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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리고 이야기 인디밴드의 솔직한 추억, 언니네이발관 -1-

유리는매일내일
2019-06-25 00:30:17 1161 6 6

한국 인디밴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는 분명 많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언니네이발관"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부터의 한국 인디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큰 기억 중 하나일 것입니다. 2017년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만 분명 그들이 걸어온 길은 적잖은 인디밴드의 <후일담>이 될 것입니다


0.허세 부리려고 만든 밴드 이름에서


사실 밴드가 기본적으로는 처음부터 "아, 밴드 해야지!" 해서 드럼 할 줄 아는 사람, 기타칠 줄 아는 사람해서 몇 명 뽑던지 아니면 친한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같이 연주를 배우면서 시작하는 등 기본적으로 예비적인 순간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언니네이발관'이라는 밴드는 시작부터가 이상했습니다. 결국 1980~90년대에 인터넷이라는 게 왠만하면 PC통신이니까 결국 PC통신 이야기 거슬러 올라가는데 거기서 이석원은 악플러로 악명을 좀 쌓고 그러다 '모던 록 소모임'이라는 걸 만드는데 이 때 같이 창립한 멤버가 류기덕입니다. 곧 제1기 언니네이발관을 같이 할 멤버죠.

이 때 여기서 놀던 유저들도 보통이 아닌 게 이아립에 후의 델리 스파이스의 주축 멤버들에 다들 밴드 한다고 기세등등하니까 당시엔 밴드를 안 하던 이석원은 뭔가 꿀리기 싫어 "언니네이발관"이라는 (자신이 활동한다고 주장할) 밴드 이름을 만들어냅니다.

*이 이름은 본인이 감명 깊게 봤던 성인 영화에서 따왔다는데 검색해도 잘 안 나와서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때까진 장난이었는데 친구 윤병주가 속한 "노이즈가든"이 <여명의 시간>으로 톰보이 콘테스트에서 제1회 우승자가 되는 걸 본 후 진심으로 결심하게 됩니다.

노이즈가든의 <여명의 시간>

드디어 <전영혁의 음악 세계>라는 라디오 채널에까지 이 이름을 공공연히 써놓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이에 관해 본인의 언니네이발관 공식 사이트에 적어놓은 연표를 참조하면 "자기가 지어놓고 진짜로 있다고 믿게 되는 이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적을 정도로 뭔가 필사적인(?) 존재였나봅니다

1.비둘기는 하늘의 쥐

밴드 구성은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연표에서 이 멤버 구성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후 다룰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으면서 보컬겸 기타였던 이석원에게
류한길이라는 인물이 키보드를 칠줄도 모르면서 키보드로 합류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지금은 테크노 9단으로 불리우는 데이트리퍼가 바로 류한길이다) 동호회의 시삽 류기덕이 베이스로,
드러머는 단지 팔다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유철상이 낙점된다.

한마디로 '서로 아는 사람 거의 없고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밴드 결성이라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고 노력에 고생에 갖가지 하다가 라디오에 처음으로 밴드 이름을 "언니네이발관"이라고 알린 것으로부터 1년 후, 본격적으로 일주일간 고생해서 만든 곡 하나를 소개하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이후 '까까머리 중학생' 정대욱이 기타 리스트로 들어오고 류한길은 탈퇴한 후 테크노 9단의 길을 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지도를 쌓은 밴드의 첫 공연이 조금 미루어지죠. 이유는 "자작곡"으로 공연의 set list를 통째로 채웠기 때문인데, 당시엔 외국 밴드 카피 하는 것이 공연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절이었으니 지금에야 왜 그게 이유가 되지 싶지만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것이었어요. 언니네이발관이 자작곡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인디밴드가 자기 노래를 공연에서 부르는 것이 좀 더 보편화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마찰이 빚어진 뒤 1995년 7월, 드디어 공연을 허락 받고 무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주목을 받게 됩니다. 당시 '로랜드 고릴라'와 '소년' 등을 불렀는데, 사실 '로랜드 고릴라'라는 곡부터가 카피밴드와 외국 밴드 곡의 카피 풍조 등에 대한 조롱이 담긴 곡입니다. 어떻게 보면 힙합 정신이죠

언니네이발관의 <로랜드 고릴라>

그렇게 1995년 12월에 데모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발표한 후 기획사들이 너도나도 이 밴드를 데려갈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이후 1996년 11월, 런던의 메트로 폴리스까지 건너가 마스터링한 첫 정규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가 세상에 나오고 선풍적 인기를 끌죠. 평론가들도 호평에 드디어 "그해의 앨범 10선"에도 뽑힙니다.

타이틀곡 <푸훗>의 MV

*이때 소속된 석기시대 레코드가 이후 1,2집의 리마스터링을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악연도 있습니다만... 사실 언니네이발관에게 1,2집의 저작권이 없습니다. 계약이 참..

2.후일담

이제 밴드가 잘 되나 싶었는데... 정대욱이 고3(정대욱이 중3으로 밴드 들어올 때가 1994년) 생활 한다고 활동 중단에 유철상은 흑인 음악한다고 밴드를 나가서 바이닐을 거쳐 "아소토 유니온"을 만들죠. 네, 바로 김반장과 윈디밴드의 '김반장' 되시겠습니다.

류기덕은 원래 음악인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게임 회사를 가고 위메이드의 부사장직까지 올라갑니다. 지금은 작곡가를 하신답니다.(기사)

밴드 멤버는 뿔뿔이 흩어지고 이석원은 잡지사 사장이 되어 창간호를 내지만 마침 IMF까지 겹치며 잡지사마저 망합니다.

그렇게 밴드의 이름이 1집에서 묻히나 위태위태할 때즈음 새로운 밴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리듬파트의 공백을 메우려 미디로 작업하던 그들에게 데모때부터
녹음을 도우던 전 노이즈가든 출신의 이상문이 베이스를 맡겠다고 제의하고,
마침 캐나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드러머 김태윤까지 합류함으로써
밴드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 이발관은 방향을 180도 선회,
밴드음악으로 2집을 준비하게 된다. 

다시 밴드 멤버의 편성을 갖추게 되고, 2집 <후일담>이 나오는데... 소포모어 징크스란 건지 평론가도 대중도 2집 반응이 별로에요. 겨우 만들었는데 2집 평이 영 아니니 힘들어지죠. 아무래도 1집의 분위기를 원했는데 너무 달랐던 건지 무언지는 몰라도 당시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 합니다.

후반부의 일명 "우주 체조" 파트로 기억되는 수록곡 <유리>

결국 정대욱은 언니네이발관을 탈퇴하고 이석원은 회사원이 됩니다. 이후 정대욱은 '정바비'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줄리아하트"를 결성합니다.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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