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월 25일
자유 일지
이런 시발…… 결국 저질러버렸다. 요제프 씨가 나(僕)한테 어떻게 이 일을 맡겼는데, 처음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지? 기껏해야 이상한 그 좀비들 같은 존재들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 무슨 괴물들이 이딴 데 있는 거냐고?! 이 이상한 괴물 지네, 어떻게 되어먹었는지는 몰라도…… 겨우 잡아 죽인 건 맞는 것 같다. 시발, 이상한 액체로 온몸이 다 끈적끈적하잖아. 분명 눈과 코, 입으로도 좀 들어간 것 같다. 치우는 것은 고사하고 내 몸에 이상한 게 나진 않겠지? 이걸 보고해야 하나? 이 더럽게 강한 놈한테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이걸 일처리를 잘못했다고 처형당한다면…… 싫다. 차라리 숨겨버리자. 어차피 저렇게나 많고 괴상한 것을 나한테 짬처리 시킨 걸 보면 요제프 씨도 결국 이쪽에는 관심이 있으나마나할 거야. 일단 기록, 을 지우고 생각해 보자. 그 전에…… 너무 아프니까, 조금만 자고 나서 생각해 보자……
이 몸의 이름은 야나리. 사람의 두 팔과 다리,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여러 가지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있고, 나름대로 괜찮은 뇌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몸(俺)이 해야 할 일은 뭐가 있었지? 그래,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지네라는 생물의 시체를 처리해야만 했지. 이전에 이 일을 맡은 사람이 적어 놓은 게 있던 것 같은데 이 몸의 기준에서 다시 적으면 딱히 상관은 없을 거다. 지네의 이름은…… 오오무카데? 이 몸에 기억된 것으로는 일본의 요괴의 이름이라던데. 그런가. 요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가.
어머니, 그래도 나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내가 이 자리에서 이 몸으로 숨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날 낳아준 덕분이야.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무슨 일이 있든 살아갈게. 요제프라는 여자한테도 적당히 비위 잘 맞춰주면서 말이야.
대조군:F341
대조군 등급:Salus
실험군:F413->F341
실험군 등급:ex Imperium Remotus
-거대한 지네의 형태를 띄고 있는 형태
-어거지로 실험관에 들여보낸 모양이어서 자칫 위험할 수 있어 보임
-정형화되지 않은 무언가를 뿜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식 저해라도 하듯이 관찰할 수가 없음
-이 개체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는 셋 이상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함
-몸의 주름이 펴짐으로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것처럼 보임
-다시 확인해보니 실험관 뒤쪽으로 말려들어간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면으로 잘라져 있음
-인위적인 환경 또는 요소가 개입한 것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임
-이 이상의 조사와 보고는 위험하다고 판단, 즉각적인 인원 교체를 선처하길 바람
뭐야? 이거 순 위험하니까 이 몸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이는데. 뭐, 이젠 딱히 상관없나. 어차피 이쪽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러려니 넘어가주지. 아무튼 이미 죽은 개체에 대해서 기록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일이니까 이 몸께서 어쩔 수 없이 해 주지. 그러니까…… 뭐랄까. 이미 죽어버렸지만 무지막지하게 강한 지네다.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몸체가 단단한 표피로 되어 있는데 이 표피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란 말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 다른 생명체들의 뇌를 통하는 신경세포가 없어져 버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실제보다 크기가 매우 작은데 이는 실제로 성인체가 아닌, 아직 성장기인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식, 또는 다른 개체로 무언가를 기생을 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 그래서 일반적인 인식의 오오무카데라 하기엔, 아직 새끼를 갓 벗어난 수준이라 저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몸길이가 터무니없이 짧은데, 이건 무언가로부터 깔끔하게 베인 흔적 때문이군. 이는 이 몸께서도 알지 못하겠다. 그래, 등급도 고쳐야겠지? 분명 등급을 ‘제거됨’으로 고쳐야겠지. 참 나, 어떻게 이런 사람의 몸으로 때려잡았는지 모르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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