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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pigram 151, 단편소설 : 전설의 여관

Broadcaster 예람이
2023-11-16 11:29:55 20 0 2

※ 생각 없이 읽어도 돼요




어느 한 마을에 손자와 손녀를 홀몸으로 애지중지 키우는 늙은 나무꾼이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 숲속에서 나무를 패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산 숲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바람은 거세게 휘몰아치고 빗물은 억세고 차가웠다.


그저 비를 피할 곳을 찾았을 뿐이었던 나무꾼은 다행히 빗 안개 사이로 노란 전등 불을 발견했다.

그곳엔 아주 오래된 여관이 있었다.


나무꾼은 비를 내리게 한 신을 저주하기보단 여관을 내어준 신께 감사해 했다.

'신이시여, 비를 피할 곳을 마련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여관의 겉모습은 많이 낡고 오래되어 보였으나,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주황색 조명이 나무꾼의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오, 신이시여, 비를 피할 곳 뿐만 아니라 따뜻한 온기까지 제게 허락하시는군요. 이 온정을 베풀 수 있는 만큼 베풀겠습니다."

여관의 1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각자의 방식대로 이 곳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한구석에는 주름진 노인들끼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고 있었고

어느 한구석에서는 홀로 창문 밖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년도 있었다.


나무꾼은 여관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 보여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무꾼도 덩달아 즐거워졌으나 집에 있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런 근사한 곳이 있다니. 나 대신에, 나의 아이들이 올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주변을 둘러보던 나무꾼은 창문 밖에서 홀로 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여인이 걱정된 나무꾼은 서둘러 술집 밖을 나와 비를 맞으며 다가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은 놀며 즐거워하는데 어찌 비를 맞으며 홀로 울고 있소? 얼른 들어와 비를 피하시오.'


여인이 황급히 몸을 웅크리며 나무꾼에게 대답했다.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입니까?"


나무꾼이 여인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이 걱정되어 비를 맞아가며 말을 건 것이오. 
당신이 여관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감기에 걸리게 될 것이 분명하오. 
지금도 당신의 입술은 새파랗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지 않소?"


여인이 부들부들 떨며 나무꾼에게 대답했다.

"지금 저를 저주하시려는 것 입니까?"


곧 여인은 죽을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저주가 성공하여 만족하시나요? 저는 당신이 밉습니다. 저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도 당신을 영원히 저주 할 것 입니다."


나무꾼은 억울했지만 더 이상 시간이 지체 되었다간 그녀가 더 큰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미안하오, 내 잘못이오, 일단 비를 피해 여관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나를 저주할 것인지 천천히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어찌 따뜻한 여관을 눈앞에 두고 비를 맞아가며 괴로워하고 있었소?"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여관은 어느 마을에나 있는 흔해 빠진 싸구려입니다. 
저들은 이런 곳이나 어울리는 촌스러운 바보들입니다."


나무꾼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조심스레 말했다.

"저 곳은 생각보다 근사한 곳이었소. 설령 촌스럽다 하여도 비를 맞아 감기에. 아니 비를 맞는 것보다 나쁠 수 있겠소?"


여인이 대답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저 곳이 근사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구려 여관에 들어가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며 저들과 어울린다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저를 무시할 것입니다."


나무꾼이 되물었다.

"저 곳에는 튼튼한 천장과 따뜻한 온기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즐거운 사람들이 있소.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하단 거요? 어느 정도가 되어야 만족하겠소?"


여인이 대답했다.

"우리 마을에 전설로 전해지는 여관에 간다면 모두가 저를 부러워 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감미로운 천상의 음악과 신과 맞먹는 현자들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소원은 전설 속 여관에 가는 것이며 저 또한 그렇습니다."









나무꾼은 전설 속 여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곳엔 어떻게 가는 것이오?"


여인이 답했다.

"모릅니다. 하지만 그곳은 아주 근사한 곳입니다."


나무꾼은 다시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그곳은 어디에 있는 것이오?"


여인이 답했다.

"그것 역시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가보고 싶습니다."


나무꾼이 의아해 했다.

"그곳에 어떻게 가는 지도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른다면 알아보려 해야 하지 않소?"


여인은 의아해 했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뛰어난 것이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알아보느라 늦어져 남들이 먼저 도착하면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것입니까?"


나무꾼 의아해 했다.

"남들이 먼저 도착하면 뭐가 어쨌다는 것이오?"


여인은 답답해 했다.

"그것도 모르는 바보와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전설 속 여관에 가야 합니다."


나무꾼 의아해 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전설 속 여관을 찾으려는 것이오?"


여인이 답답해 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단 열심히 걷는 것이 낫다는 것은 당신 빼고 모두가 아는 당연한 것입니다."


늙은 나무꾼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인은 논쟁에서 본인이 이겼음을 느끼고 속이 시원해졌다.

그렇게 여인은 오래된 여관과 나무꾼을 뒤로 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나무꾼은 이 여관을 떠나가려는 여인에게 나무꾼이 가진 모든 식량과 옷을 건네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 숲에는 늑대가 많이 나온다 하였소, 늑대들은 쇠약해진 것들을 호시탐탐 노리니 부디 몸 조심하시오! 언제든 좋으니 돌아와도 좋소."


여인은 건네받은 것들을 손에 쥔 채 잠시 고민하다 그것들을 모두 땅에 버리며 말했다.

"이번엔 늑대로 나를 저주하는 것입니까? 당신처럼 나쁜 사람은 제 생에 처음 봤습니다."


그리하여 여인은 빗속 안개 소리로 모습을 감췄으며 나무꾼은 하는 수 없이 비를 피해 여관으로 들어갔다.


나무꾼은 땅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우며 어린 손녀는 언젠가 이 오래된 여관에 오길 가슴 깊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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