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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희 마감 날짜 - 11/21 (Tus)

일선희
2017-11-21 03:33:44 152 0 13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을 읽고 잃은 눈은 절대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금 뒤에 책장에서 책들이 떨어진다면 미래의 여러분들이 

STAY!!라고 간절하게 외치고 있는겁니다. 초콜렛 주제라서 어거지로 넣었던 글이었지만 어차피 여기에는 초콜렛주제로 안 써도 되니까 살짝 바꿨습니다.  원래 쓴거랑 내용이 살짝 달라요. 뭔가 고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좀 고쳤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데, 

정.말.노.잼.입.니.다.

정.말.노.잼.입.니.다.(중요해서 2번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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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수아(18) 밑줄 없는 대사 / 여주 : 서연(18) 밑줄 있는 대사

실수였다. 오늘 남아서 일처리좀 해주고 가면 생기부에 한 두줄 더 써준다는 사서쌤의 그 말을 들어서는 안됐다. 아이들이 마구 어질러놓은 책들부터 시작해서 아직 반납되지 않은 책들과 대출이 연체된 학생들에게 줄 통지서도 하나하나 작성해야 하고 내일 도서관수업을 하는 반을 위해서 수업준비도 해 놓고 가야한다. 오늘 출장이라는 간절한 사연과 생기부추가서술이라는 완벽한 미끼를 물어버린 나는 혼자서 이 모든일을 해야 할 상황에 쳐해있다. 본래 나쁜일은 한번에 온다고 했었나, 하필 오늘이 새 책이 오는 날이라서 그 책들모두 분류하고 스티커붙이고 컴퓨터에 등록도 해야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막 어질러놓은 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하여 2권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많은걸 언제 또 다했냐...역시 인간은 대단한 존재라고 다시한번 느꼈다.

"거지같네, 진짜..."

"안녕! 청소하고 상담하고 오느라 좀 늦었어! 미안~"

"하아..."

"뭐야? 나 보자마자 한숨쉰거?"

"너 때문 아니야..."

한숨을 쉰 이유는 따른게 아니라 서연이 너무 해맑게 온 탓이다. 오늘 남은 일이 많다고 말을 해주지도 않아서 저 해맑은 얼굴에 대고서 '오늘 일이 많아서 아마 8시는 넘어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해야 하고, 애초에 서연은 일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열심히는 하려고 하지만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지도 못하고 컴맹이라서 문서작성일도 맡길 수 없고 손이 야무지지도 못해서 단순작업을 시키기도 어렵다. 그나마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일이 청소와 이 도서정리인데 도서정리는 내가 아무생각도 없이 거의 다 해버렸다. 

"책 정리 거의 다 끝났으니까 저기 앉아있어.."

한 손에 책 두권을 들고서 저리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런데 도서관소파에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아직 두 권이나 남았네~ 나 하나 너 하나씩 하면 되겠다!"

하며 다가온다. 그러더니 내 손에서 책 하나를 낚아채 400번대 책꽂이에 꽂아넣는다. 아 저거 역사관련책인데... 한 권 정도는 저렇게 놔둬도 되겠지 싶어 그냥 도서관카운터로 돌아와 앉았다. 아무래도 이 많은 일들을 하루만에 다 하기는 귀찮다. 몇개는 내일로 미뤄두면 사서쌤이 알아서 할테니 간단간단 한것만 하고 돌아갈까...

"수고했어~ 자, 여기 보상."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나한테 던진다. 뭔가 싶었는데 초콜렛이다. 발렌타인데이도 아니고 뜬금없이 초콜렛을 왜 주는거지... 애초에 전에 내가 초콜렛처럼 달아서 입안에 남는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아닌가..? 일단 준 성의가 있으니 그냥 하나 먹었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것 마냥 차갑고 딱딱하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닌...뭐야, 쟤 표정이 왜 저러지?

"어...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먹네? 저기...어디 막 배아프다거나 안 그래?"

왜 이 상황이 예상 밖이라는 표정을 짓고서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건데...

"그런거 없는데...그냥 좀 딱딱한데, 그거 빼고는 뭐..."

"아니....저기...그게 말이지... 그 초콜렛 사물함 정리하다가 나온거거든? 내 기억으로는 내 생일 때 받았으니까 한 3달쯤 됬을꺼야, 그 초콜렛."

"근데 왜 준건데..."

"않이! 너 전에 초콜렛 싫어한다며~! 그래서 안 먹을줄 알고 준건데~! 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잖아~!"

왜 오히려 니가 화를 내는데... 그리고 초콜렛 3달된다고 뭐 이상해지거나 그럴 일이 없는데 말이지...

"일단 준 성의가 있으니까... 그래도 내가 초콜렛 안좋아했다고 했던거 기억하네."

"어..당연하지! 내가 뭐, 머리가 막 나쁘고, 막, 어....막 그러지 않으니까!"

"그러냐... 그나저나 왠일로 이런 착한 짓을 하냐."

"얼굴이 예쁘니까~ 마음도 착한거지~"

"..."

왜 이럴까 진짜 오늘. 오자마자 하이텐션에 안먹을걸 기대하고 먹을걸 주지를 않나,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자기가 자기 입으로 나는 예쁘다던가 잘생겼다던가 이런 말 하면 막 자괴감 들고 안그러나?

"예쁜 척 하지마라.. 그런거를 왜 하는.."

"그러게.. 나도 참 곤란하다. 나눙, 예쁜척하눈게 아니라~ 그냥 예쁘게 태어난곤데."

"....나 여자 칠 수 있다"

"그고를~ 막, 막 남두리~ 예쁜척하눈거라고 하니까눈~ 써여니도 힘두러, 훙훙."

아 핸드폰으로 찍어놀걸 그랬나, 혼자보기 아깝네 이거. 

"왜 그러냐...평소에 남의 말 막 안듣고 잘 듣고 기억한다고 칭찬이라도 할까 했는데...어우"

"내가 니가 한 말을 왜 까먹어? 얘 봐라?"

"아니.. 사람이 한 말 조금 잊어버릴 수도 있고 그래서 실수도 하고 그러는 경우가 다반사잖아. 그리고 너 사람이 말할 때도 그렇게 주의깊게 듣고있는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내가 니가 한 말을 까먹을리가 없잖아!"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나도 놀라서 서연을 쳐다봤다. 갑자기 왜 화를 내는거...가 아니다. 저 표정은 화가 났다기 보다는 서운하다는 표정이다. 왜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지? 내가 한 말을 잊었을거라고 혼자서 짐작한게 서연한테 큰 실수였고 실례였나?

"어..야, 알았다. 미안.."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연 자신도 별거 아닌일에 화를 내었고 나 역시 서운하다는 저 감정에 이유을 알 수 없어 더 말을 걸어볼 수도 없었다. 

"나도 오늘 쌤한테 들었어. 일 많다며. 빨리 가려면 빨리 끝내야지."

"어..그래"

이 싸해진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 들어온 책들의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대출이 연체된 아이들에게 단체 메일을 전송하고 있었고, 서연은 새로 온 책들에 커버를 씌우고 바코드를 붙이는 일을 했다. 그렇게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며 시간이 흐르던 와중, 이 정적을 깬 소리가 들렸다.

꼬르르륵~

"......"

"......"

"...배고파?"

확실히 저녁을 먹을 시간 때이기는 하다. 배고파서 배에서 소리가 나는 일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닌데. 서연 저 녀석은 스티커를 붙이던 손을 멈추고 귀까지 새빨개진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부들부들 떨더니 살짝 나를 눈만돌려 돌아봤다.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빵터져 자지러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아무 반응도 안하는건 내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마자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도서관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더니

"빨리 나와."

뒤도 안돌아보고 말한다.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냐... 살짝 귀엽다고 생각하며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름이 아니라 서연은 예쁘다면 예쁘고 귀엽다면 귀여운 얼굴이다. 정말 그 나이보다 한 두살 어려보이는 외모에 키까지 작아서 이 녀석이 맘먹고 애교를 부린다면 누구나 다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키가 얼마나 작냐면 내 키가 180정도니까 내 명치정도 까지 온다.) 게다가 자기 애교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일과중에 친구라던가 선생님한테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나가보니 교문앞에 서연이 롱패딩을 입고 서있는데, 볼 때마다 생각나는건데 서연이 롱패딩을 입고있으니 뭔가 허리를 핀 공벌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먹고 싶은데?"

"그냥 아무식당이나 들어가자."

"엄청 배고픈거 같던데 먹고 싶은거 먹어야하지 않겠어?"

"야! 잊어! 빨리! 지워버려!".

결국 서연이 좋아하는 분식을 먹기로 했다. 혼자서 라면, 순대, 튀김, 김밥, 떡볶이를 다 먹는 모습은 볼 때마다 놀라운지 그게 다 들어가냐고 오늘도 질문을 받았다.

"그야, 성장기니까 그런게 아닐까..."

처음에 서연은 자신의 양이 많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던것 같은데 어느순간부터 내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주인아주머니의 질문이 들어왔다.

"학생들 둘이서 자주오네~. 혹시 둘이 사귄다던가 그래?"

"아니요!"

"아니요."

"그러니? 야야, 그래도 남녀사이에 친구라는건 없더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

혼자 이야기 하고 혼자 웃는 저 모습이 전형적인 아줌마다.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라... 그러면 내 핸드폰에 있는 모든 여사친들은 친구가 아니면 뭐지...웬수?

"저희 친구아니고 남매에요~. 키 차이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이러고 식당밖으로 나왔다. 서연은 뭔가 뚱한 표정이다. 내가 키작다고 한게 그렇게 기분이 상했나..

"너 말이지... 그렇게 남의 신체가지고 놀리는거 안좋은거다?! 어?!"

"너도 키만 드럽게 크다면서 나한테 뭐라고 하잖아..."

"익.."

딱히 놀린건 아닌데 말이지... 남의 신체를 가지고 놀림거리로 삼는것. 나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경쓰지 않던 부분도 신경쓰게 되고 계속 남들 눈치보게 만드는게 그런 거다. 놀리는사람도 낮아보이고 놀림당하는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은, 양쪽 다 득이 될게 없는 장난이다.

"저기.. 남자들은 키 작은 여자 싫어해?"

"에? 무슨 소리야?"

"아니.. 딱히 별 의미는 없는데, 그냥 궁금해서..."

"모든 남자들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여자 키가 크던 작던 상관없는데, 개인적으로는 큰 편보다는 작은 편이 좋다."

애초에 누군가가 나한테 고백할거라고 생각도 안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는 이미지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근데 고백은 어떻게 하는거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도서관에 도착했다. 여전히 일은 남아있어 빨리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된다. 근데 쟤는 아까부터 왜 저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냐. 일하는게 즐거우신가..

어렸을 때부터 이 병은 고칠수가 없다. 식곤증. 밥만 먹었다 하면 잠이 감기약 먹은 것 마냥 잠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일이 적지않게 남아서 지금 잠들면 위험하다. 겨우 정신을 유지한 채로 꾸벅꾸벅 졸다깨다졸다깨다 컴퓨터를 만지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던지 서연이 자신이 깨워줄테니 5분정도만 자라고 하길래 근처 소파에 앉아서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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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진다. 내 어깨에 손을 대고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게 느껴져 잠에서 슬슬 깨어나고 있었다. 눈을 뜨니 바로 앞에 서연이 있었다. 정말 서연의 얼굴과 내 얼굴 사이가 3cm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

"읍...읏....으..."

"으...흡....후우...."

이게...지금 무슨..상황인거지? 그러니까 지금...서연이 나한테...입을..

"일...어났..네? 어..저기..이게 뭐 냐면은..이게.."

"......이게 무슨.."

"그게 있잖아... 이게 순서가 이상하기는 한거 같은데..."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안겼다. 지금 서연은 자기 나름대로 굉장히 고뇌중이고 심각한 상황같은데 나 역시 만만치 않다. 갑자기 일어나자마자 키스를 당하지를 않나, 갑자기 안기지를 않나 해서 지금 온 몸에서 열이 계속 난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온몸이 빨갛다는걸 알 수 있었다. 온몸에서 심장뛰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작정 안긴탓에 내 팔과 손 역시 자리를 못잡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앉아있는 나한테 안겼기 때문에 점점 내려갈텐데 그렇다고 나도 안아서 잡자니 선뜻 행해지지가 않는다. 

"그냥 잠깐만 이대로 생각할 시간을 좀 줘..."

"????"

딴 생각.딴 생각.딴 생각.딴 생각.딴 생ㄱㄱㅏ.딴 ㅏㄱㄱ.....파이의 소수점은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그 뒤에 또 뭐있더라... 기억이 안나..

"저기ㅣ... 그 생각이라는거.... 끝났니....?"

"너 있지..."

응?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걸까.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 자세로 있을...

"이게...지금 이 상황이 싫다면...."

'아니 싫다기 보다 지금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모르겠...'

"지금 뿌리쳐."

"...."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옳다. 생각해보면 처음 안긴 그 순간부터 충분히 뿌리치거나 내칠수 있었고 나한테 안겨있을 때도 똑바로 일어나게 할 힘이 없는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괜찮다는..거지..?"

나를 올려다봤다. 약간의 눈물이 고여있다. 내가 잘동안 혼자서 울었던걸까... 무슨 이유로 울었을까는 궁금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궁금한건 서연이 안기고 나에게 확인을 구하는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한 태도다. 팔은 안은듯한 모습만 취하고 안고있지도 않았지만 괜찮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서 한 행동이 아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동의를 한 것이다. 어째서...? 내가 고개를 끄덕인것을 확인한 서연은 아예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울기시작하였다. 서럽다거나 슬퍼서 우는 울음소리가 아니다. 안도, 다행이라는 행복감에 우는 울음소리이다. 크게 소리를 내면서 목 놓아 우는것이 아니라, 그냥 큰 소리 없이 눈물을 계속 흘리며, 어깨가 이따금씩 떨리는 그런 울음이다. 나도 이 때는 제대로 안아주었다. 이래야 할 것 같았고 이 행동은 정답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시계는 7시 45분... 내가 잠든 시각으로부터 정확히 55분 지났다. 

"저기... 왜 이런..."

"뭐어..? 왜 냐고? 그거야... 그게... 너도 알잖아?"

"모르겠어!"

"이 정도는 눈치를 까!"

"확실히 말해!"

".......ㅏ"

분명히 들었다. 매우 작게 이야기 했지만 분명히 들렸다. 하지만 나는 짖궃게 대했다.

"작아서 안들려.. 크게.."

"......ㅝ"

"손 놓는다?"

"익... 좋아한다고! 사귀어달라고! 너 지금 나 놀리지?! 난 진심이거든?!"

"사실 처음에 들었는데 한번 더 듣고 싶어서."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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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일단락 되고 일을 마저 마무리 짓고 학교밖으로 나왔다. 나로써는 물어볼께 아주 많았다. 어차피 집에 가는길이 같아서 가는 길 동안 물어보려고 했으나 먼저 서연이 입을 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일단 나에대한 첫 인상이 너무 별로였단다. 감정도 없는것 처럼 살면서 모든게 귀찮은것 처럼 행동하고 자신에게 말하는것도 차가워서 그랬다는데 점점 지내면서 그 인상이 바뀌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기본적으로 지킬것을 지키며 다방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매너를 실천하는 모습이 반전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에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단다. 내가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을 알았고 연애경험도 없어서 마음을 접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데 그 마음을 뒤집어 한번 제대로 좋아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매일매일 친구로 지내면서 나한테는 아무렇지 않지만 본인에게는 중요했던 질문은 툭툭 던져보기도 하였고, 눈에 띄고 싶어서 하지 말라는 짓만 해보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아까, 반 친구한테 전화 받고, 옛날 생각이 잠깐 나고..그냥 마음가는대로 행동하게 되가지고..."

그 무슨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냥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내 마음에 대한 확답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까 서연의 이 상황이 싫다면 뿌리치라는 그 말에 나는 오히려 수긍했다. 동의했고 망설이지도 않았다. 무의식속에서 동의했다는건 내 마음속 한 구석에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도 된다는걸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연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건가... 연애의 경험이 없다는게 이렇게 다가온다.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이런 마음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너.. 아직 대답 안한거 알지?"

"어...어? 어?!"

"순서가 이상한거 아는데.. 그래도 내가 한 말에대한 대답은 해줘야..."

"좋아해. 나도"

즉답. 서연은 이에 당황한 것 같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계속 말했다.

"나도 좋아하고 있었다는거 알았어. 그래서 확실하게 말할거야. 좋아. 사귀자고 했었지? 그래. 사귀자 우리."

"으으...."

"왜 그래? 이제와서 생각하니 싫어?"

"그게 아니고.. 난 여태까지 내가 고백해서 사귀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고백받는다는게 정말..."

"이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냐.."

"기분 좋은 일이구나, 싶어서."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다.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준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도 없을 것 이다. 

"근데 키스는 왜 한거야? 뜬금없이.."

"일종의 점 찍어두는거라고 생각해~"

무슨 의미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울던거랑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자는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뭐, 일단 지금은 그런 고민 때려치우고 이 지금을 누리는게 맞는 일 같다. 앞으로 5분정도만 더 걸으면 서연의 집이다. 아쉬움이 남기 시작하지만 내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게 이 행복을 더 오래느끼는 방법이 아닐까. 서연의 집 아파트 정문앞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하고보니 느끼는 아쉬움도 크지만 이를 뒤로하고 서연의 등을 한 번 툭 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잘가~ 내일 봐~"

'내일 봐'라는 인사는 매일 하던 인사였지만 오늘은 느낌이 뭔가 색다르다. 사람이 연인이 되면 이렇게 모든걸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는가 싶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가능한 오래 갔으면,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스에 탔다. 집에 가는 내내 계속해서 실소가 튀어나왔다. 여태까지의 비웃음이나 그냥 아무런 의미없는 웃음이 아닌 기분이 좋아서 어쩔 수 없는 튀어나오는 그런 실소가. 집에와서 나는 핸드폰을 보며 서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혹시 서연도 내 연락을 기다리는게 아닌가 싶어 먼저 톡을 했다. 그런데 내가 톡을 보내는 순간 서연에게도 톡이 왔다. 같은 내용으로. 웃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런 소소한 모든게 달라진다.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누웠다. 누워서 문뜩 내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일 할 일을 생각했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들이지만 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 느껴진다.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어떻게 보일지, 모든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내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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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잠든 사이, 그 이후(서연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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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졸면서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저래서는 오늘 안에 못 끝낼 것 같아서 일단 재웠다. 

"정말 세상모르고 잘자네..."

생각해보면 전에 수아가 분명 자기가 식곤증이 굉장히 심해서 밥먹고 잘 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했던 것 같다. 자는 모습좀 찍어둘까....

띠리리리리링~!

뭐지 했는데 전화가 왔다. 친구 녀석이다. 이 시간에 왠 일이지 하고 받았더니

"흐...흑...서연아아ㅏㅏㅏㅏ 으어ㅓㅓㅓㅓㄺ"

"뭐야뭐야뭐야? 왜 그래? 울어? 무슨 일이야??"

전화를 받으니 다짜고자 울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3분가량을 내리 울다가

"끄읍.....끕...갑자기 미안....전화해서 질질 짜기나 하고.."

"아니.. 좀 놀라기는 했는데, 무슨 일인거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얘가 좋아하던 같은 동아리의 남자애가 있는데 좋아하고 있기만 하다가 되게 적극적인 후배한테 뺏겨서 자신이 너무 바보같다는 하소연이다. 

"왜 이 순간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으아ㅏㅏㅏㄺㄺ어어ㅓㅓㅓㅇㅇ"

갑자기 또 울어서 위로도 해주고 좋은 말도 해주고 했다. 이제 좀 진정이 된 모양이다.

"미안, 갑자기 전화해서. 덕분에 좀 괜찮아 진것 같아. 고마워"

전화를 끊고서 자고 있는 수아를 보고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좋아하고 있기만 하다가는 얘처럼 이렇게 될 수도 있는건가.... 그런 상상을 하다보니 나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 생각이 절대 틀린 생각이 아닐거라고 느꼈다. 나 역시 수아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꼭 나라는 인간만이 수아에게 마음을 두고 있을까? 나 이외에 나 처럼 수아한테 마음을 두고 있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생각한 김에 실천하는거다. 수아가 잠에서 깨고 일이 다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내 마음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에....자는 수아에게로 다가갔다. 얼굴을 거의 맞대다 싶이 가까이 두었다. 

"입을 다물고 자네...신기하다."

수아를 바라보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수아가 얼굴이 그렇게 못생긴것도 아니고, 키는 작지 않다고 하기보다는 크다고 하는게 더 맞을정도로 크다. 츤데례적인 귀여운면과 기본적인 소소한 매너까지 지니고 있다. 그냥 지나가다가 한 명쯤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싫다. 뺏기고 싶지 않다. 내가 실로, 오랜만에 고백을 하고 싶다고 느꼈던 사람이다. 뭔가, 이미 내가 찜해놓았다는 신호를 새기고 싶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수아얼굴 바로 앞에 바짝, 내 얼굴이 있게 했다. 

'각도 어떻게 해가지고 하면, 뭔가 충분히 오해받을 만한 사진이 나올 것 같은데...'

살짝, 조금씩 더 가까이 갔다.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조금씩 더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거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랬는데 그 순간에 수아가 잠에서 깼다. 

"!!!"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면서 왜 혼자서 깨는건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일어나면....수아는 일단 당황한 눈치다. 왜 내 얼굴이 자기 얼굴 앞에서 자기를 보고있는지에 대한 이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하..아니지.

'이렇게 된거...'

그리고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저질렀다. 더 후퇴할 수는 없고 오로지 전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는 곧장 녀석 품 안으로 안겼다. 이젠 될 대로 되라지. 나는 작정을 하고 안겼는데 이 놈은 손을 어따둬야하는지 모르고 안을둥 마는둥 하고 있다. 고X새끼인가... 아니아니아니지, 누구나 당황하면 이럴 수 있지. 그러면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 확실하게.. 

"너 있지...지금 이 상황이 싫다면...."

그래, 이거다.

"지금 뿌리쳐"

정적이 흘렀다. 수아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수아를 바라보았다. 아직 눈가에는 눈물이 남아있었다. 다 들어간줄 알았는데...

"괜찮다는...거지?"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됬다. 기쁨과 안도의 감정이 섞이며 갑자기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기 시작했다. 더해서, 홀가분한 기분까지 느껴졌다. 그러면서 옛날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자신의 친구와 짝사랑하던 상대를 이어주던 자신이. 그 둘을 이어주고서 얼마나 슬퍼했던가. 그때 이후의 연애는 모두 고백을 받아서 시작하였기 때문에 수아는 참으로 오랜만에 '좋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이다. 절대로 잃는다거나 뺏기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는 옛날 생각에 눈물이 더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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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봐주겠네....

만화를 그리던 놈이라서 대사가 많고 문장 형식도 뒤죽박죽입니다. 정말 이런 망작 끝까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구요, 그냥 연애관심없는 모솔학생이 수행평가 점수 잘 받으려고 망상의 나래를 펼쳐 쓴 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게 그냥 생각나는것들 다 집어넣은걸로 기억하구요, 그냥 얘내 사귀어요~ 로 끝나는 그런 아무데나 굴러다니며 조금만 생각해도 아무나 생각 할 수 있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한번더 이런거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구요 이거 보고 버린 눈은 얼마전에 완결난 너에게 닿기를 정주행 하시면서 정화하시는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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