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는 하루 두 경기가 열린다.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의 텀은 30분에서 1시간 사이다. 때로는 첫 경기 기사를 마감하기 전에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지난 9일이 그런 경우였다. 1경기였던 킹존 드래곤X 대 샌드박스전 기사를 쓰는 데 오래 걸렸다. 2경기에 나서는 SK텔레콤 T1과 아프리카 선수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지 못했다.
오후 7시42분, 기자실에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경기장으로 달려봤지만 이미 늦었다. 선수들이 장비 점검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간 뒤다. 단 한 명, A선수만이 아직 손을 풀고 있다. 그를 렌즈에 담기 위해 서둘러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헤드셋을 벗고 일어나려던 A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마침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A선수는 뒤늦게 나타난 렌즈에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1초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A선수는 평소처럼 묵례를 건넸다. 그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손을 풀었다. 왜인지 동공에는 초점이 없다. 일단 급한 대로 셔터를 연달아 눌렀다. 간신히 한 장의 사진을 건졌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서둘러 경기장 바깥으로 나온 뒤, A선수의 모니터를 보고는 조금 놀랐다. 연습 모드가 아닌 대기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다른 기자가 그에게 카메라를 갖다 댔을 때, A선수는 텅 빈 화면을 응시한 채 마우스를 흔들고 있었다. 지각한 기자들이 허탕 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나름의 기지를 발휘했던 셈이다.
곧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취재진이 모두 빠져나갔다. 그제야 A선수도 자리를 떴다.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A선수의 닉네임은 ‘페이커’다. 아래는 그날 건진 단 한 장의 사진이다.
출처 : 네이버 국민일보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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