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0

집에 뭔가 왔습니다.zzezzeO0O 

누가봐도 신선식품인걸 모를 수 없게끔 강렬한 뻘건색 테잎이 둘러져있네요.

이런 물건은 소중히 다뤄주는게 예의이니 칼로 열어야합니다. 

평소처럼 와장창 열었다가는 안에 있는 소중한 식품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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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니 빨리 열어제끼겠습니다.

뭔가 평소에 보던것과는 다른형태의 뽁뽁이가 둘러져있습니다.

마치 동생이 군대에서 땀복으로 입다가 이제 촌스럽다며 저에게 넘겨준 아디다스 패딩과 흡사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빵빵함은 이쪽이 더 뛰어나군요.

제 패딩은 버릴때가 된듯합니다.

꺼내봅시다.

포도 세송이가 들어있네요.

과대포장이 어쩌구 환경이 어쩌구 말이 많던데 말만 많은거였나봅니다.

세상에 포도를 택배로 주고받는다는것도 생소하지만 지 몸보다 큰 패딩을 둘둘 말고다니는것도 굉장히 생소한 일입니다.

얼핏 비치는 글자가 보이네요

샤인머스켓 이라고 써있습니다.

샤인....빛나다....빛.......빚....제 대출금 4000만원은 언제쯤 갚을 수 있을까요...

전세대출은 보다 나은 환경의 집을 제공해주지만 그만큼의 압박도 함께 제공하는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대출없이 전세 사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꺼내다보니 뭔가 굉장히 묵직합니다. 한번 들어보았습니다.

이야 패딩이 얼마나 아늑한지 빠져나올 생각이 없는것 같군요.

측면구도는 패딩의 빵빵함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제 침대 대용으로 쓰는 3단 라꾸라꾸는 너무 딱딱해서 허리가 아픈데 차라리 이걸 깔고자는게 더 낫겠다 싶습니다.

저 포도는 택배로 이동하는 며칠동안은 저보다 꿀잠 잤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럽다.

얄미우니 꺼내버립시다.

크고 아름답군요.

신토불이.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입니다.

1989년 농협에서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의 표어로 내걸어 쓰기 시작한 말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샤인머스켓은 일본에서 왔지만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많이 생산되고있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는다고합니다.

이건 그런 녀석인가보군요.

뜻이 깊고 우람한 녀석이네요.

역시 관상은 사이언스라고 생긴것만큼 믿음직한 녀석입니다.

거추장스러운 비닐 나부랭이를 벗겨버리겠습니다.

정말 크고 아름답습니다.

제 손은 키 170초반의 남성의것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크기를 자랑합니다만 이녀석과 함께한다면 어린이 손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일반 포도는 아닌것같습니다.

점점 현기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예로부터 뭔가 귀한것을 영접할때는 곱게 목욕재개부터 하는것이라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이녀석을 목욕시켰습니다.

제 몸 닦는걸 귀찮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아닙니다.

아래 몇 알이 사라진것 같다면 그것은 기분탓입니다.

저희집 수문장 GRAND DUKE WINDSOR GOLDEN LUCK (고금복) 님께 보여드렸습니다.

과연 그는 샤인머스켓에 흥미를 보일까요

관심없으니 치우라고하십니다.

이후 몇번 더 들이대보았으나 그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마침내는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고양이는 포도를 안좋아하는군요.

오늘 새로 배워갑니다.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초록색이 많이 도는 샤인머스켓의 경우 후숙을 조금 거치면 더욱 달콤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더군요. 

후숙.... 숙성.... 고기의경우는 보통 하루이틀정도 재워두는데요.

과일의 경우 어떻게 재워야 하는지 몰라 일단 침대에 눕혔습니다.

원래 수면시에는 체손손실이 다소 있기때문에 얇은 이불이라도 덮는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특히 복부는 차가워지기 쉽기때문에 덮고자는 버릇을 들이면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귀한 몸인 샤인머스켓이 감기에 걸리면 곤란하니 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혼자 보내는 밤은 너무 외로울 지도 모르니 옆에 친구를 붙여주었습니다.

이로서 샤인머스캣 재워두기를 실천한 최초의 인간이 되겠군요.

달콤한 꿈 꾸고 더 달아지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라고 잠시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라고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좋은곳으로 가버린것 같습니다.

제가 맛보았던 솜사탕같은 달콤함은 찰나의 꿈이었던걸까요.

이것이 신기루라는걸까요?.

잠시 달콤했습니다.

잠시나마 달콤함 꿈을 꾸게 해주었던 샤머(샤인머스켓)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TO.샤머....

잠시나마.... 행복했다.......

다음번엔..... 친구들도 데려오렴......

추천..좋아요...구독도 부탁하고....... 

안녕....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그를 추모하며 X를 누르겠습니다.

저와 함께 사라진 샤인머스켓에게 조의를 표해주십시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