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나태는 게으름 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과 그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도 포함함.
왜냐면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한테 나태란 종교적 의무에 대한 무관심이나 지루함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 거였기 때문임.
슬로스는 국토연성진을 위해 터널을 뚫으라는 명을 받았지만 게을렀기 때문에 100년 넘게 땅을 파고 있었고,
자기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팠음.
슬로스 자체의 행적으로도 나태에 맞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으나
이 글에선 다른 캐릭터를 통해 왜 슬로스가 나태인 지를 설명해보고자 함.
작품 내 호문쿨루스들은 자신의 칠죄종에 해당하는 인물에게 죽음을 맞이 하거나 칠죄종에 해당하는 죽음을 맞게 됨.
예를 들어 색욕의 러스트는 어렸을 때부터 양어머니인 마담 밑에서 플레이보이로 살았던 머스탱에게 죽었고,
분노의 라스는 민족과 가족을 잃은 복수심에 눈이 멀어 분노에 차있던 스카에게 죽었고,
오만의 프라이드는 발상의 전환만 있다면 인체연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오만하게 생각했던 에드에게 죽었고,
폭식의 글러트니는 프라이드한테 먹혀서 죽고,
질투의 엔비는 인간을 질투해서 자살하고,
탐욕의 그리드는 신이 된 아버지 몸 속에 들어갔지만 몸에서 뽑혀 죽음.
나태의 슬로스는 암스트롱 소령에게 죽었는데,
다른 호문쿨루스의 죽음을 생각하면 암스트롱 소령이 나태의 죄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그렇다면 암스트롱 소령이 어떤 점에서 나태의 죄를 지었는 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만화책을 봐야 함. (브라더후드에선 안 나옴)
암스트롱 소령은 이슈발 섬멸전에 참가하지만 민간인을 학살하는 군의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무너지고 있었음.
자신이 이슈발 사람들을 도망치게 도와줬지만 킴블리한테 죽임을 당하거나
비무장인 어린 아이까지 죽는 모습을 보기도 했기 때문임. 결국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 상급자에 의해 후방으로 좌천됨.
즉, 군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그 의무를 다 하지 않았고 스스로 무너져 도망친 게 나태의 죄라고 할 수 있음.
이후 암스트롱 소령은 이슈발 섬멸전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자신의 의무와 뜻을 져버리지 않겠다 다짐함.
이는 머스탱이 자신의 불안한 정신을 생각해 전역을 권유할 때 대답한 대사로 나타남.
"그 때, 이슈발에서 이 몸은 싸움을 피해 도망쳤습니다. '군의 방식은 잘못됐다'...그렇게 굳게 생각하면서, 그런데도 도망쳤습니다. 자기 전장에 등을 돌린 것입니다. 이 몸은 전장에 남아서 그 '잘못된 것'과 싸워야 했건만! 이슈발에서 도망쳐 이 날 이 때까지, 신념을 굽히고 도망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이제 다시 군이 전장으로 변한다면, 어찌 이 몸 혼자 꼬리를 말고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암스트롱 소령은 자신의 죄를 나타내는 슬로스와 만나 혈투를 벌이게 됨.
하지만 슬로스는 매우 막강한 상대였고 불리해진 상황을 고려해 도망치라는 병사의 권유에 암스트롱 소령은
"...도망치란 말인가...! 이 몸에게 또 전장에서 도망치란 말인가!! 그런 짓을 어떻게 또 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말하기도 함. 이후 합류한 이즈미, 시그와 함께 슬로스를 몰아세우고 자신의 손으로 슬로스를 죽이게 됨.
이슈발 섬멸전을 겪고 나서 가지고 있었던 나태의 죄를 슬로스를 죽임으로써 이겨낸 거라 볼 수 있음.
이를 통해 슬로스의 나태라는 이명엔 단순히 게으른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그 뜻을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된다는 걸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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