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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많이 힘들었습니다

크레파스2
2019-10-13 04:13:14 117 6 0

안녕하세요, 자희님과 시청자분들.


크레파스입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계절이 바뀌네요. 어느덧 10월이 되고 2019년의 막바지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일교차가 심한 만큼 감기 걸리지 않게 옷 잘 입고 다니시길 바랄게요.


2019년 2월에 공군으로 입대한 저는 이번 달 일말(일병말년/일병왕고)가 됩니다.


뭘 하지도 않았는데 상병이 보인다는 것과 아직도 전역이 1년 넘게 남았다는 것에 현타가 오기도 하네요.


게다가 아직 모르는 것들도 너무 많아 선임들에게 욕을 들으면서 지내고


밑에 후임들 관리도 하느라 이것저것 정신이 없습니다.


맨날 뭐만 하면 제가 욕먹고 저한테 밑에 애들좀 챙기라고 욕먹고


네 짬이면 안 그래야 된다고 욕먹는데 또 밑에 후임들 챙겨주고 맛있는 거 사주느라


피같은 돈도 증발되고 후임들 혼낼 때 상처받지 않게 욕 안 써서 잘 순화해서 말해주고..


온갖 책임은 저한테 오는 상황에서 잠깐잠깐 시간이 날 때


자희님 방송을 들러서 힐링하고 가곤 합니다.


비록 몇 분도 안 되는 엄청 짧은 시간이지만 저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히 보고


진짜로 시간이 안 된다 싶을 때는 1000원짜리 도네를 쏘거나 인사만 하고 가기도 하죠.


제일 욕을 많이 먹을 시기인지 몰라도 솔직히 좀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별 수 있나요. 그저 참고 열심히 일해야지요.


서론이 길었네요. 오늘 할 이야기는 옛날부터 꾸준히 써왔었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중인 집안 일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힘들었던 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개인정비시간이 돼서 어머니께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의 목소리는 뭔가 힘이 없는 듯했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냐고 여쭤보자 잘 보냈다는 말씀과 동시에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이번 주말에 면회 한 번 가겠다고요. 갑작스럽게 하시는 말씀에 다시 여쭤봤습니다.




'진짜요? 근데 갑자기 오시네요.'


엄마 : ...사실 엄마가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사실 선을 봤어.


그 사람이랑 지내봤는데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그 아저씨가 운전을 해주실 거야. 우리 아들은 엄마가 이러는 거 이해하지?




'..네 그럼요. 덕분에 엄마께서 부담이 덜어지시게 된다면 저는 좋아요.'


사실 많이 당황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혼하신 후로 저와 누나를 혼자서 열심히 키우셨습니다.


온갖 힘든 일들 다 하셨으니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많이 허약해지고 지칠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제발 우리 엄마좀..편하게 해주세요...'하는 생각을 가슴 속 깊이 되세기면서 지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상하죠. 분명 어머니께서 편하신 길을 빨리 걸으시기를 바랬는데


막상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으니까요.


저에게는 아버지가 멀쩡히 계시는데 그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게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그런 문제보다 더 앞섰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 어머니, 우리 불쌍하신 엄마한테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하게 된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채웠습니다.


괜한 걱정을 해대는 제 성격 때문에 잠자리에 누워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일단은 면회를 같이 오신다고 했으니까 한 번 만나뵙고 판단을 하기로 했죠.


일요일이 되었고 광주에서 강릉까지, 왕복 약 900KM에 달하는 길을 달려 면회를 와주셨습니다.


면회소리가 들리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면회실에 가자마자 어머니를 꼭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선을 봤던 그 아저씨께서 서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저씨는 73년생인 어머니보다 9살 많으신 연세셔서 주름도 좀 있으셨고


밑으로 2녀 1남을 데리고있다 하셨습니다.


자녀분들 나이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막내이신 아드님이 26이라고 한 걸로 기억되네요.


제 눈으로 봤을 때는 저희 예쁘신 어머니의 곁에 계신다는 게 약간 매치가 안 됐습니다.


하지만 아저씨께서는 저에게 '다른 건 몰라도 너희 엄마 편하게 해줄 자신은 있다'라고 당차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에게는 어색한 반응을 보이는 저와는 반대로 저를 처음 보셨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후 시간을 보내다 어머니를 광주로 보내드리게 되었고 아저씨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이미지로 남게 되었죠.


그 날로부터 2주 뒤 휴가를 나가고 바로 어머니와 함께 아저씨의 댁으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군복을 갈아입고 가려고 했지만 빨리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재촉에 등 떠밀리는 바람에


군복차림으로 가게 됐습니다. 좀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큰 누나분께서 계셨던 겁니다.


아.


'..하...ㅠㅠㅠ이래서 옷갈아입으려고 한 건데.....'


되도록이면 준비된 모습으로 찾아뵈려 했지만..ㅠㅠ


해탈한 마음으로 다 같이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니와 아저씨께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이 왜 이리 친근해보였던 건지 모르겠네요.


어느 때도 보지 못했던 생소한 광경이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저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저희 집은 다음 달인 11월에 계약이 끝나.


그런데 아저씨의 자식들은 지금 다 독립을 했고 현재는 혼자 살고 계셔서


아저씨 집으로 집을 옮길 거야.'


이 말을 듣고 이미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났다는 걸 예상했죠.


그 후로 아저씨와 둘이 외할머니 댁으로 찾아뵙기도 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나가기 며칠 전, 다시 한 번 아저씨 댁으로 찾아가게 됐습니다.


그날따라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몸에 힘이 없는 상태로 가다가


우연히 어머니의 핸드폰을 봤는데 연락처에 '바깥사람'이라는 단어가 있더라구요.


어머니께서 그 연락처로 전화를 하셨고 그 번호로 받은 사람은 아저씨셨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를 만나 술잔을 맞댔습니다.


술을 들어가니까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가득차게 됐습니다.


피곤한 제 모습을 보신 어머니께서는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자기는 아저씨 댁에서 자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건물을 나와서 인사를 드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멀리서 팔짱을 끼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혼자서 술을 들이켰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친구랑 만나면 상황이 안 돼도 맥주 한 병은 꼭 마시고 주량은 쎄진 않지만 소주 2병은 마십니다.


진짜 오늘은 날이다 싶으면 혼술을 하기도 하고 술과 떨어진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만큼 남들과 술을 마실 때 해야 하는 술자리 예절은 철저히 지키려고 합니다.


저는 술을 어머니한테 배웠습니다. 술에 관대하셔도 술자리에 있어서는


예의를 중시하는 분이셨고 이는 제가 잘못된 술버릇이 생기지 않은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게 그 날따라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구요.


술버릇도 아닌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물론 새아저씨가 싫은 건 아닙니다.


좋죠. 20년 넘게 온갖 고생은 다 하신 어머니를 이제와서야 편하게 지내게 해주실 수 있는 고마운 분이신데..


하지만 여러가지가 섞인 이 복잡한 감정은 뭐였을까요.


여태 쌓였던 울분까지 터졌던 건지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소리없이 울었어요.


정말 원없이 울었어요.


군대 복귀가 얼마 안 남아서 더 슬프기도 했었지만


그때 울었던 것 때문인지 조금이나마 마음 속 위로가 된 것 같더라구요.


저 혼자 끙끔 앓고 있었다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있고


이렇게 사연으로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조금은 힘차게 살아가보려 합니다.




제가 12월즈음에 다음 휴가를 나가게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아닌 아저씨 집으로 이사를 옮긴 상태겠지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생기는 행복과 불행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을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모두가 해피엔딩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고


나아가 저희 가족 모두에게 안녕과 행복이 찾아오기를 바래봅니다.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청곡 : 방탄소년단 -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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