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생레바 0

여느 때와 같이 본작의 11화를 접했을 때  본작의 8화를 접했을 때 이상의 충격을 느꼈다.

본작의 8화에서 작가는 노동의 경시와 그에 따른 인간소외를 전반부에, 인외존재 및 문명에 대한 의존과 사회관계망의 붕괴를 말미에 배치하여 현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리고 작가는 11화에 이르러 "인간의 의미"에 관하여 묻는다.

"인간으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어." 본편의 누군가가 남긴 대사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필자는 이 대사야말로 본편을 상징하는 핵심적 대사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요하게 섹드립을 놓지 않은 이유를, 인조적인 미소를 보이던 장면을, 비현실적인 만화 속 현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보여주는 인과관계를, 존재의 부딫침을, 지식숭배와 감정경시의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자생집단의 시스템을, 그리고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배치되고 제자리를 찾아 전달하려는 바를 전하는 만화의 재미를 작가는 한 마디로 전한다.

만화는 이야기다.

모든 인간이 가진 욕망을 자극하는 수단이다. 그 형태가 어떻든 인간은 이야기에 끌린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작동방식과 이야기 속의 사건은 분명하게 차이가 있으며 그렇기에 이야기에 재미가 생긴다.

그러나 아니러니하게도 쓰러질 듯한 몸을 나무에 묶고 싸우는 얼스터의 영웅 쿠훌린처럼 이야기는 스스로를 통해 인간 세계의 현실을 관통하는 진실을 내포하기를 추구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타인의 부조리함, 잘 정돈된 채 망가진 인물의 내면. 그 모든 것을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와 같이 끊임없이 탐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끔 하는 것이다.

사건과 갈등, 오락적 요소는 다음 컷으로 넘어가게하는 역할을 하지만 순전히 재미만을 위해 이야기를 보거나 읽는 시대는 지났다.

이야기보다도 더 자극적인 즐거움이 넘치는 세상이다. 마치 작가의 호빠 방송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읽는다면 작가의 [레바툰]처럼 현실과 경험을 재해석하고 나와 타인을 돌아보고 내가 밟고 선 세계의 시작과 종말을 알고 싶은 욕망의 탓이 아닐까.

아무나 '춘자식 개인주의'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오만하기 짝이 없는 하소연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이것은 어찌보면 세상에 대해 초연할 수 있는 특권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무수한 교류와 갈등을 겪는 이들의 비극(?)을 그녀는 당연스레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만화란 이렇게 대중적인 곳에서 가장 보편적인 모습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공동체 안에서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우리의 이야기, 한 번쯤 초연하고 싶었던 우리, 현실 속 곽득팔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되어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세 줄 요약

글쓴놈 

던속사로 한 발 뽑고 

현타 씨게와서 인생 돌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