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사를 하여 겸사겸사 들른 가게
서울 신설동의 설렁탕집 옥천옥 후기입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가게이다 보니 외관이 썩 깔끔하지는 않지만
까짓거 식당 외관이 대수겠습니까?
아침도 못 먹고 나온지라 후딱 들어갔습니다.
방문한 시간은 오후 2시 반 쯤입니다.
3시 반부터 휴식시간이기도 하고 늦은 점심시간이라 가게는 한적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안쪽 자리에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방바닥이 뜨끈허이 등짝을 지지고 싶었지만 얌전히 앉았습니다.
오래됐다고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니지만 8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설렁탕이 나왔습니다.
설렁탕 하면 생각나는 완전히 뽀얀 국물은 아닙니다
소 머릿고기로 끓여낸다는데 그래서인지 소머리국밥이라고 해도 믿었을 겁니다.
설렁탕 하면 떠오르는 소면이 없기도 했고..
무심하게 썰려 있는 배추김치와 적당히 익은 깍두기가 참 맛있습니다.
역시 한식 국물요리는 김치가 맛있어야 맛이 더 사는 것 같습니다.
보아라, 파국이다...
고기와 함께 한숟갈 떴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진한 맛의 국물과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잡다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소고기 국물의 맛이 일품입니다.
설렁탕과 소머리국밥의 중간 그 절묘한 어딘가의 맛입니다.
어떤 국밥집들은 정말 된밥이 나오는 바람에 국물에서 밥알이 따로 노는데
적당한 찰기의 밥이라서 한입 가득 떠넣어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습니다.
살코기만 있으면 심심하기 마련인데
이 쫄깃한 부위 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국밥에 김치를 넣어 먹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밥 반 공기를 먼저 말아 반을 먼저 먹고,
그 다음부터는 김치를 조금씩 넣어서 따뜻해진 김치와 함께 먹습니다.
그러면 국물맛이 점차 달라지면서 물리지도 않고 참 좋습니다.
김치는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국물은 완식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면 이게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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