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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아다떼기-

Broadcaster 방창규
2020-10-16 01:13:51 348 4 0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드디어 생활비를 벌기위한 부업을 시작했다. 바로 쿠팡 플렉스~~! 쿠팡 플렉스는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으로, 자신이 원하는 시일에 신청을 해서 일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차로 하는 배송업이다보니 자유롭게 방송하며 진행할 수 있는, 정말 나에게 딱 맞는 부업이다. 신청한 새벽시간에 맞춰 평촌에 있는 쿠팡 안양 1캠프로 갔다. 입구 쪽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길가에 시동을 끈 차들이 일렬로 주르륵 세워져 있었다. 설마 기다리는 줄이겠어? 생각하며 입구까지 갔는데 응~ 맞았어~ 와... 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당 1000원도 안되는 택배를 하려고 모여있다니...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좋은지 실감이 됐다.

 차를 한 50대쯤 지나쳤을까? 줄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하얀색 티볼리 차량 뒤에 주차를 하고 너무 추워서 히터를 틀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다리면서 기름이 나간다고 생각하니 돈이 아깝기 시작했다. 괜히 차들이 시동을 끄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도 시동을 끄고 추위를 참아야만 했다. 다음부터는 옷을 따듯하게 입고 가야겠다. 기다리고 있는 도중 앞 차에서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택배를 받기 위해 짐정리를 하면서 카시트를 빼고 있었다.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애기 분유값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일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모든 대한민국 아버지들 파이팅!

 쿠팡 이 놈들은 00:10분까지 오라고 해놓고 멋대로 00:30분부터 입차를 시켜줬다. 약속시간을 멋대로 주무르다니... 닥터 스트레인지 뺨치는 대기업의 파워풀한 횡포에 기분이 나빴지만 나약한 소시민인 나는 그냥 서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되면 차 한 대씩 들어가서 택배들을 받는 줄 알았는데 한 번에 전부 입차를 시켜줬다. 늦게 오면 일거리를 많이 못 받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딱히 상관이 없는 듯 했다. 일찍부터 와서 줄을 서는 이유는 아마 택배를 편하게 옮기기 위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인듯 하다.

 캠프 안으로 들어오니 수많은 카트안에 택배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주차장 같은 곳에선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하나같이 택배들을 가져와 분류하고 차에 싣는 진기한 광경도 펼쳐졌다.

 나는 처음부터 어리바리를 타기 시작했다. 어떻게 짐을 찾아와야하는지, 어떻게 분류를 하는지 설명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원의 도움을 통해서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찾아야할 택배 번호는 109A01,109A02 였다. 빡대가리인 나는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저 번호가 적힌 바닥을 찾아가면 상자에도 똑같은 번호가 적혀있는데, 그 상자들을 배달하라는 것이었다. 이해를 마친 나는 카트에 상자들을 옮기고 차로 가져왔는데, 바로 차에 옮기면 안되고 또 어플로 택배를 하나하나 스캔한 뒤 분류해서 차에 실어야 했다. 숙련된 분들은 배달을 하기 편하게 주소별로 분류해서 실었지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 나는 그냥 차에 몽땅 실어버렸다. 귀찮더라도 분류를 제대로 해서 실었어야 했다. 결국 배달을 할 때마다 짐들을 다시 뒤져서 상자를 찾아야하는 번거러움이 생겼다. 다음번부터는 꼭 미리 배달 할 곳을 정해놓고 순서대로 짐을 실어야겠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상자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미분류 된 상자들이 따로 모여져 있는 곳에서 찾아보고 없으면 다시 말을 걸으라고 했다. 끝내 상자는 보이지 않았고 30분 동안 똥꼬쇼를 했다.

 분류가 끝나고 드디어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물건은 26개였지만 내가 배송할 지역은 아주 좁은 장소 였다. 즉, 아파트 두 세 동만 돌면 끝나는 효율 좋은 시스템이었던것이다. 심지어 26개중 9개는 한 집에서 시킨 거였다. 앙 개꿀. 오히려 일거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택배를 분류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분류만 좀 걸리고 배송은 개꿀딱인걸 알았으니 다음엔 물량을 많이 신청해야겠다.

 택배 단가는 박스가 1000원, 봉지는 750원이다. 오늘 번 돈에서 기름값을 제하고 나니 남은 돈은 2만원 정도였다. 3시간30분동안 2만원이라니... 최저시급만도 못하다. 만약 방송 없이 이것만 했다면 현타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능숙해지면 오늘보단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목표수익은 시간당 만원이다!

 시청자가 내 방송에 '병신' 두글자 띄우려고 쓰는 돈이 1000원, 박스 하나를 배송하고 받는 돈도 1000원이다. 오늘 배송을 해보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저 1000원의 소중함을 모르는 '병신' 이었을 것이다. 여태껏 받은 도네이션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다가오는 하루였다.

 늦은 새벽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잠잘 준비를 하니 새벽 5시였다. 시간이 너무 늦고 피곤했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하고 보람찼다. 나는 역시 몸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이 어울리나 보다.

 푹 자고 일어나 지복이를 만났다. 지복이는 월요일에 면허를 딴 뒤 어제 바로 중고차를 하나 사버렸는데, 면허를 딴지 얼마 안됐기에 차를 집까지 혼자 몰고오기 어렵다며 나에게 에스코트를 부탁했었다. 지복이는 초보운전답게 차선을 아직 잘 지키지 못했다. 차가 약간 오른쪽으로 쏠려있었다. 근데 그것 빼고는 큰 결점은 없었다. 딱히 내 에스코트가 없었어도 혼자 집까지 충분히 왔을 것이다.

 어렸을 땐 지복이와 이동을 할 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둘 다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 새삼 나이가 들었다는 실감이 난다. 나중에 내 친구들이 모두 차가 생기고,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차에 각자의 가족을 태운 뒤 다 함께 여행을 떠나면 참 재밌을 것 같다. 차끼리 디스코드도 연결하면 어떨까? 개꿀잼 각이다.

 지복이 집에 무사히 도착한 뒤, 난 지복이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타 본격적으로 운전을 가르쳐주려 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계획은 유나가 촬영중인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지복이가 운전해서 가 유나를 태운 뒤, 운전자를 유나로 바꿔 이번엔 유나가 운전해서 집까지 오는 루트로 운전 교습을 시켜주는 거였는데 내가 오후 6시에 PT 예약이 되어있던걸 깜빡해 일정이 꼬이고 말았다. 결국 이 장대한 운전교습 계획은 캔슬되었고 그냥 지복이가 주유소로 가 차에 기름을 넣고 돌아와 집에 주차하는것까지만 봐주게 됐다.

 헬스장에 도착했다. 존나 쫄렸다. 프로필 사진을 찍은 뒤 정신줄을 놓고 처먹어댄 바람에 열심히 만들어놨던 내 몸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 몸을 보고 분노한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나에게 지건을 꽂을 게 뻔했다. 근데 선생님은 의외로 전혀 날 혼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몸에 살이 골고루 쪘다며 이 상태로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잘 붙을 것이라 희망적으로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내년 여름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는 목표까지 잡아주셨다. 의지가 불타오르고 피가 끓는다! 불타오른다 하트! 새겨라 혈액의 비트! 꼭 열심히 해서 존나 멋진 남자가 되고야 말 것이다.

 아까 지복이와 만나자마자 밥을 먹었는데, 그 때 쿠팡플렉스 방송에 대해 얘기를 했다. 지복이는 생각보다 재밌고 너와 잘 어울린다며 격일로 하라고 했다. 심지어 매일매일 하는것도 고려해볼만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아마 농담이었겠지? 아닌가? 아무튼 일을 하면서 방송도 할 수 있으니 정말 일석이조인 컨텐츠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방송에 더 집중해서 꼭 성공하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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