부심하겠다. 라고만 하면 대체 뭐가 문제겠나. 그래도 너 다시는 글 쓰지 말라고 악다구니 쓸 인간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환장 하겠다 정말. 바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앞에는 아직 외딴방이 소중하게 놓여 있는데..(6월 23일 일기)


(사용하는 과정에서 비속어는 일단 뺐습니다) 이 때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건에 관해 문제가 터졌던 시기이죠. 제가 작가 지망이기 때문에 이 건에 대해 저도 관심이 나름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인디음악 갤러리에서 문학 이야기를 하는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까와 빠들이 토론을 벌이는 아비규환에 휘말리는 것은 싫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이 공백 기간 동안 사회 문제들이 연달아 터졌죠. 물론 이 건들에 대해서는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패스입니다만 이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움직이면서 이석원 본인이 느낀 것도 적잖았던 것 같습니다. 아래 일기에서 '이 징글징글한 나라'라는 표현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오랜 작업기간 끝에 드디어 EP 앨범 <혼자 추는 춤>으로 7년만에 오랜만의 소식을 전합니다

<혼자 추는 춤>


이번에 노래 녹음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에 혼자 일종의 뒷풀이를 하러 광화문엘 갔다가 광장에서 본 한장의 사진이 가사를 다시 쓰게하고 새 멜로디를 만들게 했다. 아마 이 징글징글한 나라는 적어도 내 살아생전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지.(12월 8일)

노래 발매 일주일 전에 멜로디를 위와 같은 사유로 뜯어고쳐 내놓았습니다. 이석원이 세상에 대해 일기에 풀어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느낌입니다.

<애도>

이 곡은 5집 <산들산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결국 다시금 아파온다는 소회의 느낌으로 들려옵니다.

이제 이 EP를 발매하는 한편(12월)으로 2015년에 6집을 준비하면서 겪는 일상 이야기들을 담은 작업 영상(2월 1탄, 5월 2탄)이 업로드됩니다.

(2탄은 전대정 본인이 비공개나 삭제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2탄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는데...)

7분대에 "아니면 6집만 하고"로 들리는 부분을 보면 작품 구상이나 밴드의 방향성, 지속성 등에 대해 생각해본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앨범 낼 수 있을까요"라면서 암전되어 있는 화면은 암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가장 보통의 존재"로 다시 넘어갑시다.

3년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면서 <가장 보통의 존재>를 불렀습니다.

이 이야기가 뜬금없이 왜 나오느냐하면 이제 아이유가 언니네이발관의 6집에 참여하기 때문이죠.


이제 EP~6집 사이의 행적을 일기를 통해 더듬어봅시다.


두려움 가득 안고 새해를 시작한다.
남은곡은 여덟곡.
앞서 발표한 곡들도 다시 뜯어 고치게 된다면
사실상 열곡.
부디 우리에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체력과 용기와 행운이 주어지기를.(2016년 1월 4일)


 "저는 저의 결과물이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관해서도 이석원의 작품이라는 선명한 존재감과 일관성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평범하고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과 상관없는 디자인이 제 이름을 달고 나가지 않게 해주십시오."(2016년 1월 6일)

바닥을 치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이런 저런 남의 창작물들을 탐닉하는 중이다. 어제부턴가 슬램 덩크를 오리지날판으로 이십여년만에 다시보고 있는데 요즘 애들 말로 소오름이 돋았다. 일개? 학원 스포츠물이, 그것도 만화가 수십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강렬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게 바로 클래식이 아니면 뭐가 클래식일까. 1억부 이상을 팔았다는 이 역사적 컨텐츠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한 작품이 오래도록 대중에게 소비된다는 것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복이고 기쁨인가를 생각하면, 우리의 앨범도 조금은 그런 면이 있다. 우리는 3,4,5집의 판권을 직접 소유하고 있어서 매달 말일이면 그 수익, 즉 로열티가 우리 통장에 입금이 된다. 그 내용을 보면 십사년전인 2002년에 발표된 앨범을 아직도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상업적인 성취를 중요하게 여겨온 한명의 평범한 대중 음악 뮤지션으로서 비록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렇게 오랜세월 우리 음악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2016년 1월 10일)


타이틀곡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2016년 5월 9일)

혼자 추는 춤을
싱글보다 훨씬
 댄서블하게.(2016년 8월 22일)


어제
팔년만에
 새 앨범의 녹음을 시작했다.(2016년 8월 31일)


킹(가제)이라는 곡의 베이스가 아무래도 만족스럽지가 않아 기왕 정균이 신세를 지는 김에 염치불구하고 근 일주일을 매달렸다. 그랬더니 오늘 거진 완벽하게 맘에 드는 녹음이 되었다. 작업에서 만족할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이는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다시한번 깨닫는 경험이었다.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많지만 적어도 내 경우엔 모든 결과물은 들이는 시간에 정비례해서 그만큼 더 좋은 내용물이 담긴단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창작자로서 꽤나 큰 핸디캡이 아닐 수 없는데 인생은 유한하고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타협하지 않는 한 평생 발표할 수 있는 작품의 수가 남들보다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나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빠른 피드백을 원하게 되었고 이런 더딘 작업 속도가 일의 선택에 있어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016년 9월 14일)

이제 마흔 일곱.

음악 어렵다.
인생 쉽지 않다.(2016년 12월 31일)

*한편으로 시계를 2009년으로 돌려 cine21과의 인터뷰를 보면 (만약) 7집이 나오면 40대 중반이 될 것이고 그때까지 창작력이 버틸 리가 없으므로 6집이 마지막이라 했습니다만 40대 중후반의 6집이 되어버렸습니다. <서울의 달> 등의 구상을 보면 인터뷰 당시와 이후의 구상이 좀 달랐던 것 같기도 합니다.

노래를 구상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가수라는 정체성에 대해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냐는 고민이나 이전의 밴드 활동과 팬들에 관한 소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장장 23년을 달려온 언니네이발관도 드디어 마지막 앨범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의 예고를 합니다.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가 선공개된 것이죠.(링크)

6.홀로 있는 사람들

그리고 2017년 6월 1일, 결국 언니네이발관의 종지부를 찍는 6집이 나오게 됩니다. 여담이라면 이 앨범 저도 선행구매 해보고 싶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타이틀곡은 역시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곡이 더.

6집 소개글(By 이석원)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아주 먼 길이었지. 나쁜 꿈을 꾼 것 같아. 꿈속에서 만났던 너 처럼."

기능적으로는 앨범의 인트로이자, 정서적으로는 팀이 걸어온 23년을 관통하는 주제가 격의 곡. 짧고 간결한 곡 위주로 앨범을 채우려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수록곡 다수가 5, 6분에 이르는 어느 때보다 긴 길이를 갖게 되다 보니, 한 곡 쯤은 극히 컴팩트하게 만들어서 앨범의 서막을 여는 인트로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삼분 삼십초 안팎의, 짧은 길이 안에 우리가 낼 수 있는 가장 감각적이면서도 정서나 스타일 면에서는 누구나 들어도 이발관이구나 알 수 있는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는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물론 디테일로 들어가면 악기의 종류나 편곡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고 특히 구성이 특이하게도 단절적인데, 그것은 바로 뒤에 앨범에서 가장 긴 드라마를 배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곡의 감정과도 연관이 있는 의도적 선택이었다. 미친 듯이 울면서 달리다가 갑자기 타의에 의해 뚝 끊겨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를.

여담 한가지.

어느 날 곡을 완성시켜놓고 사운드를 만지는 과정에서 악보에 표기될 수 없는 차원의 그루브를 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어머니가 우연히 음악을 들으시더니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프냐고 하시는 거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 했던건 곡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사운드가 조밀해지고 댄서블한 그루브가 생기면 생길수록 어머니는 그때마다 “얘, 곡이 더 슬퍼졌어” 이러시는 것이다.

어째서 우린 달리면 달릴수록 슬픈 것일까.


2.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아무것도 소중한 게 없어서, 이 거리를 헤매이다가 널 처음 보았지.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는 널.”

하도 작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2015년에 먼저 싱글 두곡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싱글 답지 않게 곡 길이가 육분이나 돼서 자책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진짜 싱글 다운 짧은 곡을 쓰자고 다짐했지만 수없이 버려지는 곡들은 삼분 짜리였고 살아남은 곡들은 오히려 더욱 긴 곡들이었으니..

역시 육분 대인 애도와 비교하면 애도가 낮고 긴 호흡으로 시종일관 뚝심 있게 한 톤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면, 이 곡은 훨씬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블록버스터랄까. 음의 낭비를 극도로 경계하면서, 우린 앨범에서 가장 긴 곡을 가장 밀도 있게 만들어 나갔다.


3. 누구나 아는 비밀 (with 아이유)

“사랑이란 이 노래보다도 짧아. 그럴 땐 자꾸 부르면 되지.”

어느 날 두 사람의 화자가 주고받듯 대화를 나누는 듯한 곡조가 나왔고 우린 그걸 짧고 간결하면서도 가능한 들을 거리들이 많이 들어 있는 곡으로 완성 시켰다. (그래서 오래 걸렸다.)

안그래도 이번 앨범에 긴 곡들이 많기 때문에 유난히 구성에 공을 들였는데,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하는 이 곡도 그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 언뜻 들으면 그저 발랄한 어쿠스틱 팝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곡의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보통의 곡들이 벌스와 코러스 브레이크 등 서너 개 정도의 파트로 이루어졌다면 이 노래는 곡을 이루는 파트만 아홉 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면서도 심플하고 곡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오래 곡을 다듬어야 했다.

곡을 만들 때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연스러움인데, 우리의 경우 그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수없는 인공적인 손질 끝에 나온다. 그래서 실은 많은 음의 조각들을 이어 붙인 이 곡이, 마치 한 순간에 만든 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기뻤다.


4. 마음이란

“너는 나란 겨울에 내린 저기 하얀 눈처럼 쌓여 녹지 않을 거라던.”

마음이란 것의 휘발성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이자 우리가 항시 다루고 싶어하는 이발관의 주요 테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그것을 재료 삼아 음악을 만들었고 이번 앨범에선 바로 이런 스타일로 표현하게 되었다.

짐작했겠지만 1,2,34번 곡이 흐르는 동안 한 곡도 스타일이 비슷한 곡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기조는 5번 곡, 6번 곡도 마찬가지고 앨범이 플레이 되는 내내 유지될 텐데, 그게 바로 우리가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고 싶은 바였다. 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이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과 풍경을 빚어내는 것. 그러면서도 뭔가 모를 하나의 앨범으로써 통일감을 갖는 것.

마음은 왜 변하고 그런데도 우리의 마음은 왜 늘 어딘가로 향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사람들이 이 곡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5. 애도

“날씨가 좋구나. 너를 잊으러 가야지. 하고 너를 추억하러 가는 길이 슬퍼.”

이 곡은 2015년 12월에 싱글로 먼저 발표 되었으나, 처음엔 싱글 답지 않은 곡 길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곡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우리가 선택하는 곡들이 대체로 긴걸 보면서, 결국 우리가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은 건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나서야 곡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도 긍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싱글 발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이 곡을 지지해 주었는데, 독립적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을 앨범 안에서 하나의 수록 곡으로서 들었을 때, 그저 싱글로서 접할 때와는 다른 진가를 드러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앨범은 앨범인 것일까.


6. 나쁜 꿈

“바보 같은 말이나 듣고 살겠지. 날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곡 에서는 무엇이 됐든, 짧은 순간을 최대한 크고 거창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활기찬 기분으로 집밖을 나서던 길에 누군가 슬쩍 어깨를 치고 갔다거나, 시내 한복판에서 오래 전 사랑했던 사람을 마주치곤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던 기억 같은 것들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달까. 그야말로 나쁜 꿈 같은 일상의 한 단면을, 그런 극히 사소한 무언가로 장편 영화 한편을 만들고 싶었다. 실은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어느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하고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7.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하늘이 파란 건 누굴 위한 것일까. 기나긴 오후였네.”

사람들이 세상과 삶이라는 거대한 새장 속에 갇힌 새라고 가정 했을 때, 누구나 새장 속을 벗어나고 싶어 할 것 같지만 어딘 가엔 새장 속의 삶을 더 편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으되, 단 한번 날아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삶일까. 도시 무엇이 유의미한 삶이고 무엇이 무가치한 삶인지, 그런 게 있다면 그건 누가 정하는 것일가.


8. 홀로 있는 사람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세상도 나에게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


9. 혼자 추는 춤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있다. 누구도 누굴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춤을 추면서 외로워 몸을 흔들며.”

이 곡은 항상 ‘나’를 노래해오던 이발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홀로 있는 각각의 우리에 대해서 노래한 곡이다. 그것만으로도 팀의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써 부족함이 없다고 보았다. 긴 세월 우리를 지지해준 팬들과 이 땅에서 함께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송가이다.

이 곡을 마지막으로 언니네이발관은 공식적인 음반으로는 퇴장하지만 밴드 활동 등은 계속할 것이라 했는데...

소식이 늦었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예전에 써 둔 편지를 올립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미안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 두길 바래왔어요.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한번만
이번 한장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그간 실천하지 못한 계획들도 있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서 인사드리고 떠나면 좋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더이상은 그런 기분으로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음을..
이렇게밖에 맺음을 할 수 없는
제 사정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 두고
더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23년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훗날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뵐게요.

감사합니다.

23년동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신것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2017년 8월 6일 저녁 이석원 올림

결국 본인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직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언니네이발관은 진정으로 인디음악의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장장 23년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납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후일담들 뿐이고, 그들의 노래를 담은 영상과 CD쪼가리 뿐이고. 전 이 밴드를 알고 난 후 1년만에 은퇴 선언이 떨어져서 콘서트 한 번 못 가봤습니다.(더 정확히는 어떤 밴드의 콘서트도 사실 안 가봤습니다만) 노래들을 여러 가지로 찾아보며 기록들을 찾아서 4개의 글로 나누어 써봤습니다만 언니네이발관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데에는 제가 원년 팬인 것도 아니고 주위에 그런 사람도 없어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댓글에 써져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모르는 것도 있을 정도로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제 나름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이야기를 써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홀로 그곳으로 가나요 그 아픔 잊었기에 이제는 사랑해요"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있다
부디 워우워우 언젠가
다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춤추며"


여담)직접적인 맥락과는 관련이 없어 생략했던 이야기들 일부

"나를 잊었나요"

<아름다운 것>과 함께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불렀던 노래입니다. 공식 앨범 버전과는 달리 온스테이지에서는 좀 더 댄서블한 느낌으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후반부의 울부짖는 기타 부분이 인상적인 <사라지지 않는 슬픔과 함께 난 조금씩>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6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나쁜 꿈>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석기시대 레코드에서 이후에 리마스터링을 독단적으로 진행해 1,2집을 다시 내놓습니다만 사실상 원곡이랑 전혀 딴판입니다. -1-의 댓글에도 있습니다만 우주 체조 부분이 날아가는 등 중요한 부분은 다 빼먹어버렸죠. 2016년 1월 10일 일기에서 '3,4,5집의 판권'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씁쓸합니다.

다음에 올린다면 미스티블루 아니면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생겼다네, 또는 Chouchou 등을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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