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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힘들 때 신나는 노래를 듣지 않는 이유 / 자작수필

병합하다
2020-06-23 19:08:34 289 1 0

 솔빈님 휴방공지를 보고 왠지 노래 추천을 하고싶어졌는데, 노래만 늘어놓으면 재미 없어서 간단하게 제 이야기도 적어봅니다.


 사람들은 보통 힘든 일이 있을 때 신나는 음악을 듣곤 하죠. 빠른 비트와 화려한 멜로디에 집중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어느새 잊혀져 내가 힘들다는 사실조차 생각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나는 음악이 어쩌면 더 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신나는 음악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수 있게 해줄 수 있겠지만, 해소시키지는 못하기에, 점점 응어리지는 스트레스가 나중에는 주체할 수 없을만큼 커지고, 결국에는 폭탄이 터지듯 -쾅-하고 폭발 해버리는거죠.

 전 올해로 19살이고, 내년엔 성인이 되지만, 아직 성인이 될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한 '성실하자' 라는 다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옅어지고, 지금에 이르러 거울속에 비친 제 모습은 한없이 나약하고 나태하게만 보이입니다. 거울속에 비친 제 모습이 이리도 나약한데, 거울 밖에 있는 나 자신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마다 너무 괴롭더라구요. 그때 제가 힘들때마다 듣던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노래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친구가 들려준 이후로 매일같이 들었습니다. 1학년때 저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매일 5시에 일어나서,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오면 12시라 집에서는 잠자기 바빴던 날들이 반복되니 정신이 점점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럴 때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들으면 저 혼자만의 세상에 빠지는 듯 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저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지금도 힘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면, 혼자 사색에 잠기게 되는데, '오늘 내가 위로받을만큼 힘들었을까?', '날 힘들게 한 것은 뭐지?', '난 왜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듣곤 하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내가 왜 상처받았는지, 화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오늘 나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 땐 위로를 받고싶어지거나, 또 어떨 땐 '왜 이런걸로...' 하며 훌훌 털어버릴 때도 있죠. 내 마음과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마음과 대화하다보니 점점 부끄러워지더라구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말은 하면 안됐는데.' 하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후회에 사로잡혀 버린 경우가 많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들었던 한 노래가 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됬죠.

 노래는 참 묘하고 강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넘도록 괴로워한 문제를 고작 노래 한 곡이 극복할 계기를 마련해줬으니까요. 진정한 용서는 사랑으로부터 나온다고 그러잖아요.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껏 제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내가 뭘 어쨌든 그게 난데, 남들과 다르게 행동했다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제 자신을 몰아붙이며 점점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곡의 반복되는 가사 "이 순간을 사랑해요"가 와닿았습니다.

 이 영상 말미에 김진호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요즘 진짜라는 말을 찾기 어려워 졌습니다.", "뭔가 진지한 것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요즘 진지하고, 감정적인 거의 모든것에는 '중2병', '허세'따위의 수식어가 붙곤 하잖아요.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가 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을 때, '남들이 이 글을 읽고 오그라든다고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듭니다. 흔한말로 '진지 알레르기'라고도 하죠. 좋은 글귀나 시, 산문을 보고 '좋은 글이다.'보다는 '아 오글거려, 이런건 왜 쓰는거야?'하는 생각이 드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중2병'이니 '허세'니 하는 것들도 사실 어린시절 (전 아직도 어리지만)에는 모두 한번씩은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일 수 있고, 한번씩은 해본 일일 수 있을텐데, 지금에 이르러 이를 부끄러워 하고 거부하는 것은 이젠 그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른들도 가끔 어린아이들 처럼, 중2병처럼 감성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난 뭐든지 할 수 있어'하는 생각이나, '이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며 살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치 영화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들을 때 드는 감정처럼요.

 사실, 남들의 시선, 남들의 말을 신경쓰는 것 자체가 부질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그랬죠.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 삶의 3/4를 빼앗기고 있다."라고요. 다른사람들은 빼앗겨도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살고싶지는 않더라구요. 다른 사람을 볼때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만의 개성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멋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가 움직일때는 남의 생각을 과도하게 의식하는게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솔빈님이 방송을 몇일간 쉬신다며 공지하셨을 때는, 마냥 '솔빈님 방송 못보겠네' 하는 생각보다 먼저 '괜찮으실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상해요. 어차피 스트리머-트수의 관계고, 스트리머가 방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청자가 재화를 지불하는 단순한 경제활동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스트리머와 트수는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이 아닌 일종의 유대가 형성되어있는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힘드신건, 마땅히 그럴 일이 있기 때문일겁니다. 만약 그것이 방송에서 오는 스트레스라면, 쉬는게 도움이 되겠죠. 방송을 보다보면 스트리머는 정말 힘든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나 다른분들처럼 항상 응원하는 트수들이 있으니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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