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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어제 친구랑 만난 썰.

zodlee92
2017-11-05 12:41:16 1234 0 1

저는 주로 집에서 지내거나 밖에 혼자 돌아다니는 아싸지만

그래도 코드가 잘 맞는 친구들이 몇 있긴 합니다.

그런 친구 하나랑 몇주간 영화 보자고 얘기하다가 그 친구 취업활동 정리하고

어제 코엑스에서 영화를 같이 봤어요.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 컬트 영화인데

우리 둘과 잘 맞았습니다(미국에서는 엄청 평점테러를 당한다더군요. 잘 만들었는데 소재가 문제였어요.)

영화 보고 점심먹고서 카페서 4시까지 다양한 주제로 별의별 얘기를 다 해봤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볼게요.


백수: 그 친구는 원래 저보다 상대적으로는 인싸에요. 조용하고 신중하긴 한데 

마르고 길쭉해서 제법 허우대도 있고 20대 들어서 피부가 좀 망가졌지만 얼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멀쩡한 대학 경제학과에 A학점 인생을 걸어왔고

과묵한 경상도 남자(고향이 통영이에요)지만 고등학교 친구들 몇하고 

아마추어 밴드 기타리스트 활동을 하면서 그쪽으로 아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요.

보통 수준의 인싸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올해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백수화가 많이 진행됐더라고요.

코엑스 앞에서 1년만에 대면하는데

옷은 검은 과잠에 바지도 컬러를 맞게 입었거든요? 허우대 덕에 나름 핏이 나왔는데

문제는 맨발에 슬리퍼.... 그래서 제가 '발 안시려? 무슨 동네마실 나오냐?'라고 타박하니까

뭐 서울은 2호선 닿는데면 마실 나가는 거지ㅎㅎ 이러더라구요.

그리고 그 친구가 자기는 일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서 공기업을 몇 곳 지원해서 시험에 면접도 다 봤거든요.

오늘 얘기해보니까 '내가 지금이 딱 백수인 시점'이라고 하더라구요.

대학은 어지간한 강의 다 듣고 이제 마지막 남은 학기 안 나가도 상관없는 강의 몇 개만 등록해있고

할 수 있는 취업준비는 다 해버려서 결과 발표만 기다리는 시점(자기말로 망했다고 하는데 두고봐야겠죠).

그래서 지금은 작정하고 백수로 사나봐요. 불합격이 되도 알바를 하기보다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다시 준비하겠다네요.


연애: 얼굴 학력 다 괜찮아서인지 연애도 2번 해봤대요. 그런데 둘 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식어서 쿨하게 헤어졌다고 함.

2번째는 헤어진지 얼마 안 된거 같던데 원예를 했었대요.

제가 이미지가 예쁜데?라고 하니까, 실제로도 성격 괜찮고 예뻤다고 하는데

빡센 공기업 입사시험 준비하느라 연애에 신경쓸 시간도 없고 백수가 된 상태라서 결국은 헤어지기로 결정.

그 친구가 연애에 관해서 한 말이 인상적인게 2개인데

' 1. 자기는 나이를 먹어서 더 이상 가슴속에 뜨거운게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뜨거운 사랑은 불가능하고

침착하게만 할 수 있을거 같다고. 그러다가 잘 맞는 사람 만나서 결혼할 것 같대요.

2. 연애 2번이나 했는데 마법사(우리 둘다 92년생 만 25세입니다). 아마 맘을 먹었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별로 그럴 생각이 안 들었대요...... 그래서 그럴 시간을 따로 안냈다고 함. 뭐지 이 새끼. '

하여튼 실질적으로 모쏠인 저는 그저 한탄만.... 

그냥 평소 생각해봤던, 모르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써보는 상상에 대해 말했어요.


게임: 카페에서 대화중에 자주 피곤해 하더라고요.

어제 몇시에 잤냐고 물어보니까 3시에 잤대요.

'뭘 했길래?' 이유는 백수답게 게임을 했대요.

뭐냐고 물어보니까 저는 생판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더군요.

FTL. 풀어쓰면 faster than light. 몇번을 말해줘도 못 알아들었어요.

그래서 제 스마트폰으로 나무위키를 킨 다음에 띄어보라고 내밀었는데

항목이 있더라고요. 처음 대뜸 나오는 짤이

47ea4f8eebfef09a470929daac619f43.png


네 그는 함장님이었습니다. 제법 오래했나 보더라구요.

재미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시간 때우기로 하고 있대요. 

컨셉은 흥미로웠습니다. 우주선을 직접 운영해서 반란군과 힘겹게 싸워 나가는 게임

저도 방학하면 해볼까 생각중이긴 해요. 멜짱도 해보쉴??

이거 말고 게임에 관해서 조금 얘기해봤는데

중학교 때는 게임 좋아해서 성적 잘 나온 선물로 받은 플스를 좀 했었는데(주로 했던 게 메탈기어 솔리드라던가.....)

대학교 들어오고 취업준비까지 한 지금은 흥미를 좀 상실.... 이 친구가 군필인데

입대 전에 뭔가 작정하고 문명에 모든 시간을 불살랐대요. 지금은 당연히 안하고 해서도 안되고....

그때가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게임에 열정을 가진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인터넷 방송: 영화 광고로 우가우가 광고가 나오더군요(자기들도 별명을 아는지 정글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 멋지게 노는 별천지 컨셉이었는데, 아니 죄다 얼굴 반반한 연예인이라 현실성이 1도 없음.) 

광고 보면서 넌지시 인터넷 방송 보냐고 물어봤는데 안본다고 하더군요.
그땐 그렇게 넘어갔는데.....
카페에서 어떻게 살 지에 대해 얘기 중이었어요.
우리 둘 다 제발 여유롭게 일하면서 살고 싶다고, 이 나라에서는 판타지나 다름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가 그랬죠. '만약 내가 생각한 그대로 꿈을 이룬다면(저도 바라는 꿈은 있으니까요) 인터넷 방송도 할 건데.
그러면 니를 패널로 부를 수 있을 거 같다. 넌 재미가 없어서 인터넷 방송을 직접 못할 거 같지만 패널로는 좋을 거 같아.'
그렇게 되면서 하게 된 인터넷 방송 얘기.

농담삼아 우리 둘이 방송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도 말이 오갔는데
나: 우리 둘 다 재미없는데 사람들이 오기나 할까?(저는 미친놈이지만 순발력이나 끼가 있진 않구요, 친구는 다재다능하지만 재미없는 타입인데다가 상당한 저텐션...)
친구: 그래도 같이하다 보면 의외의 무언가를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이외에도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은 자기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들 사는 거 같다는 얘기나 영상 편집은 노가다란 얘기, 그리고
방송하려면 카메라가 좋아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쯤 이야기 하니까 다시금 무슨 방송 보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너 혹시 유투브 스트리밍으로 대도서관 이런거 보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타입은 아니라 ㄴㄴ라 한 다음에 보는 게 하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 그래? 많이들 알아? 구독자 얼마?' 이런 식으로 물어보니 30만 구독 여성 유투버래요.
놀라서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처음 듣는 이름이더군요. 다시 나무위키를 내밀어보니
항목이 있었어요. 타스트리머 언급은 금지이므로 말은 안 하지만, 엽기&일상 컨셉이더군요.
그 친구가 시청하는 걸 보면 괜찮은 방송인가봐요.
대화가 여기까지 오면 내가 누구 시청하는지 얘기해도 될 수준이라
저도 위키에다가 카라멜님 항목 띄우고 보여줬는데 시큰둥하더군요.
백수인건 맞는데 트수는 아닌것 같습니다. 트위치를 모르거나 안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예쁜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라디오 방송인데
밤에 문서작업하다보면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듣는다고만 소개했죠.
멜님 말고 9살짜리 컨셉으로 하는 여자 스트리머가 있어서 가끔 보는데 졸라 웃기다고 했는데

(우리 모두 다 알겠지만 그 노란 겅듀님의 방송은 코미디 그 자체죠.)
9살이라는 말에 '응? 9살?'이란 반응만 하고 다시 시큰둥.

귀여운 게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뭐 이외에도 다양한 대화가 오가다 4시에 헤어졌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는 드물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정말 즐거웠었습니다.
멜짱은 이런 얘기들이 어떤가요? 재미있지 않았나요?
하여간 멜짱과 메주들 모두 즐거운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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