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줬다
하기는 싫었으나 망할 브랜드 디자인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했다
외국인 손님 들어왔다
보통은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어로 카운터를 봤겠지만
갓프몰을 4캔이나 사는 것이 기특해서 영어로 응대해줬다
바깥 테이블을 치우러 나가니
그 외국인이 앉아서 갓프몰을 마신다
개의치 않고 손놈이 먹다 남긴 칭따오를 버리려 챙기니
'그거 짱개 맥주지? 그 역겨운걸 아름다운 가로수에 뿌리진 않겠지?' 라고 한다
그 서-구식 쪼크에 넘어가 대화에 물꼬를 텄다
잉글랜드 사람이고 39살이며 대전에서만 10년을 살았으며
한국인 아내랑 낳은 예쁜 9살 딸도 있고
지금은 이혼해서 양육권 되찾으려고 애쓰고 있댄다
호오- '영국국적'인가? 하고서는
너 진 좋아하니? 스카치위스키 좋아하니?
영국 크래프트 비어 좋아하니? 질문공세를 펼쳤다
이 자식... '알중'이다
라프로익 27이 자기 베스트란다...
한국어 좀만 잘했으면 주갤럼이었을게 뻔하다
이 자식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해서 대화를 잇던 중 영국인 아조시 왈
네놈도 한 캔 마시란다
난 술을 거절하는 놈이 아니다
3천원 아꼈다는 싱나는 마음으로 갓프몰을 후룩짭짭쓰했다
(아침 9시에 맥주라니... 헿 이게 알중이지)
그렇게 통성명하고 헤어졌다
번호는 다음에 또 만나면 거래해야겠다
차피 그 편의점에 땜빵해주러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니까
언젠간 마주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