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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게시판 말 하나의 중요성(긴 글 주의 / 갑분....따?)

루하마
2017-11-02 12:11:33 787 0 0

방송에서 메주들 어릴적 이야기가 종종 나와서 저도 썰을 풀어봅니다.


초등학교 때 음악시간에 단소로 테스트를 봤었어요.  저도 열심히 분다고 불었지만, 정말 소리가 하나~도 안나더라구요. 맨날 바람빠지는 소리만 나지.'

그때 담당하시던 음악선생님께서

"야, 넌 단소를 못 부는 입 구조를 가졌나보다."

라고 하셨었지요.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아, 난 단소는 소리를 못내는 입구조라 단소 못 부나 봐.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는걸.' 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갔었습니다.

중학교 때도 저런 이야기로 핑계를 대면서 음악시간에 그냥 맞고, 점수 포기하고, 정 안되겠으면 선생님 눈 앞에서 단소에 바람만 몇 번 넣다가 '역시 소리 안나네' 하고 쉽게 포기하곤 했었는데요.


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공고라서 음악은 더욱 무가치한 과목이었는데요. 특히나 성격 좋으신 할아버지 선생님이어서 애들이 되게 만만하게 보던 과목이었습니다. 

어김 없이 단소 시간이 돌아왔고 저는 어김없이 평소에 말하던 핑계를 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허허 하시던 이 선생님이 정색을 하시는 겁니다.

세상엔 단소 못 부는 입 구조는 없다고. 노력해보라고. 

평소 때의 선생님이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평소와 다르게 정색하고 뭐라고 하시니 기분이 나빴습니다. 

이때 갑자기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원래는 곡 하나를 다 불어야 점수를 주지만, 연습해서 중임무황태만 소리를 내면 80점을 주시겠다고요.

'어차피 안 될텐데 귀찮네.' 하면서도 왠지모르게 연습을 하게 됐습니다. 어쨌든 저 5개만 소리내서 점수받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해서요. 어쩌면 평소 인격적인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왠지 기대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단소에서 맨날 나오던 그 바람 소리가 아니라 정상적인 음이 들려왔을 때, 엄청 기분이 묘했습니다.

할 수 있었구나. 못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번 선생님이 그냥 넘어갔으면 평생 단소 소리도 못 내는 사람인줄로 착각하고 살았을 뻔했구나.

결론적으로는 80점을 맞았습니다. (사실 그 선생님은 단소 곡 연주한 사람은 좀 틀려도 그냥 100점 주고 90점주고 그러시는 분입니다만 그래도 빵점 아닌게 어딥니까.)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에게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성함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래도 오늘따라 괜히 그 선생님을 한번 찾아 뵙고 싶네요.


멜짱 바보

짱아 소리내는 바보

좋으면 히힛 소리내는 바보

아몰랑 암튼 멜짱 바보 빼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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