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학교 선배누나 보고 첫 눈에 반해서 계속 쫒아다니고 차이고 반복.
대학생되고 썸 타다가 결국 그 누나네 집 근처 놀이터에서 첫 뽀뽀를 뺏기며 사귀게 됨.
풋풋하게 동화처럼 연애했음.
플라토닉에 가까운 만남이었음.
그러나 성격차이를 못 넘고 결국 차임.
그 후 너무 힘들어서 몇년 동안 방황하고 학사경고도 먹고 그렇게 힘들게 살았음.
헤어지고 나서도 그 누나 술 취하면 전화오고 해서 더 잊기 힘들었음.
그래도 시간이 약이더라. 아무리 아픈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됨.
헤어진지 7년쯤 됐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떠올라서 연락해 봄.
원래 가슴속에 새겨진 기억은 가끔씩 비집고 나오는 법.
마침 둘 다 솔로였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기로 함.
의외로 별 감정은 없었음.
그냥 살아온 얘기, 지금 사는 얘기, 마치 친구 같은 만남이었음.
앨범 속에서 색이 바래진 필름 사진은 다시 선명해질 수 없었음.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시간이 흘러 다음해 가을쯤이 됐음.
집에서 폰 게임하다가 하트가 모자라서 친구 프로필을 쭉 훑는데..
첫 사랑 누나 프사가 웨딩사진임.
그래도 결혼 소식 직접 들을 줄 알았는데 약간 섭섭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경험 중 하나가 갑자기 잔잔한 엔딩으로 끝나서 기분 묘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