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연습을 일찍 마치고 멜짱 시참방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거신 분은 저와 많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우연한 기회에 클래식 음반 녹음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녹음을 봐주셨던 음악감독 님이었어요.
"피아노 치시는 OO씨 전화번호 맞죠? "하고 물으시길래 "네 맞습니다 "라고 대답해드렸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 기억에 그분의 부탁이라면 "ㅇㅇ씨, 미안한데 한번만 다시 갈까요?" 뿐이라 긴장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 내일이면 집사람이 환갑이 됩니다..."하시기에 아...사랑꾼이시라더니... 특별히 챙기시려나 보다 생각하고 축하드려요~ 한마디 건내려고 했는데 저보다 먼저 말을 이어가시더라구요 "그런데 집사람이 오늘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어요..." 아... 순간 정적이 흘렀고 감독님께서는 " 그사람한테 마지막으로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서요..."라고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감독님께서 부탁하신 노래는 고 김광석 님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였습니다.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알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 노래를 연습삼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내용의 노래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의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불러줄 노래라는게 자꾸 떠올라 연습을 하고 있는건지 울고있는건지 모르게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다음날에는 빈소를 찾아 감독님께 위로를 건네고, 연주할 장소와 곡들을 확인 받았습니다 요즘 장례식장이나 화장터에는 드물지만, 기독교식 장례에 찬송을 피아노에 맞춰 부르기도 해서 피아노가 있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틀간 멜짱 방송도 안보고 한음 한음 꾹꾹 눌러가며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연습해서
오늘, 연주를 하러 다녀왔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노래를 하시기 전에 편지를 읽고 노래를 하시겠다고 하셨고, 저는 직업병인건지 저도 모르게 준비하지도 않은 곡을, 감독님이 읽어내려가시는 편지에 맞춰 연주 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로 시작한 편지는 40년을 함께해온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감사와 사랑, 더 잘하지 못한 미안함들이 가득 담겨있었고, 그 감정들을 글자글자마다 꾹 눌러 담아 읽으시던 감독님께서는 "그런데 어떡하지요? 벌써 당신이 보고싶어요..."라는 편지의 마지막 문장과 함께 참아오시던 눈물을 왈칵 쏟으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 전부터 울면서 연주하고 있었다는건 비밀임) 그 덕분에 정말로 준비해 갔었던 곡은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게 쳐버렸고, 장례를 마치고서, 감독님은 고맙다며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 60을 바라보시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떠올라 전화도 드리고 주말에 내려가겠다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심지어 사이가 별로 좋지않는 누나랑도 엉엉울면서 통화했어여... 사실 준비하던 연주회에서 칠 곡은 밝고 힘있는 행진곡인데 이거 때문에 감정이 틀어져서 오늘 연주 리허설에서는 울면서 행진시킬 꺼냐며 한소리 듣고 왔습니다ㅠㅠ 이거이거 큰일이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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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오늘 태어나서 가장 슬픈 연주를 하고왔네요ㅠㅠ
2유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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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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